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4 마왕님 쌤통
    2021년 03월 08일 11시 44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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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34/

     

     

     

     와란으로 돌아가는 3일 동안은 갈 때와 다르게 첫날부터 화기애애한 여행이었다.

     

     일행은 3일 동안 아무 일도 없는 여정을 끝내고 와란에 도착했다.

     

     "그럼 여러분, 즐거웠어요."

     마리아의 호령을 끝으로 캐러밴은 해산되었다.

     

     

     9일 만에 자기 집에 도착한 에리스 일행.

     일행은 제각각의 방에 짐을 놓아두고는 모두 오랜만에 공중목욕탕으로 향했다.

     

     "아아, 역시 커다란 욕조는 기분 좋네."

     "여행의 피로가 풀리네요."

     "아아, 힘이 빠져어."

     "후냐아."

     "으음, 천국이야."

     

     그 날 밤은 에리스도 따로 자기로 했다.

     

     

     하지만 다음날을 맞이한 다섯 명 중 에리스를 제외한 넷은,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고 느끼며 노곤한 아침을 맞이하였다. 

     쌩쌩한 것은 에리스 뿐.

     

     후라우는 평소보다 늦게 아침식사의 준비를 시작했고 레베는 모두의 빨래를 하고 있는 사이, 에리스, 클레어, 캐티 세 사람으로 마차의 정리를 하러 가자, 갑자기 푸른 하늘이 새카맣게 되었다.

     

     "개기일식이려나?"

     

     라며 냉정했던 에리스ㅡ에지를 제외한, 클레어와 캐티도 포함한 바깥의 사람들은 약간의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후라우와 레베, 그리고 각 시설의 종업원과 손님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불안한 표정으로 바깥에 나왔다.

     그러자 갑자기, 어둠에 물든 하늘에 '금색의 존재' 가 크게 비추어졌다.

     

     거기에 그려진 존재에, 사람들은 전부 사로잡히고 말았다.

     이어서 거기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그들 전원의 목소리에 직접 전달되었던 것이다.

     

     "아르메리안 대륙의 모든 인류에게 고한다. 여는 '마왕' 이라고 불리는 존재다. 여는 네놈들을 지배하기 위해 신에 의해 이 세계로 파견되었다. 머지 않아 여는 네놈들을 지배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어리석은 민초들이여.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무릎꿇는 것이 좋다. 네놈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노예' 나 '죽음' 의 두 가지 뿐이다. 이제부터 좋아하는 방향을 선택해둬라."

     

     장엄함조차 느껴지는 하늘에서의 선언에, 사람들의 마음은 얼어붙었다.

     

     '마왕강림'

     

     먼 옛날에 나타났다고 하는 절대악의 존재.

     동화 속 이야기에서조차 두려워하던 '공포 그 자체' 가 그들의 앞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에리스 일행 다섯 명 만큼은 눈치챘다.

     마왕님, 양손만 맨손이라는 것을.

     

     그렇다, 전신을 금색으로 빛나는 갑옷으로 두른 마왕이었지만, 어째선지 양팔의 '손목에서 손끝까지' 만큼은 불건전해보이는 하얀 피부를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그 위화감을 제일 처음 눈치챈 자는 캐티였다.

     캐티가 에리스를 쿡쿡 찔러서 신호를 보내고, 에리스를 향해 자신의 클로를 가리켰다.

     그걸 본 에리스는 무심코 터트리고 말았다.

     다른 세 사람도 웃음을 터트린 에리스를 따라 캐티 쪽을 바라보자, 캐티는 자신의 클로와 마왕을 교차로 가리켰다.

     

     "풋."

     "그런 일인가."

     "이건 좀 부끄럽겠네요."

     "이렇게 보니 볼품 없네."

     "이 손톱은 내 것이다냐."

     

     "그럼 여의 부하가 네놈들을 방문할 때까지, 재주껏 두려워하라."

     금색으로 빛나는 마왕의 모습이 점점 사라짐과 동시에 하늘도 암흑에서 원래의 청색으로 돌아갔다.

     

     

     자 여기는 마왕의 성.

     

     "아~ 부끄러웠다. 반드시 누군가는 눈치챘을 거라고......"

     마왕의 불만에 악마부관이 대답했다.

     " '마왕의 공포' 에 속박된 인간들이 그런 부분을 신경쓸 여유란 애초에 없습니다."

     

     하지만 마왕은 아직 불만스러웠다.

     "그보다, 왜 여기만 없어? 나 진~짜 부끄러웠다고."

     "어쩔 수 없습니다. 그곳만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럼 찾고 나서 해도 됐잖아. 전 세계에 선언하는 건."

     "세상에는 기한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뭐야 그건.

     

     "뭐 됐어. 어쨌든 '이 부분' 이 발견될 때까지 난 이 성에서 안 나갈 테니까."

     마왕 스스로에 의한 '방구석 폐인 선언' 이다.

     

     "그쪽은 전력으로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용자들이 먼저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내가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주지."

     그렇게 선언하면서 마왕이 한손을 가볍게 젓자 동시에 한 줄기의 혜성이 지면으로 떨어졌다.

     혜성이 낙하한 대지는, 아마 그곳에 살아있던 것들도 전부 함께 증발되었을 것이다.

     

     이어서 마왕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 부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 '용자' 가 나타날 만한 곳에 마왕군을 파견해둬. 그 녀석들만이 나의 장애물이다."

     

     

     이쪽은 마왕강림을 대비해 오전 중에 긴급소집된 와란 평의회.

     이 자리에는 에리스도 준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다만 준회원인 에리스는 발언권만 있고 의결권은 없다.

     반쯤 패닉인 상태로 개시된 회의도 점점 진정되어가서, 냉정한 의견이 평의원들에게서 쑥쑥 나왔다.

     

     먼저 마왕군에 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한편 와란 민병의 구성확인과 병량의 확보를 하는데, 전자는 모험가길드가 하고 후자는 상인길드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기로 했다.

     기본방침은 '살아남는 것'.

     이렇게 일단 평의회는 폐회되었다.

     

     평의회 직후 에리스의 지시로 후라우는 모험가길드를 통하여 아버지인 모험가길드마스터인 테세우스, 도적길드마스터인 바르디스, 공방길드마스터인 후린트, 상인길드마스터인 마리아에게 에리스의 저택을 비밀리에 방문하도록 의뢰를 하였다.

     

     

     "일단 밥이다 밥."

     바르디스의 한결같은 모습에 맞춰서 후라우는 요리를 늘어놓았다.

     

     "그래서, 일부러 우리들을 불러낸 건 뭔가 이유가 있는 거겠지?"

     테세우스의 확인에, 에리스는 끄덕였다.

     "여러분, 마왕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나요?"

     

     에리스의 질문에, 마스터 네 명은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어째선지 양팔만 허전했었네요."

     "역시 대단해요 마리아님."

     마리아의 한 마디와 그에 수긍하는 에리스의 말에, 그러고 보니 하며 다른 세 사람도 그 광경을 떠올려나갔다.

     여기서 에리스가 캐티를 가리켰다.

     

     "저곳에 있어야만 했던 것. 그건 아마 저거에요."

     그것은 캐티가 차고 있는 황금의 손톱.

     

     "감정명은 '용자를 찢어발기는 자(브레이브 리퍼)' 에요."

     에리스의 말에, 마리아는 마르스필드에서의 사건을 떠올렸다.

     마족은 이 손톱을 노리고 있었다며.

     

     한편 흥분을 감출 수 없는 모습의 후린트가 캐티의 앞에 나아갔다.

     "아가씨, 그걸 조금만 보여줄 수 있을까."

     캐티는 낙천적인 미소로 수긍하고는 브레이브 리퍼를 팔에서 떼어 후린트에게 내밀었다.

     

     "으음."

     후린트는 흥분 상태를 빠져나간 듯, 질린 듯한 표정으로 소리를 내었다.

     "어이 너희들. 이건 '다크 미스릴' 이라고!"

     

     너희들이라고 불린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후린트의 발언에 놀라는 마스터 세 명과, 한편으로 어안이 벙벙한 소녀 다섯 명.

     그런 사람들을 두고 오히려 냉정함을 되찾은 후린트는 이어말했다.

     

     " '다크 미스릴' 별명 '악마의 금속' 누구도 가공할 수 없는 금속이다."

     

     후린트의 말로는, 매우 희귀하게 상급던전에서 최종보스가 다크미스릴로 된 물품을 떨구는 일이 있다고 한다.

     와란의 공방길드에도 다크미스릴 대거가 비밀리에 한 자루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왜 이런 게 마르스필드에서 상품이 된 거지?"

     바르디스의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에, 테세우스가 대답한다.

     "다크 미스릴의 감정을 할 수 있는 녀석은 후린트 이외엔 스카이캐슬 정도에만 있다고. 그리고 '손톱' 은 사용자가 적은 극단적인 장비니까. 아마 그 아름다움 때문에 트로피 대신으로 삼은 거겠지."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도 후린트는 계속해서 손톱을 조사해나갔다.

     그렇게 하다가 안쪽 천에 크게 써놓은 문자를 눈치챈 그는 크게 웃고 말았다.

     거기에 쓰여진 글자는 '캐티' 라는 이름이었으니까.

     여태까지 후린트가 보여주던 진지한 표정이 점점 풀어진다.

     

     "그런가그런가. 이건 캐티 아가씨의 물건이구나."

     기뻐하며 끄덕이는 캐티에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준 후, 후린트는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걸 입수하지 않는 한 마왕은 움직이지 않겠지. 마왕의 장비는 전부 갖추어지는 걸로 특수능력이 발휘되는 모양이니까."

     

     그럼 이 손톱을 어떻게 할까.

     어딘가에 숨겨둬도 마족한테 도둑맞으면 끝장.

     그러자 에리스가 자그마한 가슴을 펴면서 마스터들에게 선언했다.

     

     "이건 캐티의 물건이니까, 저희들이 지키겠어요."

     에리스의 말에, 테세우스는 떠올렸다.

     "너희들, 마왕의 부적도 갖고 있었지."

     헤헤 하며 끄덕이는 다섯 명.

     에리스는 숄더백에서 '마왕의 부적' 을 꺼내들어서 바르디스, 후린트, 마리아에게 보여주었다.

     

     그렇다. 이 소녀들은 용자와 마왕의 '마지막 한 수' 를 갖고 있다.

     

     "그렇군. 용자든지 마왕이든지, 성가신 녀석들은 모두 와란의 적이다."

     바르디스의 말에 테세우스가 이어말한다.

     "서민의 힘을 보여주기로 할까."

     "적대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에요. 중요한 점은 마지막에 결정타를 날리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마리아의 확인에 후린트도 긍정한다.

     "각오를 다져야겠구만."

     

     마스터들은 마지막 방침을 다시 확인한다.

     이쪽에서 정벌하러 나서지는 않는다.

     정면에서 받아내지도 않는다.

     "용자건 마왕이건 적대하는 자들은 찔끔찔끔 괴롭혀주자고."

     

     이것이 이후의 와란이 취할 방침이다.

     그러자 클레어가 무거워진 분위기를 떨쳐내려는 듯 선언했다.

     

     "아이스크림 다 됐어요!"

     

     클레어 수제의 아이스크림을 모두가 즐기면서 이 자리는 끝나게 되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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