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4 유녀의 눈물2021년 03월 12일 02시 15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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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도시 와란에 열린 수확제도 중반에 접어들었다.
'찐빵 가게' 를 한나와 켄에게 일임한 오색의 소녀들은, 제각기 여러 의뢰를 받고 수확제에 공헌하고 있다.
후라우는 '근육형제' 에게 부탁받고 그들이 무대 이벤트에 출연하는 동안 '돼지 밥덩어리' 가게의 조리담당과 계산을 해주고 있다.
참고로 후라우가 계산하게 되자, 여태까지 '밥은 먹고 싶지만 호모는 무서워' 라는 이유로 구입을 주저하던 사람들이 계속 와서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 결과, 그 날은 '돼지 밥덩어리' 의 최고 매상을 기록하게 되었다.
광장의 특설 무대 위에선, 근육형제가 '훈도시 한 장' 만 입고 무진장 커다란 태고를 땀내나게 연주하는 중이다.
그 땀냄새에 이끌린 자들이 스테이지 앞을 메우고 있다.
"오쓰! 오쓰! 오쓰! 오쓰!"
스테이지와 관람석에 튀는 남자냄새 풀풀나는 땀이, 사나이들을 더욱 그들의 세계로 끌어당긴다.
참고로 스테이지 밑에서는, 아저씨는 싫어도 호모는 괜찮아진 클레어가 양산을 펴서 땀방울을 피하면서 "돈은 여기에요~" 라며 관객석을 향해 말을 걸고 있다.
한편 스테이지의 남자 냄새에 당해버려서 멀미를 일으킨 레베는, 상인길드마스터인 마리아가 간호하며 그녀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
캐티는 이전에 도적길드의 카렌과 다른 멤버들에게 호평이었던 '트라이플' 을, 이번엔 옆에서 영업하고 있는 '모험가길드 과즙 가게' 에서 레렌과 아저씨들에게 나눠주며 함께 즐기고 있다.
에리스는 삐땅을 안고서는 모험가길드의 마부와 함께 무뢰한들의 사전 무력화에 매진하고 있다.
그러자, 갑자기 누군가가 에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가씨, 오랜만이야."
에리스가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돌아보자, 그곳에는 용자님 일행인 도적 '기스' 가 한손을 들며 서 있었다.
당연하게도 모른체 하는 에리스.
"누구신가요?"
"이것 참 곤란한데. 스카이캐슬의 그레이는 기억하지?"
"그레이?"
"와이트의 미궁에 아가씨들과 함께 들어간 파티라고."
거기까지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말면, 모른체 하는 것도 오히려 무리다.
그래서 에리스는 떠오른 것처럼 일부러 미소지었다.
"아! 그 때의 아저씨들이네요."
"기억났나보네."
안심한 표정이 된 기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아가씨.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는데, 그 때 아가씨의 파티가 '와이트의 미궁' 을 클리어했었지?"
이렇게 왔는가.
역시 이 녀석만큼은 위험해. 라고 에리스의 직감이 속삭였다.
"아뇨, 첫 방에서 도망쳐왔어요."
"그렇지 않을걸. 그런 것 치고는 너희들이 길드에 돌아온 시간이 너무 늦었는데."
싫은 녀석이다.
이런 대화를 오래하고 있으면, 유도심문에 걸릴 우려가 있다.
솔직히 현 시점에서 용자들과 직접 관련되고 싶지 않다.
자, 어떻게 할까.
'좋아, 이거다.'
에리스ㅡ에지는 대응을 결정하고, 그걸 실행했다.
"으에에에에에에에엥!"
에리스는 갑자기 크게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이건 기스 뿐만이 아니라 에리스와 동행하던 마부도 놀랐다.
"어!"
"어이 네놈! 에리스한테 뭘 한 거냐!"
에리스는 왼손으로 삐땅을 끌어안고, 오른손으로 마부의 허리 부근을 끌어안으며 얼굴을 파묻었다.
"으에에에에에에에엥!"
에리스의 새된 울음소리가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뭐야 뭐야!"
"어이. 울고 있는 거 에리스잖아."
"무슨 짓을 한 거냐 저 녀석들!"
이렇게 기스와 마부, 그리고 에리스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자 그 중 한 명이 기스를 알아봤다.
"어이. 저 녀석은 스카이캐슬에서 왔다고 하는 수상한 녀석들 중 하나라고."
"그 '용자님' 을 자칭하며 으스대는 녀석들인가!"
"어린 소녀를 울려놓고서 '용자' 를 칭하다니 용서 못 해!"
사람들은 단번에 흥분하였고, 기스를 향해 점점 욕설을 내뱉었다.
"아니, 잠깐, 달라, 뭐야, 왜 우는 거야, 어이."
쭈뼛거리는 기스.
"우에에에에에에에엥!"
하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는 에리스.
그러자 당연하게도 자경단이 나섰다.
다만 이건 모험가길드가 운영하는 '겉' 쪽이 아닌 도적길드가 운영하는 '뒷' 쪽의 자경단이지만.
"잠깐 이야기를 들어볼까."
"아니, 난 조금 이 소녀와 대화하고 싶은 것 뿐인데......"
"어린 소녀와 대화하고 싶다니, 그것만으로도 '중대사항' 이다."
이렇게 기스는 불문곡직하고 도적길드에 끌려가고 말았다.
참고로 에리스가 마부한테 안기면서 혀를 낼름 내민 것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였다.
자, 여긴 다시 특설 무대다.
근육형제의 태고 연주의 다음은, 상인길드의 니콜이 이끄는 악단 '스톤 월즈' 의 연주와 레베의 노래의 콜라보가 시작되었다.
참고로 스톤월즈의 밴드 멤버는, 전부 검고 반짝이는 가죽 재킷과 가죽 바지를 입은 모습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니콜은 진짜 게이다.
참고로 악단 멤버도 모두 진짜 게이같은 남자들.
하지만 근육형제와는 미의 인식이 다른 모양이어서, 서로의 사이는 좋지 않다고 한다.
재미있게도 레베는 스타일리쉬한 게이라면 그녀의 남자 혐오가 반응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도 스톤월즈의 의상에 맞춰서, 검은 남성용 의례복을 입고 있다.
연주곡은 평소 레베가 팬클럽 이벤트에서 보여주는 오페라 관련의 노래가 아닌 '새벽의 중장보병' 같이 템포가 높은 곡이다.
이 연주에는 '레베님 팬클럽' 과 '스톤월즈 팬' 이외에도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다.
참고로 무대 밑에서는 '진짜 호모' 와 '게이' 의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게이도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라고 직감적으로 인식한 클레어가 계속해서 "돈은 여기에요~" 라고 양산을 쓴 채로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는 니콜 일행과 레베도 흥이 나고 있다.
호흡도 찰싹 맞는다.
그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조금 아까운 짓을 한 걸까." 라며 후회하는 레이크・다크피난스였다.
넌 좀 더 다른 일을 후회하는 편이 좋아.
자, 여기는 뒷골목에서 생긴 일.
"뭐야 이건!"
어깨가 닿은 양아치를 혼내주겠다며 골목으로 끌고 온 용자 파티의 다무즈였는데, 자랑하는 양손검으로 양아치의 가죽 갑옷을 조금 찔렀더니, 어째선지 검 쪽이 쨍그랑하고 부러지고 말았다.
"뭐야 형씨, 위세가 좋은 것 치고는 볼품없는 무기잖아."
조금 전까지 다무즈의 거체와 커다란 양손검에 조금 쫄았던 양아치는, 검이 부러지자 여유를 되찾았다.
하지만 다무즈도 이대로는 물러서지 않는다.
"흥.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은 이걸로도 충분하다."
다무즈는 주먹을 쥐며, 그걸로 위협하려는 듯 양아치의 눈앞에 내밀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양아치의 이름이 운다.
"시끄러!"
양아치는 갖고 있던 단도를 다무즈의 배를 향해 찌르려 했다.
하지만 다무즈의 온몸은 금속 갑옷으로 둘러싸여있다.
"흥, 그런 무딘 칼로 이 갑옷을 뚫을 수 있겠냐."
단도를 복부의 갑옷으로 흘리려고 배를 내민 다무즈.
그런데 여기서 다시 예상 외의 일이 생기고 말았다.
쨍그랑.
"쨍그랑?"
다무즈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양아치의 단도는 금속 갑옷을 도자기처럼 부수고 다무즈의 베에 깊게 꽂혀버렸기 때문이다.
"뭐야 이건!"
이번엔 진짜 위험한 다무즈.
"헤헤, 꼴 좋다."
이쪽도 설마하던 전개를 보고서 위험하다며 도망치는 양아치.
"어이 잠깐, 의사를 불러줘......"
피가 솟아나오는 배를 움켜쥐며 다무즈는 양아치의 등을 쫓으며 신음소리를 내는 것도 여기까지.
급속히 피를 잃어서 그런지, 다무즈의 시야는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거 위험......."
"괜찮아?"
의식이 멀어져가는 다무즈의 눈에 마지맞으로 비춰진 것은, 금발의 아름다운 소녀였다.
큰일날 뻔했다.
만일 죽어버렸다면 웃어넘길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날 뻔했다.
마부와 헤어져서 가게로 돌아가려는 도중에 우연히 다무즈를 발견한 에리스는, 곧장 다무즈를 '수면' 으로 재우고는 '완전회복의 반지' 로 치료해주었다.
남은 검과 갑옷은 증거가 남지 않도록, 형태도 안 남게 잘게 부숴버렸다.
덤으로 지갑도 가져가자.
이걸로 노상강도를 만난 멍청한 남자 한 명의 탄생이다.
"뭐하는 겁니까 둘 다!"
그레이는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왜냐하면, 파티 멤버 중 한 명은 도적길드에 연행되어서, 석방의 대가로 보석금으을 요구받고 말았기 때문이다.
또 한 사람은 노상강도를 만난 것처럼 장비는 물론 전재산을 잃어버렸으니까.
참고로 전자는 에리스가 함정에 빠트린 도적 기스. 후자는 삐땅이 핥았던 다무즈였다.
"면목없다......"
"나 말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잘 기억 안 나."
기스는 미안하다는 듯 어깨를 떨구었고, 다무즈는 아직도 넋이 나간 듯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재산을 잃게 되면 왕이 준 마왕정벌 자금으로는 버틸 수 없다.
지금도 '저항의 플레이트아머' 의 낙찰가격이 10억 릴까지 가지 않을까 하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때의 지출은 매우 곤란했다.
하지만 다무즈는 느긋하게 이런 말을 꺼냈다.
"저기. 좋은 기회니까 옥션에서 내가 쓸 '비연의 그레이트소드' 도 낙찰해줘."
이 근육뇌가.......
그레이는 다시 머리를 감싸고 말았다.
세 바보야 어쨌든, 유일하게 믿고 있던 기스조차 이런 꼴이다.
이제 누구를 믿어야 좋을지 모른다.
차라리 혼자서 마왕과 대치할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어느 사이엔가 그레이는 평소처럼 방의 한켠에서 무릎을 껴안으며 말없이 벽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용자가 가끔 취하는 저 모습을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피치였다.
"또 시작했어. 이 음침용자."
피치는 불만을 말하면서 방에서 나가버렸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일은 아무래도 좋았던 클리프는,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
'용자 파티' 는 멋지게 나뉘어버린 것이다.
자, 정말 기쁜 표정의 에리스가 소녀들의 노점으로 돌아왔다.
"웬일로 기분이 좋아보이네요. 에리스."
"약간의 임시수입이 들어와서, 오늘은 함께 식사하고 나서 돌아가자. 한나, 켄. 너희들도 같이 와."
임시수입이란 '다무즈의 지갑' 을 말하는 것이다.
평소의 다섯 명에다 한나와 켄을 더한 일곱 명은, 노점의 영업이 끝나자 북적이는 거리로 나갔다.
"여기로 할까."
이 가게는 마리아가 좋아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당당히 들어가는 에리스 일행의 뒤를 쫓아서 쭈뼛거리며 발을 디딘 한나와 켄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정신을 못 차렸다.
이런 호화로운 레스토랑에 오는 건 두 사람 모두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아무거나 주문해도 좋아!"
에리스의 선언에 제각각 익숙한 몸짓으로 마음껏 주문을 정한다.
한편 한나와 켄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 주저할 뿐.
그러자 그런 상태를 눈치챈 캐티가 두 사람을 신경써준다.
"뭘 주문할지 모르겠으면 시험삼아 메뉴의 윗부분부터 순서대로 주문하라냐."
"그럼 그걸로 부탁할게요."
두 사람은 움츠러들었지만, 쭈뼛거리며 주문을 시작했다.
그런 한나와 켄의 모습을 바라보며 에리스는 생각한다.
슬슬 '심부름꾼' 도 필요하겠네.
특히 남자 심부름꾼은 중노동을 시킬 수 있으니 이후로도 유용하겠어.
그래서 에리스는 두 사람에게 이렇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너희들. 가게를 해볼 생각은 없어?"
"가게라니요?"
"실은 지금 하는 찐빵 가게를 계속 열어둘 셈이야."
에리스의 말을 클레어가 이어말한다.
"실은 에리스한테서, 마을과 '백합의 정원' 사이의 길에 가게를 열까 하는 대화를 했었어. 다만, 내가 거기에 계속 있을 수는 없으니까, 일손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고 있었지."
" '백합의 정원' 에 남자를 들일 수는 없지만, 처음에 켄과 대화했던 풀숲 근처라면 새로 가게를 내어도 문제없으니까. 어때, 할 생각 있어?"
갑작스런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하게 해주세요!"
"하겠슴다!"
두 사람의 대답을 듣고 에리스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렇게 에리스는 찐빵 가게의 사업화를 정식으로 진행하기로 한 것이었다.
한나와 켄과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서 레베가 불쑥 물어보았다.
"한나는 그렇다 쳐도, 켄을 동료로 들이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어라. 그건 한나를 여기의 멤버로 들이고 싶다는 뜻?"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닌데......"
그건 곤란한 레베.
이 이상 멤버가 늘어나면 정말 곤란하다.
왜냐면 밤의 로테이션이 길어지게 되니까.
귀엽네.
에리스ㅡ에지는 걱정하는 듯한 레베의 표정을 한껏 음미하고는, 이렇게 말해주었다.
"한나와 켄에게 가정을 꾸리게 하고서, 가게에 붙잡아 두는 거야. 두 사람은 우리들의 '심부름꾼' 으로서 이제부터 돕게 만들 셈이니까."
은연중에 그런 에리스의 계획을 느끼고 있던 후라우도 이어나갔다.
"켄의 과자장인으로서의 실력은 괜찮았으니까요. 그를 '장인' 으로 고용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이제부터 반드시 '남자의 일손' 이 필요하게 될 거야. 뭐, 나한테 맡겨줘."
에리스가 그런 거라면 그렇겠다며, 레베는 납득하기로 했다.
참고로 캐티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기분좋게 빵빵한 배를 쓰다듬으며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렇게 에리스는 편리한 '하녀' 와 '머슴' 을 확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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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아리랑치기를 하는 걸 보고 '아니 이건 좀'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잘 생각해 보면 주인공은 '도적의 신의 대행자' 다. 도적질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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