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2 절벽 소녀
    2021년 03월 11일 15시 14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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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43/

     

     

     

     와란은 수확제의 전날을 맞이했다.

     상인길드의 게시판에 붙여진 '옥션 리스트' 의 앞에는 많은 인파가 생겨났다.

     

     모두가 주목하는 건 당연하게도 도적길드에서 출품하는 '저항의 플레이트아머' 였다.

     그 놀랄만한 성능은 곧장 와란 전역에 전해졌다.

     

     " '마법대미지 10 경감' 이라니 실화냐고! '전설의 장비' 급이잖아!"

     " '파이어 바렛' 무효화도 그렇고 '파이어 버스트' 를 맞아도 살아남는다고!"

     "옥션에선 '3억 릴 스타트' 지만, 이건 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그렇게 전하는 도중에, 이미 와란을 방문한 근처의 '부자' 들은, 부하들을 급히 본거지로 보내었다.

     당연하게도, 그 목적은 '저항의 플레이트아머를 낙찰하기 위한 자금조달' 이었다.

     참고로 내일부터 휴업에 들어가는 모험가길드도 '길드 어음' 의 발행때문에 대혼란이었다.

     

     그 외의 물품 중에서 의외로 주목을 모은 것은, 에리스 일행이 출품한 '비연의 그레이트소드' 였다.

     이것의 시작 가격은 2200만 릴이라서 '비연의 미노타우로스 메이스' 와 같은 가격대다.

     하지만 '메이스' 와 달리 '그레이트소드' 는 드물다.

     

     "이것도 낙찰가는 꽤 올라가겠구만."

     "잘도 상인길드가 이 시작가를 인정했네."

     "에리스 일행의 싸인도 들어가서 매니아들도 참전하는 모양이라고."

     

     사람들은 그런 소문을 퍼트리며 '수확제' 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당사자인 에리스 일행은 '중앙광장' 에서 가게의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외에는 레베와 캐티가 에리스를 돕고 있었다.

     축제 기간 중에 에리스는 두 알바를 고용했다.

     한 사람은 판매원을 하게 될 한나. 또 한 사람은 뒷편에서 일할 켄이었다.

     

     에리스는 머릿속으로 재빨리 계산을 해보았다.

     하루에 백 세트를 판매목표로 삼을 경우, 하루의 순이익은 7만 릴을 기대할 수 있다.

     

     "한나, 켄. 두 사람의 알바비는 제각각 하루에 1만 릴이야."

     상당한 양의 알바비에, 두 사람은 기쁘게 끄덕였다.

     수확제의 기간은 7일이니까, 한나와 켄이 둘이서 일하면 14만 릴을 벌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하루에 5만 릴의 최종이익을 예상한 에리스도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쪽은 7일 동안 35만 릴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니까.

     "이건 수확제 종료 후에도 계속 사업할지 생각해야겠네."

     라고 에리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택에서는 후라우와 클레어 두 사람이서 클레어가 설계한 '대형 찜기' 를 사용해 백 세트 분량의 찐빵을 한번에 찌고 있었다.

     "이 찜기로 다른 여러 요리가 만들어질 것 같네요."

     "축제가 끝나면, 여러가지로 시험해보자."

     클레어도 후라우의 흥미로운 말에 동하는 모습이다.

     

     

     자, 가게의 준비도 끝난 에리스, 레베, 캐티가 느긋하게 산보하다가 귀가길에 오르는 도중, 갑자기 레베가 슬며시 캐티의 등뒤로 숨었다.

     

     "왜 그래 레베."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이 있다."

     

     레베의 시선 끝에는 화려한 복장의 형씨와, 그 측근인 언니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이 마을 사람이 아니다.

     

     그러자 형씨는 재빨리 캐티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거기 새하얀 아가씨. 내 친위대에 가담할 생각은 없나?"

     "냐아?"

     

     갑작스런 권유에 당황하는 캐티의 등뒤에서, 레베는 방향을 바꿔 그곳에서 떠나려 했다.

     하지만 레베를 눈치챈 형씨가 이런 말을 내뱉었다.

     

     "뭐야, 거기 있는 건 '절벽의 레베' 잖아. 또 도망치는 거냐 레베!"

     "당신, 레베와 아는 사람?"

     참지 못하고 물어보는 에리스에게, 형씨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귀여운 아가씨. 난 '레이크다크피난스' 라고 한다. 저기 있는 말괄량이의 '전 약혼자' 다."

     

     약혼?

     

     이건 에리스도 당황하고 말았다.

     

     그러자 참지 못한 레베는 다시 발걸음을 돌려 레이크의 앞에 섰다.

     

     "레이크. 그 때는 미안했다."

     "흥. 나도 말괄량이 절벽 소녀에는 흥미없다고. 하지만 수치를 안겨준 것은 사실이니까. 사과의 뜻으로 너의 집안에서 제대로 '배상금' 을 받았다고. 슬슬 네 가문도 스러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옅은 미소를 띄우는 레이크.

     

     " '배상금' 이라니?"

     "당연하지. 영주의 아들한테 강제로 딸을 떠민 시골귀족이 막판에 그걸 망쳐버렸으니까. 영주한테 그런 무례를 저지르고 그냥 끝날 리가 없다고. 귀족의 지위를 박탈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했으면 좋겠는데."

     

     놀라서 목소리도 못내는 레베를 향해 레이크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쏘아붙였다.

     "가문을 버린 가출녀한테는 상관없는 일인가. 본가 따위는."

     

     경악할만한 내용에, 에리스도 캐티도 레베에게 걸 말을 찾지 못했다.

     

     "저기. 슬슬 가요."

     측근인 언니들이 따분하다는 듯 레이크를 재촉했다.

     "그럼 이만. 그리고 거기 고양이녀. 돈이 필요해지만 언제든지 나한테 오라고."

     마지막까지 천박한 말을 남기면서, 레이크는 측근들과 함께 떠나갔다.

     

     "레베......."

     "아니, 미안. 못 볼 꼴을 보게 해서."

     레베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풀이 죽은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캐티가 좋은 조언을 해주었다.

     

     "레베는 '세탁물' 을 많이 널어서 돈도 많이 벌었으니, 그걸 실가에 갖고 가면 된다냐. 수확제가 끝나면 모두 레베의 실가로 간다냐. 배상금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1억 릴 정도 있으면 분명 어떻게든 될 거다냐."

     에리스도 자신들이 이미 많은 재산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닫고 조언해주었다.

     "레베, 돈 바꾸자."

     "아아 미안. 그럼 바꿀게."

     

     이렇게 세 명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귀가길에 올랐다.

     

     

     저택으로 돌아온 에리스는 클레어를 불러 객실에서 계산을 시작했다.

     "저기 클레어. '빵가게의 점포' 는 예산이 어느 정도 있으면 건설할 수 있어?"

     "점포 뿐이라면 500만 릴. 간단한 거주공간을 붙인다면 천만 릴 정도부터인데."

     

     흐음~

     천만 릴인가.

     그거라면 하루에 5만 릴의 이득으로 쳐서, 2백 일 지나면 회수할 수 있겠네.

     

     "건설기간은 어때?"

     "통나무집 형식이라면 내부장식 제외하고 표준 30일이 적당해. 추가비용을 들이면, 좀 더 기간을 짧게 할 수도 있지만 말야."

     "고마워, 참고가 되었어."

     "혹시 에리스?"

     "알겠어 클레어?"

     

     훗훗훗.

     헷헷헤.

     이제부터 금흑 콤비의 진가가 객실에서 발휘되는 것이다.

     

     

     그 날 저녁은 식사를 빨리 끝내고 목욕을 한 후, 내일을 대비하기로 했다.

     에리스는 삐땅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삐땅도 내일부터 바빠지겠네."

     삐이.

     

     

     자 여기는 심야의 모험가길드.

     "어이 문 열어줘. 와이트의 미궁에 가고 싶단 말이다!"

     모험가길드의 닫혀진 문 앞에서, 다시 와란으로 돌아온 용자 일행이 열라고 투정부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미 모험가길드의 영업이 끝난 것이다.

     

     "이제 포기하자고. 내일 다시 오면 되니까."

     용자 그레이는 어쩔 수 없이 도적 기스의 제안을 따랐다. 

     

     오늘의 탐색을 포기한 용자들은 마을에서 숙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수확제의 전날에 방이 남아있을 리가 없다.

     어딜 가든 문전박대 당했다.

     결국 일행은 교외에 있는 야영지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스카이캐슬 국왕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용자 파티가 야영이라니."

     불만을 말하는 다무즈.

     "계획성이 없네."

     마찬가지로 불만을 말하는 피치.

     "사전에 조사한다고 하는 지식이 없으니까요, 우리 용자님은."

     크리프도 신랄한 대사를 날린다.

     

     "너희들 적당히 해둬."

     기스의 주의에 세 사람은 조용히 했지만, 그레이는 옆에서 침대를 부둥켜안고 침울해하였다.

     아무래도 이 용자. 힘은 있지만 인망은 없는 모양이다.

     참고로 용자 파티 누구 한 사람도, 내일부터 7일 동안 모험가길드가 쉬기 때문에 미궁탐색도 7일 동안 쉬게 될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하였다.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밤이 지났다.

     와란의 '수확제' 개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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