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40 6일째 밤, 엘레노아의 헌신
    2021년 03월 10일 19시 04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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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41/

     

     

     

     "어서오세요.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나는 드래곤 형태의 라그레이드에 타고 돌아온 주인님께 인사하고서, 서둘러 주인님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래, 이제 왔어. 오늘은 피곤하니 목욕만 할게."

     

     "식사는 괜찮으신가요?"

     

     "그래, 배고프지 않으니까."

     

     주인님은 조금 지친 모습으로 저에게 미소를 지어준 후, 그렇게 말하고 성으로 향하였습니다.

     

     "주인님. 괜찮으시다면 제가 목욕의 도움을...."

     

     "피, 필요없어. 혼자서도 충분해."

     

     어쩔 수 없이 주인님의 뒤를 따라서 걸어갑니다.

     

     문득 저는 앞을 걷고 있는 주인님의 등을 보고, 평소보다 아주 약간, 손가락 하나 정도 만큼 주인님의 등이 움츠러든 것을 눈치챘습니다.

     

     저는 서둘러 주인님의 옆으로 이동하여, 자세하게 주인님의 몸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응? 뭔데?"

     

     "아뇨, 신경쓰지 마세요."

     

     고개를 끄덕이는 주인님의 표정을 확인하니, 눈이 약간 충혈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존안도 약간 채도가 떨어졌습니다.

     

     역시 피곤한 게 틀림없습니다.

     

     오늘은 잠들기 전에 전신을 마사지해드리지요.

     

     

     

     

     주인님의 목욕 시간.

     

     나는 두근대면서도, 어떻게든 발을 지면에 대고 알현실을 지켰다.

     

     주인님이 길드의 지휘를 맡지 않는 사이에는, 내가 대리다.

     

     나는 알현실의 계단 앞에 서서 계속 날아드는 길드멤버의 보고를 받고, 그걸 간추려야만 한다.

     

     "엘레노아, 듣고 있어?"

     

     "예, 듣고 있어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세디아한테 대답을 해주며, 난 고개를 들었다.

     

     "그래? 오늘은 꽤 대답이 짧다고나 할까, 적다고나 할까....뭔가 신경쓰이는 일이라도 있어?"

     

     "괜찮아요. 이건 저의 중요한 역할이니까요."

     

     "어? 아, 대장의 대리일? 확실히, 그건 중압감이 들겠네. 대장을 대신하기란 정말 어려울 테니까."

     

     세디아는 그렇게 말하고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세디아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 세디아가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했다.

     

     보고서를 읽어나가자, 서니한테서 들었다고 쓰여진 정보가 내 눈에 들어왔다.

     

     주인님이 가란 황국군에게 마무리 일격을 지시했을 대, 손끝이 떨렸다는 보고다.

     

     다만, 그 후 가란 황국으로 이동했을 때에는, 평소의 주인님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야, 사이노스한테 말했어. 미안하다고. 그런데도 사이노스는 가란 황국에서도 나한테 불만을 말해....왜 그래, 엘레노아."

     

     "...아뇨, 아무일도 아니에요."

     

     "아니, 아무일이 있는 거잖아. 그냥, 오늘은 누구한테 대신 맡기고 쉬어. 소아라나 밀레니아라면...."

     

     "그렇네요. 그럼, 부탁할게요, 세디아."

     

     "뭐?"

     

     세디아가 굳어있는 사이에 보고서 더미를 세디아한테 떠맡기며 일어서자, 세디아가 재기동하고 말았다.

     

     "아, 아니아니아니! 무리라니까!"

     

     "무슨 말하는 건가요. 세디아니까 맡긴 건데요? 정말, 고마워요. 세디아 덕분에 마음에 스며들었던 불안의 가시가 뽑힐지도 모르겠네요."

     

     "....아~! 알았다고! 내가 해둘 거니까 엘레노아는 대장을 부탁해. 대장, 지친 모양이었으니까."

     

     "...눈치채고 있었나요?"

     

     "길드 멤버라면 당연히 눈치채지. 아니, 길드 멤버인 여자라면, 일까?"

     

     "과연, 그렇네요."

     

     난 세디아에게 미소로 대답해주고서, 발걸음을 돌려 주인님에게 향했다.

     

     

     

     

     "실례할게요."

     

     대답이 있어서 주인님의 침살로 들어갔지만, 주인님은 침실의 등불을 끄고 있었습니다.

     

     "엘레노아, 여기로 와 봐."

     

     "예."

     

     가까이 가보니,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주인님이 저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존안에는, 왠지 그림자가 느껴지는 미소가 떠올라 있습니다.

     

     "무슨 일, 있었나요?"

     

     "의외로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손의 떨림이 그치질 않는다고. 왜일까, 엘레노아."

     

     주인님은 그렇게 말하며 제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주인님, 뭐든 제게 말씀해주세요. 엘레노아가 전부 이루어주겠어요. 그러니, 기운 차려주세요."

     

     제가 그렇게 말하자, 주인님은 웃으면서 손을 내리셨습니다.

     

     "...이 세계에 와서, 내가 내가 아닌 듯한 감각일 때가 있어."

     

     주인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저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 감촉도, 엘레노아의 눈빛도, 이 방과 네 냄새도, 감각적으로는 이게 현실이라고 알고 있어. 하지만, 난 내가 자신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알 수 있겠어?"

     

     "....모르겠어요. 하지만, 주인님은 주인님이에요."

     

     "사람의 목숨이.... 맞다, 엘레노아. 넌 누군가 존경할만한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

     

     "주인님이에요."

     

     "....아니, 그게 아니고.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자 중에서."

     

     "없어요."

     

     "어째서? 예를 들면, 비리아즈 백작은 어때? 대국에서 확실한 신분을 가진 귀족이라고."

     

     "저에게 있어선 의미없는 신분이에요."

     

     "가란 황국의 관리는?"

     

     "마찬가지로, 어중이떠중이 중의 한 명인데요."

     

     "확실히, 우리들한테는 관계없겠지. 하지만, 이전의 나라면 상대의 지위도 약간 고려해줬을 거야. 하지만, 귀족이든 나라의 중진이든 아무렇게도 생각치 않아. 굳이 말한다면, 모험가인 월프한테는 약간 경의를 갖고 대하고 있어. 어째서일까. 같은 인간인데."

     

     "....주인님은 저희들의 창조자이며, 인간족 중 최상위의 존재, 하이휴먼이니까요....그리고..."

     

     "뭐? 지금 뭐라고 말했지?"

     

     "네?"

     

     "하이휴먼....그런가, 나는 하이휴먼이었군. 혼은 나여도, 몸이 정신에 영향을 끼치나? 아니, 잠깐....그럼 또 그 외에도 신체적인 변화가...."

     

     주인님은 갑자기 입 안에서 중얼거리는 것처럼 뭔가를 입에 담으며, 시선을 저에게서 벽으로 향하였습니다.

     

     조금 지나자, 주인님은 조금 밝아진 표정으로 절 내려다 보셨습니다.

     

     "고맙다, 엘레노아. 조금 실마리를 찾은 기분이 들어."

     

     "아뇨, 주인님. 전 주인님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하늘에 뜬 기분이에요."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고서 주인님 옆의 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런 저의 말에, 주인님은 명랑하게 웃어주십니다.

     

     "계속 옆에 있어 줄 거야?"

     

     "네! 물론이에요!"

     

     나는 그렇게 큰 목소리로 말한 후 고개를 들어 주인님의 존안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어떤 때에도 주인님의 옆에 있겠어요."

     

     "저는, 어떠한 때에도 주인님을 지키겠어요."

     

     "저는, 주인님을 사모하고 있어요."

     

     저는 감정이 흘러넘치는대로 그렇게 주인님께 고했습니다.

     

     그러자, 주인님은 저의 머리에 손을 올리며,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너무 광신적이잖아. 그건 그렇고, 엘레노아. 너, 조금 존댓말의 사용법이 이상하다고."

     

     ...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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