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마리온의 장> 056 나는 마리온
    2021년 03월 12일 10시 21분 4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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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97/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엽다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소녀들은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귀엽다는 단어를 쓴다.

     

     귀여워.

     귀여워.

     

     하지만, 사고형 슬라임에게 있어, 귀여워는 그렇게 간단한 단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귀여워' 는, 우리들의 생존전략이니까.

     

     나는 마리온.

     나는, 사고형 슬라임, 마리온루루.

     

     루루는, 슬라임에게 사고 능력을 이식한 마법사의 이름.

     이전 대전에서 병사를 보충하려고 만들어진 사고형 슬라임은, 대전 종결시에 폐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이유는 오직 하나.

     '귀여워' 서.

     

     폐기될 예정이었던 초대 슬라임은, 대전에서 목숨을 잃은 루루의 딸의 모습을 복사했었다.

     그게 작전이었는지 루루의 요청이었는지, 우연이었는지는......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덕분에, 루루는 슬라임을 폐기처리할 수 없었다.

     

     자신의 딸을, 자기 딸의 모습을 한 것을 죽일 수는 없었으니까.

     

     사고형 슬라임은 무수히 만들어졌지만 종결시에는 아주 일부분만 남았고, 그 일부 남은 슬라임은 분열의 기능을 봉인당한 채 살아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부부 사이에서 자식을 낳는 것으로만 늘어날 수 있게 된 사고형 슬라임의 4대째가 나다.

     

     조용히 아인 특구에서 살아가고 있던 내가 리리아 마법학교에 입학한 것은, 슈티크로트 가문의 뜻이다.

     외동딸 메후틸트의 입학을 기회로, 아인종의 권력을 조금이라도 올려두기 위해 권력 투쟁과는 무관했던 '여자아이' 들을 긁어모아서 보낸 것이다.

     

     교육은, 권력을 얻기 위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나와 권력은 무관한 것.

     

     사고형 슬라임은 슬라임이라는 마물에 속하지만, 인간의 손을 탄 생물이기도 하다.

     

     아인도 아니고, 인간도 아니다.

     어느쪽에도 속한 듯하면서도, 어느 쪽에도 속해있지 않다.

     

     그럼에도, 부모는 날 이 학교에 보내었다.

     이유는 '마법을 배우기 위해'.

     

     슬라임에게 있어서, 마법은 약점이다.

     그걸 안다는 것은, 이제부터 내가 살아가기 위한 커다란 이점이 될 테니까.

     

     

     

     

     그렇다고는 해도, 너무한 이야기다.

     주변은 온통 마법사여서, 장난삼아 쓴 마법 하나로 내가 소멸당해버린다.

     기본적으로 품성이 좋은 학생만 있어서 수업 이외에서 마법을 쓰는 일은 거의 없는 것이 행운이지만, 사고는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고, 말 그대로의 불똥을 맞아버린다 해도 난 최소 중상 최대 사망이다.

     

     그래서 실기수업을 꺼렸기 때문에, 오늘은 기분이 안 좋다.

     마법학교에 입학은 했어도 내 의태는 마법이라기보다는 종족의 특성이라서, 여전히 이곳저곳에서 쓰여지는 마법은 두렵다.

     

     평소엔 높은 항마력을 가진 메후틸트가 옆에 있어줘서 일단 안심이지만, 이렇게 실기시험이 되면 그냥도 무서운 마법의 위력을 높이는 그녀는 참 무섭다.

     만일의 때를 위해 오늘은 교복을 의태하지 않고 그냥 입고 있었지만, 정말 불똥 정도만 튀기기를 바란다.

     

     하지만, 실기에서 나뉘어진 이 그룹은 안심이다.

     메후틸트는 조금 무섭지만, 로즈린느의 마법은 정신공격이어서 나한테는 듣지 않고, 레티시아의 해주도 분명 괜찮다.

     신경쓰이는 건, 에리비아의 골렘술.

     

     골렘은 여태까지 본 일이 없으니, 봐둬야지!

     전체적으로 마력을 휘감는 인챈트 계열이라면 경계할 필요가 있지만.....저건 내부에 마력의 실을 잇는 목각인형같은 것인가.

     그럼, 무섭지 않아.

     

     하지만, 마력의 실에 닿으면 어떻게 될까?

     위험하지 않을까?

     

     "앗. 어째서, 멈춰!!"

     

     갑자기 에리비아가 외친다.

     골렘을 잇고 있던 지지대가 부숴지는 소리가 났다.

     

     오, 폭주인가.

     마력이 골렘 내부에 가득 차서, 바깥의 보급이 없어도 움직이는 상태?

     메후틸트의 마술인 마도구에 대한 증폭이 골렘 내부에 가득찬 마력에만 반응해서 외부의 명령을 듣지 않게 된 모양이다.

     

     뭐, 이거라면 내게 위험은 없다.

     가까이에서 천천히 관찰해두자.

     

     골렘의 갑옷이 쓰러진다.

     좋은 기회이니 조금 만져볼까.

     

     "도망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나를 향한 것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다.

     왜냐면 난 슬라임이라서 마법 이외라면 두렵지 않다.

     베어져도 찔려도 짓눌려도 괜찮다.

     

     그걸 알고 있어서, 누구도 날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이쪽이에요!"

     

     교복 옷자락이 끌어당겨지며, 경치가 바뀐다.

     어?

     

     부드러운 은발이 눈 옆에 보인다.

     레티시아?

     위험한 건 당신일 텐데?

     당신은 짓눌리면 죽을 텐데 날 위해서?

     

     끼익, 하고 갑옷이 움직임을 멈춘다.

     

     "레티시아, 지금 사이에 여기로."

     "에리비아!?"

     

     아슬아슬하게 다가가서, 에리비아가 명령을 전달한다.

     

     "크윽."

     

     하지만, 이미 골렘의 마력은 다 떨어진 모양인데?

     저렇게 격하게 움직이면 소모가 극심하니까.

     

     "위험해!"

     

     생각대로, 골렘은 거의 마력을 잃으며 무너졌다.

     레티시아는, 나와 함께 에리비아에게 뛰어들어서 감싸려는 듯 가슴에 품었다.

     

     아아, 따스하다.

     

     인간은 따스하다.

     재빨리 슬라임으로 돌아가서, 쿠션을 대신해 바닥과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왠지, 이 따스함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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