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37 오색의 찐빵2021년 03월 09일 14시 29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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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전용 목욕탕 '주인님의 은신처' 도 무사히 오픈했으니, 에리스 일행은 제각각의 실험성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자 모두들, 숙제는 되었어?"
"발색이 힘들었지만, 뭐 어떻게든."
"전 조금 자신있어요."
"내 것은 겉모습도 다르고 좋은 느낌이야."
"내 건 발표한 뒤를 기대하라냐."
숙제라는 것은, 제각각의 색깔을 쓴 찐빵을 만드는 것.
"레베한테는 미안한 일을 했으려나."
사실 에리스ㅡ에지는 숙제를 낸 뒤에 조금 반성하였다.
레베의 숙제인 '청색' 은, 이른바 '식욕감퇴색' 이라서 그렇게 맛있게 보이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이유도 있어서, 식용으로 쓸 염료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색이기도 하다.
"말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어. 먼저 노력의 성과를 보기로 하자."
다섯 명은 찐빵이 담긴 다섯 개의 자그마한 컵을 제각각 옮겨놓았다.
찐빵은 모두의 앞에 예쁜 색을 발하며 늘어서 있었다.
"그럼, 먼저 나부터 갈게."
에리스의 테마는 '금색'.
에리스는 가루를 섞을 때 '알의 노른자' 를 사용하였다.
"금색이라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지만, 처음은 이 정도인 편이 허들이 낮아서 소개하기 쉽잖아."
에리스가 그렇게 부끄러워하며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자, 모두 시식을 하였다.
"이건 맛이 짙구나."
"호두 알갱이의 아삭아삭함이 강조되고 있네요."
아무래도 레베와 후라우는 금색 찐빵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다음은 레베의 차례.
"솔직히 '청색' 은 무리였다."
라며 겸손하게 소개한 것은, 거의 청자색으로 물든 찐빵이었다.
" '블루베리' 의 과자으로 색을 조절했다. 이 이상 넣으면 보라색이 되어버리니까. 과즙만으로는 맛을 줄 수 없어서, 블루베리의 과일을 섞었다. 과일에서 배어나온 과즙 때문에 그라데이션이 되어버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훌륭해 레베. 이 그라데이션 멋져!"
"베리의 산미도 맛있어!"
이건 에리스와 클레어가 마음에 든 모양.
다음은 후라우의 찐빵.
"색은 레베와 마찬가지로 '라즈베리' 로 붉게 물들였어요. 안에는 데친 '붉은 것' 도 잘라서 섞었어요."
"예쁜 적색이라서 맛있어보인다냐."
"붉고 먹음직스러운 느낌도 좋은데."
캐티와 클레어가 말 그대로 마구 먹고 있다.
다음으로 클레어가 내놓은 것은 새카만 찐빵.
"이건 빻은 '검은 깨' 와 또 하나의 식재를 써서 색을 내봤어. 맛은 시험삼아 일단 먹어봐."
클레어의 설명을 듣고 새카만 것을 쭈뼛거리며 입에 넣자, 먼저 참깨의 향이 입안에 퍼진다. 거기다 향기로운 달내가 코를 자극하고, 뒷맛으로는 약간 씁쓸 맛이 남는다.
"이 씁쓸한 것은?"
"이건 '캬라멜' 이야. 설탕을 태워서 반죽에 적당히 섞었어."
"역시 클레어구나. 발상이 대단해."
"이건 의외성이 있네요."
어른의 맛이라고도 해야 할까. 아무래도 레베와 후라우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마지막은 캐티의 차례.
"자. 캐티 특제다냐."
캐티의 권유에, 네 명은 의아한 표정을 보이며 하얀 찐빵을 입으로 옮겼다.
???
네 명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시 한번 시식했다.
???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의 네 명을 대표하여, 클레어가 캐티에게 항복의 선언을 했다.
"미안. 어디에 손을 대었는지 모르겠어."
"손은 대지 않았다냐."
뭐?
캐티는 가슴을 폈다.
"원래 찐빵은 흰색이다냐. 그리고 기본적인 맛이 있어야만, 네 명의 특색이 돋보인다냐."
에리스 일행은 감탄했다.
정말, 가끔은 제대로 된 말을 하는 구나 이 녀석.
"사실은 '흰 콩' 을 쪄서 넣어봤었지만, 누군가와 겹칠 것 같아서 그만뒀다냐."
확실히 맛으로는 후라우의 붉은 것과 겹치는구나.
"모두 합격! 그보다, 내 것이 제일 평범했네."
"그렇지 않아. 호두의 아삭함은 중요해."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할 건가요?"
레베의 칭찬에 감사하면서, 후라우의 질문에 에리스는 중요한 점을 떠올렸다.
그랬었다.
에리스는 숙제를 낸 이류를 다시 모두에게 설명했다.
"이것들 오색의 찐빵을 '백합의 정원' 의 명물로 팔 거야. 상인길드의 승낙도 이미 맡아뒀고. 처음 선보일 날은 '수확제' 때."
하지만, 레베가 바로 다음 질문을 한다.
"그런데 '그릇' 은 어떻게 할 거지?"
아.......
에리스는 경직되고 말았다.
"확실히 도자기 컵을 써버리면, 가격이 확 늘어나버리니까요."
"찌기 전에 컵의 안쪽을 기름으로 칠해두면 어떨까. 그렇게 하면 빵이 깔끔하게 떼어질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모처럼의 논오일이 아깝다냐."
이건 맹점이었다.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자 캐티가 제대로 된 말을 꺼내들었다.
"그럼 빵같이 커다란 걸 쪄서 한입 크기로 자르면 된다냐."
캐티의 아이디어는 이어진다.
"커다란 사이즈라면 그릇의 가장자리에 나이프를 넣으면, 무거워서 쉽게 그릇에서 빠진다냐. 나이프로 자른 부분은 보기 나쁜 곳을 잘라버리고, 깨끗한 곳만 판매용으로 쓴다냐. 겉보기가 좋지 않은 곳은 길드에 주거나 싸게 팔면 된다냐."
역시나 캐티.
그러자 클레어도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그럴 거라면, 사각형으로 자른 오색의 찐빵을 적당한 크기의 종이에 늘어놓고, 그걸 얇은 천으로 포장해두면 '선물' 로 쓸 수 있겠네. 그 자리에서 제공한다면 접시에 담아서 내어도 좋고."
"그걸로 가자!"
에리스는 클레어가 여성장인과 만들었던 대형 찜기의 사이즈를 확인한 후, 후라우와 함께 다섯 개의 사각 도자기를 사러 마을에서 사왔다.
이것들은 가로세로 5백 밀리메텔, 깊이 백 밀리메텔 정도의 평탄한 그릇이다.
거기에 반죽을 얆게 펴서 찜기 안에 넣는다.
찜기는 제일 밑에 금속제 화로가 놓여져 있으며, 그 안에는 평범한 돌로 지지대를 삼았고, 화로에 직접 열이 전달되지 않도록 짜여진 대형 '발열의 돌' 이 올려져 있다.
그 위에 사각형 목제 선반, 그리고 등나무로 짜여진 그물을 붙인 '찜통' 이 놓여진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등나무제 뚜껑을 올리면 완성.
다섯 개의 반죽을 찌고 같은 모양으로 나누어 체크무늬로 늘어놓으면, 오색의 찐빵 세트가 완성.
잘라낸 부분은 어느 사이엔가 후라우가 다른 그릇에 모아두었다.
"다음은 그릇이네."
이건 마분지를 가로세로 이백 밀리메텔로 자르고, 그걸 밑에 깔고 난 후 사방이 사백 밀리메텔 정도의 얇은 천으로 감싸면 완성.
"마분지와 얇은 천은, 공방에 발주하면 저쪽에서 잘라주기도 하고, 얇은 천에 그림을 새기는 것도 가능해."
클레어의 설명에 후라우가 어떤 생각을 하였다.
"우리 깃발을 판화로 새기는 건 어떨까요."
"좋아 그거!"
곧바로 에리스와 클레어가 후린트의 공방으로 상담하러 갔다. 당연히 선물을 지참하고서.
"너희들의 깃발을 오색으로 찍으면 비용이 안 맞겠지만, 한 가지 색만이라면 곧바로 된다. 백 장 단위의 발주라면 밑 종이 한 장에 10릴, 옆 종이 한 장에 10릴, 주머니는 단색으로 180릴로 봉제해주지. 1세트 합계로 200릴 정도만 있으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역시나 아저씨.
그거라면 한 봉지 600릴에 팔아도 충분히 이익이 생긴다.
"고마워요, 감독."
에리스와 클레어는 후린트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다음으로 두 사람이 향한 곳은 상인길드.
거기서도 마리아한테 찐빵을 넘기고, 시식을 의뢰한다.
"수확제에선 1천 릴에 파세요."
역시나 상인이다.
에리스 일행은 상인길드를 떠난 후, 모험가길드와 도적길드에도 들러서 제각각의 마스터들에게 찐빵의 시식을 부탁했다.
왜냐면 똑같이 배달하지 않으면,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길드를 전부 돈 에리스 일행이 귀가해보니, 어째선지 후라우는 싱글벙글하고, 캐티는 조금 풀이 죽어있었다.
"왜 그래?"
"이거, 드셔보세요."
후라우가 내민 그것은, 얕은 접시에다가 찐빵의 가장자리 부분을 한입사이즈로 자른 후, 커스터드 크림과 휘핑크림으로 케잌 사이의 틈을 메꾸고 위에 과일을 흩뿌린 것.
"이렇게, 스푼으로 떠서 먹어요. 이런 과자는 '트라이플' 이라고 불릴 때도 있어요."
오, 이건 이거대로 맛있어.
"길드에 줄 선물이 없어졌다냐."
그러고 보니 캐티가 잘라낸 부분을 길드에 준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자 후라우는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이 고양이는, 하는 표정이 되었다.
"캐티, 이걸 들고 가면 되는 거에요."
"괜찮은 거다냐?"
"이러는 편이 많은 분이 즐길 수 있어요."
갑자기 캐티의 눈이 반짝거렸다.
"그렇다냐, 그렇다냐."
이렇게 에리스 일행은,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를 끝낸 것이었다.
한편 용자들은 여전히 마왕의 부적을 찾고 있었고, 마왕은 속아서 산 가짜 클로를 악마부관에게 내던지는 나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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