- 054 개미지옥과 여왕벌2021년 03월 25일 16시 30분 2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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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식사를 끝낸 에리스는 혼자서 '주인님의 은신처' 로 향했다.
목적은 마리린 언니.
방문하는 이유는, 초대권을 갖고 가게를 방문했을 용자가 이용했던 대금을 지불하기 위함이었다.
"안녕. 마리린 언니 있어?"
"예, 잠깐 기다려주세요."
접수원이 가게 안으로 잠시 들어가자, 곧장 두 여자가 가게 안에서 나타났다.
"마리린 언니, 여전히 에로스하네요."
"나야 뭐 음란하니까. 남자분의 기쁨이 곧 나의 기쁨이란다."
에리스의 인사를 받자 상냥한 미소로 엄청난 말을 해버리는 마리린 언니.
그 이명은 '치유의 쌍언덕'.
"마르게리타 언니, 요즘은 취향을 바꿨나요?"
"아니, 손님의 리퀘스트에 맞춰준 것 뿐이야. 채찍의 평판도 좋았고."
에리스의 질문에도 여전히 탐구정신이 가득한 대답을 하는 마르게리타 언니.
그 이명은 '가학의 비서실장.'.
이 두 사람이 '주인님의 은신처' 의 투톱이다.
마리린은 무한한 포용력.
마르게리타는 진성 새디스트.
그런 두 사람을, 관계자들은 존경의 뜻을 담아 이명 외에도 이렇게 부르고 있다.
'개미지옥' 과 '여왕벌'.
마리린과 마르게리타가 너무 인기 많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정말 좋은 일' 의 영업만 하고 있다.
거기다 완전 예약제에다 요금도 최고수준이어서, 그 문턱은 높다.
사실은 이거, 일부러 이런 설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은 이렇게 자신들에게 손님이 집중되지 않게 하며, 다른 여자들에게도 일이 돌아가도록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메이드들이 기대는 왕언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용자는 뭔가 말하지 않았나요?"
"그래, 에리스. 말했단다."
그건 용자 그레이가 기스의 이름을 빌려 이용할 때 마리린의 가슴에 휩싸인 채 말했었던 이야기.
그는 스카이캐슬 근처의 농촌에서 태어나서, 농부로서 자랐다.
그런데 어느 날, 신은 그에게 갑작스런 계시를 내렸다.
"용자로서 여행하며, 마왕을 타도하라. 먼저 왕에게로 향하라."
동시에 그의 온몸에는 힘이 솟아올랐다.
그렇다. 그레이는 다시 태어난 것이었다.
이 용솟음치는 힘은 악력만으로도 나무를 으스러뜨리고, 강인한 육체는 곰의 발톱조차도 튕겨낸다.
그레이는 계시에 따라, 뜯어말리는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단신으로 왕을 찾아갔다.
그 도중에 어떤 술집에서 만난 자가 피치였다.
용돈을 들고 마을로 찾아온 촌뜨기한테서 돈을 뜯어내는 일을 생업으로 삼던 피치는, 젊은이에게 간들거리며 접근하여, 그 눈짓과 몸짓으로 젊은이를 포로로 만들어버린다.
이렇게 되면 다음은 취하게 만들어 의식을 잃게 만든 후 돈 될만한 것을 가져갈 뿐.
그런데 그레이는 취해버리자 피치에게 왕의 계시에 대해 말하고 말았다.
단순한 꽃뱀보다도 훨씬 돈이 될 법한 이야기를 듣자, 작전을 변경한 피치는 그레이를 끌어안고는 그의 숙소로 같이 향했다.
그렇게 되자 당연하게도, 젊은 혈기에 찬 그레이는 피치를 침대에 눕히고는 아웅다웅하였다.
그건 그레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이한 천국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천국의 시간은 순식간에 깨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피치의 동료인 다무즈가 욕설과 함께 갑자기 방에 침입하였으니까.
다시 말해 그레이는 피치와 다무즈가 짠 '미인계' 에 멋지게 걸려버린 것이다.
이렇게 피치와 다무즈에게 약점을 잡힌 그레이는, 두 사람을 자칭 '마술사', '전사' 로서 되는대로 동료로 맞이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때 그레이의 신분은 피치와 다무즈의 '돈줄' 로 확정되었다.
용자라면 이런 웃긴 관계를 힘으로 청산하면 된다고 누구나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피치와 다무즈는 그레이에게 멋진 당근과 채찍을 나누어 주었다.
피치는 그레이의 표정을 관찰하면서 정기적으로 그를 아웅다웅에 끌어들여, 그녀에게 빠지도록 했던 것이다.
다시 말해 그레이는 피치가 없으면 참을 수 없는 몸으로 조교당해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왕과의 회견을 끝낸 후 스카이캐슬 상인길드에서 그레이의 파티로 파견된 자가 클리프였다.
그는 '아이템 감정' 및 '치료요원' 으로서 파티의 일원으로 추천받았다.
하지만 이것도 그레이의 불운이었다.
클리프는 감정사로서도 치료요원으로서도 어설픈데 더해, 그것 이외엔 전혀 도움이 안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잔머리는 잘 돌아가서, 클리프는 이 파티의 이상함과 실질적 리더를 곧장 눈치챘다.
클리프는 이어서 피치에게 아양을 떨고 다무즈와 의기투합을 하여, 파티 내에서 자기가 있을 자리를 확보하였다.
이것이 '세 바보' 가 결성된 경위였다.
한편 스카이캐슬 도적길드에서 추천된 자가 기스였다.
당연히 그도 곧장 파티의 이상함을 눈치챘다.
기스는 클리프와는 달라서 길드의 신뢰도 두터웠고, 자신도 자기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도 기스는 그레이에게, 피치와 다무즈를 내치라고 조언하였다.
하지만 그레이는 입술을 깨물면서도 그걸 거부.
이유는 불명.
그렇게 현재에 이르렀다.
기스의 이름을 빌린 그레이는 마리린의 가슴 안에서 이렇게 신음하였다.
"마왕군과 만나도, 사실상 용자가 혼자서 싸우고 있는 꼴이야."
용자의 너무나 딱한 처지를 들은 마리린은, 흐느껴 우는 그의 머리를 쌍언덕으로 감싸며 말없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었다고 한다.
"나도 참, 그를 동정한 나머지 서비스를 너무 줘버리고 말았단다. 그랬더니 다음날 이후로도 예약해줬지 뭐니. 그 후의 대금은 본인한테서 받았으니 걱정마렴 에리스."
어디까지나 마이페이스인 마리린 언니다.
아무래도 용자는 마리린 언니한테 확 빠져든 모양이다.
그러자, 마르게리타가 대화에 가담했다.
"나도 요즘, 이상한 단골에 생겼지 뭐야."
이상한 손님이란 '마왕' 을 자칭하는 '농부' 였다.
그는 첫번째 플레이가 끝나자 100만 릴을 주고 갔다.
두번째 이후에는 제대로 15만 릴을 주고 갔다.
흐음, 돈은 있어보이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는 에리스를 보며, 마르게리타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그 남자의 목소리는 이전의 마왕과 똑같았었지."
마왕의 목소리는 전 대륙의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다.
"그래서 플레이의 내용은 뭔가요?"
"마조 플레이. 특히 짓밟히는 걸 좋아하더라."
M의 마왕이라니.
그런 일이 과연 있을까?
그 녀석이 마왕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현재 시점에서는 어렵다.
그래서 에리스는 가능성의 하나로서 그 농부를 마크하기로 했다.
"알았어요. 또 무슨 일이 있으면 가르쳐주세요. 그리고, 용자의 농부의 예약이 들어오면 가르쳐주세요."
그러자 먼저 마리린은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응하였다.
"오늘 오후의 제일 첫 예약을 해놨단다."
이어서 마르게리타도 가볍게 내뿜으며 반응하였다.
"우연이네, 내 쪽도 오늘 오후 첫 예약인데."
에리스는 생각했다.
용자의 파티가 엉망진창이라는 건 알았다.
파티 안의 제대로 된 존재가 도적 기스뿐이라는 사실도.
용자는 마리린 언니한테 빠져있다.
그의 능력이라면 마리린 언니의 단골이 되기는 쉬운 일일 것이다.
그가 마리린 언니한테 누설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마리린 언니만 있다면 이제 피치는 필요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그레이는 언제든지 피치 일행을 버릴 수 있다는 뜻.
하지만 한편으로, 피치와 다무즈가 지금처럼 돈을 마음껏 쓰는 생활을 간단히 놓을 수 있을 것인가?
한편 자칭 마왕의 존재도 신경쓰인다.
농부 복장으로 100만 릴을 턱 하고 지불하는 건 분명히 이상한 행동이다.
적어도 뭔가의 강력한 존재가 농부로 변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먼저 농부야."
에리스는 일단 저택으로 돌아가서 준비를 한 후 '주인님의 은신처' 로 다시 돌아왔다.
여기는 주인님의 은신처.
아직 대낮이었는데, 한 견습도적 차림의 남자가 대합실에서 서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 밀짚모자를 쓴 농부차림의 남자가 들어왔다.
두 사람은 대합실의 의자에 앉았다.
무언의 시간.
공기가 무겁다. 거의 부끄러움 때문에.
.......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농부였다.
"형씨, 상대는 누구지? 앗차, 이런 건 말한 쪽이 먼저 말하는 법이었나. 난 마르게리타 씨인데."
갑작스런 농부의 커밍아웃에, 견습도적도 그에 따라 대답하고 말았다.
"난 마리린 씨야."
"마리린 씨는, 비싸지 않아?"
"마르게리타 씨도 그럴 텐데?"
여기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게 되었다.
"그래, 비싸다."
농부도 견습 도적에게 동조하였다.
"이쪽도 비싸."
"하지만, 빠져버렸다."
"나도 빠져버렸어."
"취미는 제각각이구나."
"그래."
어느 사이엔가 두 사람은 마리린과 마르게리타가 얼마나 훌륭한지 서로에게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그렇가 하면서도 서로의 주장을 인정한다.
그건 자신의 성벽까지 폭로하는, 주저함이 없는 마음의 교류였다.
이렇게 두 사람의 마음에는, 서로를 향한 뭔가의 우정같은 감정이 싹트게 된 것이다.
즐겁게 서로의 성벽을 소재로 담소를 나누던 두 사람을 향해, 의아한 표정을 짓던 접수원이 대합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스 씨, 베루루데우스 씨. 기다리셨습니다."
뒤이어 두 여성이 대합실로 찾아왔다.
기스의 앞에 선 여성은 노-브래지어에다 흰색 핫팬츠, 그리고 남성용 흰 셔츠만 걸치고 맨발인 모습.
안쪽부터 압박되는 셔츠가, 정상부터 기슭에 걸쳐 쌍언덕의 실루엣을 예쁘게 자아내고 있다.
베루루데우스의 앞에 선 여성은 검은 브래지어와 검은색 핫팬츠, 그리고 가터벨트와 망사 타이즈의 모습.
발치에는 검은 색과 대비되어 요염해보이는 진홍색 하이힐이 빛나고 있었고, 그 손에는 승마용 채찍이 쥐어져 있었다.
"기다리셨나요."
"기다렸나보네."
기스와 베루루데우스는 이미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각각의 여성과 손을 잡으며 목욕탕 안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가게에서 나왔다.
"수고요."
"그래, 그쪽도."
농부와 견습도적은 가게 앞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만족스레 헤어졌다.
수수한 복장을 입은 에리스는 예정대로 농부를 미행하였다.
농부는 교외까지 도보로 걸어갔다.
그 움직임을 주목하는 자는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누가 어떻게 보아도 그는 단순한 농부였으니까.
교외에 도착하자, 농부는 자연스레 뭔가의 주문을 영창하였다.
그러자 농부가 천천히 떠오른다.
"레비테이션?"
눈앞의 전개를 본 에리스는 냉정하게 분석하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에리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왜냐면, 떠오른 농부는 그 자세 그대로 화살이 쏘아지는 기세로 공중을 날아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주의깊게 관찰하지 않았다면 누구도 이걸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마왕이라는 거, 완전히 허풍은 아닐지도."
냉정을 되찾은 에리스는,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작전을 짰다.
"마르게리타 언니한테도 '유도심문' 을 의뢰해볼까."
에리스는 발걸음을 돌려 주인님의 은신처로 돌아갔다.
자 여기는 귀가길에 오른 그레이.
그는 생각했다.
마리린 씨가 있다면, 이제 피치 따윈 필요없다.
마리린 씨는 모든 면에서 피치를 상회한다.
그런 오만한 여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건성으로 아웅다웅하지 않아도, 나한테는 상냥하게 대해주며 뭐든지 해주는 마리린 씨가 있다.
그레이는 떠올랐다.
그래, 기스와 상담해보자. 라고.
그레이는 스카이캐슬로 돌아간 후, 기스의 방으로 향하여 그와 대화하였다.
"저기 기스. 나, 피치와 다무즈와의 파티 계약을 해제하려고 생각하는데, 기스는 어떻게 생각해?"
그레이는 은연중에 기스가 찬성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너, 이번에 계약을 갱신할 때, 특기사항을 추가한 거 눈치채지 못했나?"
"뭐였더라."
"위약금 항목인데."
"뭐지 그건."
"너, 자신의 파티 계약도 읽지 않은 거냐. 그러니까 미인계 따위에 걸리는 거라고."
기스는 그레이의 앞에서 어이없다는 듯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그 기세로 이렇게 내뱉었다.
"계약서를 가방에서 꺼내서 잘 읽어보라고."
그레이는 기스의 태도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들은대로 계약서를 꺼내어 다시 읽어나갔다.
.......
그레이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마왕을 쓰러트리기 전에 용자의 사정으로 파티를 해산할 때, 용자는 멤버마다 위약금으로 1인당 50억 릴을 지불한다."
아연실색한 그레이에게, 기스는 차갑게 내뱉었다.
"네게 힘이 있는 건 안다. 하지만 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아마 새로운 파티를 만든다 해도 결과는 똑같을 거다. 그럼 이대로 해나갈 수 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레이틑 포기하지 않았다.
"저기 기스. 이제 난 피치한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돼."
그레이의 말에, "호오" 라며 기스가 감탄했다.
적어도 그레이는 피치의 조교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그래서 기스는 계속 그레이의 아군이 되기로 했다.
"그럼 방법은 있지. 파티 안의 세 명을 내버려 둬."
다시 말해 피치, 다무즈, 클리프에게 아무 일도 주지 말고 놓아두라는 뜻이다.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레이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일이 기스와 그레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아갈 리가 없다.
한번 호구를 잡힌 그레이가 두번 세번이나 호구잡히지 않는다고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기스는 그 점을 간과하였다. 왜냐면 그도 성실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에리스는 거기까지 간파하였다.
바보는 똑같은 짓을 되풀이한다, 라고.
실제로도 그레이는 마리린과 에리스에 의해 현재진행형으로 속아넘어가는 중이었다.
이렇게 용자의 파티는 에리스의 생각대로 한층 더 흔들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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