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1 7일째, 마을 만들기!
    2021년 03월 11일 20시 15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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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42/

     

     

     

     아침이 왔다.

     

     태양의 빛과 약간 서늘한 공기다.

     

     조금씩 추워지고 있나?

     

     내가 이세계의 계절을 생각하며 잠이 덜 깬 머리를 굴리고 있자, 옆에서 자던 엘레노아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잘 잤어?"

     

     "잘 주무셨나요, 주인님. 오늘 아침은 전날보다도 강약 조절이 좋네요."

     

     그렇게 말하며, 엘레노아는 기쁜 듯이 웃었다.

     

     참고로, 나체다.

     

     안 돼 안 돼.

     

     

     

     

     "오늘은 어떤 예정인가요?"

     

     알현실에 들어와서 의자에 걸터앉은 나에게, 엘레노아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흐음....인접국이 될 나라에는 새로운 국가의 이야기가 전해졌을 거다. 그럼, 모처럼의 영토이니 가꾸어 보기로 할까."

     

     "그건 좋은 생각이네요."

     

     내가 방침을 정하자, 엘레노아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째선지 오늘은 엘레노아의 기분이 좋다.

     

     내가 푸념을 늘어놓은 게 그렇게 기뻤던 건가.

     

     "....뭐 상관없나. 일단 심연의 숲 안쪽에 성이 있는 이상, 적어도 성으로 이어지는 길 정도는 필요하겠지."

     

     "숲을 베어버릴 건가요?"

     

     "그렇군...숲은 벌채하던가, 숲 위를 지나가는 거대한 다리를 만들던가, 지하를 지나는 지하도를 만들던가...."

     

     "역시 주인님이세요! 그런 훌륭한 아이디어가 점점 솟아나다니. 엘레노아는 다리를 만드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요."

     

     엘레노아가 그런 말을 하자, 알현실에 누군가가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나리."

     

     그렇게 인사하며 알현실에 들어온 사람은, 내가 마지막으로 만든 길드멤버, 밀레니아다.

     

     "마침 좋은 때에 왔구나. 건국선언은 끝났으니, 나라답게 만들려고 생각한 참이야. 역시 성은 적이 침공하기 어렵도록 산 위에 지을까?"

     

     "그렇네요...길드의 거점이기도 한 이 성으로 이어지는 길은 굳이 필요없을지도 모릅니다. 나리가 염려하시던 강한 존재가 있을 경우, 몸을 숨기며 방어하겠다면 이 성 만큼 적절한 장소는 없으니까요."

     

     "아, 그런가. 그렇군....그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

     

     밀레니아의 지적에 난 신음을 내면서도 찬성하고 나서, 고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밀레니아가 날 보았다.

     

     "새롭게 성을 짓도록 하죠."

     

     "뭐? 아니아니,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심시티처럼 중세 유럽풍 마을을 척척 만들고 싶은데."

     

     "심시티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주인님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이 성을 만들지 않으셨습니까?"

     

     "그건 과금....아니, 아무것도 아냐. 이 세계에선 아마 불가능할 거야."

     

     "그런가요. 그렇다면, 길드 멤버들 중에 있는 연금술사와 건축사, 대장장이 등의 생산직 자들에게 만들도록 하죠."

     

     "아무리 생산직이라고 해도...아, 스킬이라면 잘 되려나? 시험해 볼 가치는 있겠군."

     

     나는 밀레니아의 말에 생각을 고친 후 고개를 들었다.

     

     "엘레노아, 밀레니아. 생산직들을 전부 모아줘. 유니크 직업인 악사도 일단 함께."

     

     악사의 스킬 중에 응원, 사기향상이 있던 느낌이 든다.

     

     갑자기, 재미있어졌다.

     

     전쟁할 때는, 몸의 변화에 맞춰서 자신의 겅격이 변해가는 듯한 불안감이 있었지만, 마을 만들기를 생각할 때는 평온한 마음으로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후의 일을 생각하며 무의식적으로 미소를 띄웠다.

     

     자, 어떤 마을을 만들까.

     

     

     

     

     "주인님, 전부 모였습니다."

     

     "생산직은 모두 38명이네요."

     

     38명.

     

     여러가지로 할 수 있어보이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애써봐야 집 한 채 정도만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약간 불안해지면서, 모인 길드멤버를 둘러봤다.

     

     그 중 한 사람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귀여운 다크드워프 소녀다.

     

     "미라, 연금술을 써서 건축재를 만들 수 있을까?"

     

     "예. 지아이성의 지하에 있는 거짓 알현실과 마찬가지로, 얇은 판 모양이라도 좋다면 미스릴로, 일부라면 오리하르콘으로도 괜찮아요. 재료는 지아이성의 주변에도 많이 있으니까요."

     

     "흐음, 다른 나라의 사자가 올 때 깜짝 놀라게 하고 싶은데, 높이 100미터 정도의 서양풍 성을 만든다면 표면은 미스릴로도 가능할까?"

     

     "...어떻게든 괜찮을 것 같아요. 아마, 미스릴 광석의 채굴 여부에 따라 다르겠지만요."

     

     "뭐 창문을 많이 만들고 그 부분을 격자형으로 만들고, 지붕 부분은 다른 물건을 쓰는 식으로 어떻게든 해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옆에 선 수염난 드워프에게 눈을 돌렸다.

     

     "대장장이 스킬 중에서 좋은 건 없어?"

     

     내가 그렇게 묻자, 드워프 대장장이인 카무리가 입을 열었다.

     

     "그렇군. 내 스킬이라면 마술각인을 새길 수 있는 정도? 뭐, 성을 짓는 정도라면 우리들로도 곧장 짓지 않겠나."

     

     "흐음. 마술각인은 마술위력감소나 마술봉인의 각인이 좋을까. 좋아, 생각해두지."

     

     나는 카무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말하고 나서, 다음 사람에게로 눈을 돌렸다.

     

     살갗이 희고 키가 훤치한 인간족, 디그니티다. 우리 길드 멤버 유일한 건축사다. 검고 긴 머리가 돋보인다.

     

     "성의 건축이다. 가능하겠어?"

     

     내가 묻자, 디그니티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야윈 볼에 한쪽 손을 대며 몸을 비꼬았다.

     

     "후후, 가능하답니다? 호화찬란한 성을 만들 거지요? 다만, 이 경우엔 아마 폭이 200미터는 필요할 걸요? 저의 건축스킬로 조절과 보수, 건물의 강화까지 가능하니 일단 안심하세요, 보스."

     

     어째선지 계속 몸을 비비꼬는 디그니티를, 난 미지근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참고로 디그니티는 남자다. 재미있을까 생각해서 여장남자로 만든 것이다.

     

     "그런가, 부탁할게. 디그니티."

     

     "아아! 절 부를 땐 디라고 하세요. 그리고 보스? 서둘러 지을 거라면 대지계 마술로 벽을 짓고 난 후에 연금술로 그 벽에서 성을 만들 수 없을까요?"

     

     "응?"

     

     "어?"

     

     디그니티의 질문에, 나와 미라는 동시에 물음표를 띄웠다.

     

     내가 미라를 보자, 미라도 날 보고 있었다.

     

     "할 수 있겠어?"

     

     "....해, 해볼게요."

     

     나는 혼자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다른 사람들을 보았다.

     

     "자, 일단 생산직과 유니크 직을 전부 불러모았는데, 그 외에도 뭔가 마을을 만드는 데 좋은 기능, 스킬을 가진 자는 있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몇 명이 목소리를 내었다.

     

     유니크 직업인 나뭇꾼이 목재조달과 가공을, 예술가가 창과 장식을, 탄광부가 길을 정비하고 수로를 판다.

     

     참고로, 나뭇꾼은 도끼, 탄광부는 삽으로 싸운다. 예술가는 어째선지 활을 드는데 회복과 보조마술을 쓰거나 한다.

     

     어딘가의 길드는 유니크 직업만으로 편성되었기 때문에, 길드대항전에서 혼란스러운 전장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아, 네스트는 베롯사와 함께 육체노동을 하는 길드 멤버의 응원을 해줘. 속도상승과 체력회복 스킬을 부탁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악사인 네스트와 무용수인 베롯사가 고개를 숙였다.

     

     대개의 역할이 정해진 참에 내가 한숨 내뱉자, 디그니티가 몸을 비꼬았다.

     

     "그런데, 보스? 건설예정지는 어딘가요?"

     

     "그렇지. 지아이 성에서 제일 가까운 촌락, 그라드 촌의 부근이면 괜찮겠지. 그라드 촌은 성 밑 마을로 삼을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그니티가 수긍했다.

     

     이제 수도의 장소가 결정되었다.

     

     이런 가벼운 느낌으로 정해도 좋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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