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41 찌꺼기의 뒷처리2021년 03월 11일 12시 01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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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제까지 앞으로 열흘.
노점 일람이 광장에 게시되자, 와란 주민들이 보기 위해 인파를 만들고 있었다.
에리스 일행도 마찬가지로 게시판을 보러 외출했다.
그녀들의 가게는 '보석상자' 란 이름이었고 판매내용은 '오색의 찐빵' 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신경쓰이는 것은 옆 가게.
'가게명 [남자의 길] 판매내용 [돼지 다르마 밥]'
에리스 일행은 판매자가 누구인지, 곧장 알아채고 말았다.
또 한편의 옆가게에는 모험가길드의 누군가가 과즙을 파는 가게를 내놓는 모양이다.
축제 준비로 북적이는 거리를 모두 함께 산책하고 있자, 어떤 인물이 에리스 일행에게 말을 걸었다.
"에리스 아가씨. 조금 상담할 게 있는데, 괜찮을까?"
등까지 기른 아름다운 금발과, 꿰뚫을 듯한 시선과, 탐스러운 입술.
흰 브라우스의 버튼은 대담하게 풀어헤쳐서, 가슴골에 검은 브래지어가 비쳐보이고 있다.
가죽 미니스커트와 검은 스타킹 사이에서 보이는 절대영역과 가터벨트. 발에는 새빨간 하이힐.
그녀는 '주인님의 은신처' 의 메이드 리더를 맡고 있는 마르게리타 언니였다.
"언니는 변함없네요. 그 모습으로 가게에 나가보는 게 어때요?"
"이미 나가고 있어. 하이힐이 대호평이야."
그런가요.
아무래도 '배덕의 메이드장' 에 이어서 '가학의 비서실장' 이라는 플레이 스타일을 시작한 모양이다.
"그럼 차라도 마시면서 들어볼까요."
에리스 일행은 근처의 까페에 들어가서 마르게리타의 상담을 듣기로 했다.
상담이란 것은 후배인 한나와 모히칸인 켄의 일.
켄은 그로부터 한나가 있는 곳에 다니는 모양이다.
"모히칸들 덕에 꽤 벌었지 뭐니."
마르게리타 언니는 잠깐 미소짓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러던 사이 한나도 켄한테 정이 든 모양이라서."
그러던 얼마 전, 켄이 슬픈 것처럼 한나에게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켄 일행의 보석 소모량이 너무 극심했기 때문에, 조사를 위해 마왕군에서 마물이 파견되었다.
여태까지 켄 일행의 리더였던 마왕의 부하는, 마물과 교대로 마왕의 곁으로 돌아가버린다.
그렇게되면 여태까지처럼 켄 일행이 자유롭게 와란에 다닐 수 없게 되어버린다.
"흐음~"
"그래서 한나가 말하기로는, 켄도 이런 생활에서 도망치고 싶은 모양이라더라. 뭐, 애초에 그들도 농부였으니."
"켄의 동료도 마찬가지인가요."
"그런 모양이더라."
에리스는 생각했다.
"슬슬 물러날 때일까요."
"아마 그럴 거야. 아가씨."
보석을 갖지 않은 마왕군 따위는 쓸데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그리고 마왕군이 와란 주변을 돌아다니며 수확제에 지장을 끼치는 것도 우려된다.
모히칸 쥐어짜기는 끝내기로 할까.
에리스는 마르게리타한테 전했다.
"다음에 켄이 오면, 저희 집에 들르도록 전해줄래요?"
"괜찮니?"
"뭔가 좋은 방법을 생각해둘게요."
이렇게 다섯 명은 까페에서 마르게리타와 헤어졌다.
그리고 다음 날.
후린트 공방에서 '주머니' 와 '포장지' 가 배달되어 재잘거리며 기대하고 있던 다섯 명한테, 켄과 한나가 나란히 찾아왔다.
아무래도 한나는 구태여 '주인님의 은신처' 에서 휴가를 얻은 모양이다.
켄을 남자금지인 에리스 일행의 저택에 들일 수도 없었기 때문에, 에리스 일행은 처음엔 켄과 대화했던 풀숲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켄의 말로는, 켄 일행의 아지트는 현재 와란 남쪽에 설치되었다고 한다.
멤버는 10명 정도인데 전부 켄과 같은 마을 출신이다.
그걸 마왕직속의 부하인 인간이 리더가 되어 통솔하고 있다.
마왕의 부하는 마왕군 본부와 어떤 수단으로 연락하는 모양인데, 때때로 보누에서 마물이 파견나와서 켄 일행이 회수한 클로를 옮겨간다고 한다.
마왕군에서 리더와 교대할 마물이 도착하는 건 내일.
그렇게 되면 켄 일행은 보석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된다.
자칫 잘못하면 마을을 습격하라는 명령이 나오고 말지도 모른다.
켄도 동료도, 내심으로는 평화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자신들이 촌락은 마왕군에게 멸망당하고 말았다.
그곳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조금 생각한 에리스는, 이어서 천박한 미소를 띄웠다.
"당신들, 전멸해버리는 게 어때."
"뭐?"
켄의 얼빠진 반응과 상관없이 레베 일행은 에리스에 찬성하였다.
"그래. 그 방법이 제일 간단하다."
"당신들은 일부러 도망치게 할게요."
"이왕이면 용자의 부하를 자칭하자."
"그대로 쳐들어가라고 조언해버리라냐."
에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켄의 옆얼굴을 쳐서 눈이 번쩍 뜨이게 한 후에, 다시 한번 설명을 되풀이했다.
이번엔 켄과 한나도 이해한 모양이다.
"전멸한 뒤의 일은, 스스로 생각해."
그 날 켄은 아지트로 돌아가서는, 먼저 동료들한테 에리스가 지시한 작전을 설명해주고, 그 뒤 마왕의 부하인 리더에게 보고하였다.
"용자의 부하같은 자들이, 저희들을 찾는 모양입니다."
그러자 리더는 여유로는 표정을 보였다.
"재밌군. 본부로 돌아갈 때의 선물로 토벌해주겠다."
리더는 공격이야말로 최선의 방어라는 듯, 내일 켄 일행 전원을 아지트에 머물게 한 후 주변을 탐색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수상한 자를 보면 아지트로 끌어들여서, 여기서 마무리한다.
'공격보다 지키며 역습'
이건 올바른 작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리스ㅡ에지한테 읽혀버렸지만.
한편 에리스는, 도적길드와 모험가길드에게 이제부터 진행할 작전을 보고하러 향했다.
이것은 만의 하나 자신들이 마왕군에 당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그 이외에도 몇 가지 상담을 마스터와 하러 갔다.
바르디스와 테세우스한테서 계획과 그 후 뒷처리의 승낙을 받은 에리스는, 저택으로 돌아가 다시 다섯 명과 계획의 확인을 하였다.
처음 있는 필드전이라서, 제각각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떠올랐다.
그렇게 하여 기분좋은 아침이 찾아왔다.
"자, 오늘은 힘내자."
다섯 명은 아침식사를 하며 작전을 다시 확인하였다.
오늘은 평소와 장비를 조금 바꾸기로 했다.
"자 '용자님의 부하' 의 출발이야!"
마도마를 타고 남쪽으로 몇십 분 정도 달려나가자, 에리스 일행은 계획대로 마왕군에게 발견되었다.
어쨌든 마치 유도하는 것처럼 도망치는 마왕군을 쫓아간다.
그렇게 에리스 일행은 알기 쉬운 절벽에 둘러싸였다.
보나마나 절벽의 그림자에는 복병이 숨어있을 것이다.
"클레어, 해버려."
"오케이! '패럴라이즈 샤워' "
클레어의 마법은 정확히 절벽 뒤에 직격하여, 그곳에 숨어있던 모히칸들의 의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어서 절벽을 빠져나온 에리스 일행을, 무기를 든 모히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에리스 일행은 마도마에서 내려와서는 응전태세로 들어갔다.
손끝을 까딱거리며, 모히칸들을 도발하는 캐티.
그 무시하는 듯한 몸짓을 보고, 켄 일행은 리더의 지시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가자!"
켄의 호령을 신호로 남은 모히칸들이 에리스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들에 반격하는 것처럼 캐티가 그 틈을 화려하게 지나갔다.
그러자 켄을 시작으로 모히칸 일행은 캐티의 타격에 의해 모두가 의식을 빼앗긴 것이었다.
"뭐냐 너희들......."
켄 일행이 지키던 천막에서, 그럴듯한 갑옷을 걸친 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섯 명은 아저씨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우리들은 용자 그레이의 선발대. 너희들을 쓰러트리려고 찾아왔다."
"재밌군, 재밌구만 인간들이여!"
웃음소리와 함께 아저씨의 뒤를 이어 천막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산양의 머리' 에다 '인간의 머리' 그리고 '산양의 다리' 를 한 전형적인 악마였다.
"오오. 잔겔 공!"
아저씨의 부름에 응한 것처럼 걸어간 악마는 레베의 앞에 섰다.
악마는 세로로 갈라진 무기질한 눈동자로 레베의 모습을 쳐다보았지만, 레베도 그 시선을 그대로 태연하게 맞받아쳤다.
"맛있어보이는 여자로구만. 산 채로 먹어주겠다."
"가능하다면 말이지."
그러자 잔겔은 레베를 향해 갑자기 '아이스 포그' 를 영창했다.
이것은 '빙결의 반지' 와 같은 효과를 가진 얼음 마법이다.
순식간의 레베의 온몸이 서리에 뒤덮여 하얗게 물들고 말았다.
" '계집의 얼음과자' 가 만들어졌다."
잔겔은 눈앞에서 움직임을 멈춘 레베의 눈앞으로 천천히 손가락을 뻗어나갔다.
"먼저 건방진 눈알부터."
"그건 곤란하지."
갑자기 얼어붙었을 레베의 입이 열렸다.
그 표정에는 미소까지 띄우고 있다.
동시에 레베는 바스타드소드를 휘둘러서 눈앞에 있는 잔겔의 팔을 잘라내고 말았다.
레베는 '저항' 과 '흡마' 의 능력으로 마법대미지를 15까지 경감시킬 수 있다.
한편 '아이스 포그' 의 기본 대미지는 '10'.
그래서 레베에게 대미지를 입히지 못했기 때문에 추가효과인 '빙결' 도 효과가 나지 않은 것이다.
단지 레베의 표면에 옅은 서리가 끼게 만들었을 뿐.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무표정으로 있어야 할 산양의 머리에 초조함이 떠올랐다.
하지만, 레베는 상관하지 않고 이렇게 쏘아붙였다.
"걱정 마라. 난 추한 네놈 따위는 먹지 않을 테니."
그리고 그대로 바스타드소드를 다시 휘둘러 잔겔의 목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만일을 위해서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천천히 쓰러진 잔겔의 심장의 위치를 노려 바스타드소드를 찔러넣은 것이었다.
한편 레베가 악마를 압도하는 사이 후라우는 놀라서 무방비하게 된 아저씨에게 슬쩍 접근하여, 귓말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들은 이제부터 동쪽으로 가서, 동료와 합류하면 마왕군 본대에 도전할 거에요. 가능하다면 당신은 도망쳐서....."
"무슨 뜻인가?"
"마지막까지 말하게 할 셈인가요? 전 피치님의 부하에요. 다음엔 적과 아군 사이가 아닌 당신과 만나고 싶네요."
이어서 아저씨를 데리고 천막 뒤로 가서는, 묶여진 말 중 하나에 아저씨를 태운 후 말을 놓아주었다.
이렇게 싸움은 끝났다.
이런이런.
아저씨의 모습이 사라지자, 에리스 일행의 뒤에서 켄을 시작으로 모히칸들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에리스는 켄을 돌아보며 서두르라는 것처럼 재촉했다.
"자, 빨리 천막에서 돈 될만한 걸 주워. 그게 이제부터 당신들의 전재산이니까."
에리스의 재촉에 모히칸들은 서둘러 천막으로 돌아가서, 남은 보석과 도구를 옮겨왔다.
제각각 돈될만한 것을 품고 돌아오자, 클레어는 천막에 불을 질렀다.
"그럼 돌아가자."
에리스는 제각기 말에 탄 모히칸들을 모험가길드까지 안내하였다.
다음으로 길드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멤버 아저씨들이 모두 나서서 켄 일행의 모히칸을 깎아서 대머리로 만들어버렸다.
이어서 히야호 아머와 히야호 배트를 켄 일행에게서 회수하고, 대신 초심자용의 가죽갑옷과 셔츠와 바지를 주었다.
"그럼 테세우스 씨. 다음은 잘 부탁할게요."
에리스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길드마스터는 손가락을 딱딱 울리며 에리스에게 대답했다.
"오우. 철저하게 단련시킬 테니 맡겨둬."
켄 일행은 이제부터 '모험가길드 소속' 이 되어, 길드의 잡일부터 시작하게 된다.
모험가길드에서도, 요즘은 인력이 부족해서 숙련된 모험가한테 마부의 일을 맡겨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은 이야기였다.
"그럼, 돌아갈까."
"그러고 오늘은 점심식사를 걸렀네요. 저녁식사는 레스토랑에서 들지 않겠나요?"
"그랬구나. 가끔은 외식도 좋겠지."
"삐땅도 데리고 가자!"
"난 생선을 먹겠다냐."
이렇게 일을 끝낸 에리스 일행은 바쁜 하루를 끝낸 것이었다.
한편 여기는 후라우가 도망치게 한 마왕군 아저씨.
그는 마왕의 성으로 말을 달리면서 '멀리 외치는 헬멧' 을 통해 '마왕군 통신부' 와 연락을 취했다.
"여기는 '와란・위트그레이스 방면 선발대' 다. 안타깝게도 나 이외의 선발대는 전멸했다."
"상세한 내용을 보고하라."
"용자의 선발대를 자칭하는 녀석들이 습격하였다. 이 싸움에서 잔겔 공도 전사했다."
"잔겔 공이 전사라니! 그는 '악마' 라고."
"틀림없다. 상대는 상당한 실력자다. 그들은 그대로 동방으로 향하여 용자의 본대와 합류한 후, 마왕성으로 향한다고 한다."
"잘도 그런 정보를 얻었군."
"뭐 그렇지."
자랑스러운 아저씨에게, 통신부는 이렇게 지시를 내렸다.
"그 쪽 방면에서 보낸 '클로' 는 전부 '꽝' 뿐이었다. 일단 동쪽으로 탐색을 집중하겠으니, 당신은 재빨리 성으로 돌아와라."
아저씨는 말 위에서 생각했다.
마왕이 용자를 쓰러트린다면, 정보의 보수로 조금 전의 여자를 받기로.
분명 피치라는 자의 부하라고 했었지. 그 단내가 나는 여자는.
잘 됐구만, 넌 살았다고. 나 덕분에 말이다.
그런 식으로 아저씨는 상스러운 상상을 하며 가슴을 두근거렸다.
하지만 상스럽기 때문에 '킹 오브 쌍놈' 인 에리스한테 사고방식을 완전히 읽혀서, 그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본부로 돌아간 아저씨는 마왕과 회견을 하게 되었다.
"수고했다."
아저씨는 온통 금색으로 물든 마왕의 앞에 무릎꿇고는, 통신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되풀이했다.
"흐음~ 용자는 동쪽에서 오는 것이로군."
"그렇사옵니다."
자신의 정보에 확신을 가진 아저씨는 자랑스러운 듯 얼굴을 들었다.
그런 아저씨를 보고, 마왕은 다시 반복하여 말했다.
"수고했다."
다음 순간 아저씨는 마왕이 쏜 마법에 의해 온몸의 피가 빠져나가, 메말라버리며 절명하였다.
마왕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마왕이 실패한 녀석을 용서하면 꼴불견이잖아."
"그렇습니다, 마왕님."
"그럼 서쪽은 일단 보류하고 동쪽에 군을 집중시켜."
"알겠습니다."
"그럼 놀다 올게."
마왕은 악마부관에게 그렇게 명하고는, 그의 '할렘' 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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