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5 작은 장치의 시간
    2021년 03월 08일 18시 06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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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36/

     

     

     

     '백합의 정원' 의 북쪽 뒷면.

     여기는 북쪽 시냇가에서 백합의 정원까지 이어진 수로의 한 구역인데, 공중목욕탕과 화장실에 더운 물을 풍부히 공급하는 '발열장치' 가 설치되어 있다.

     

     발열장치 안에는 대량의 '발열의 돌' 이 가동되고 있고, 환기구의 일부에서는 끓어오른 물이 하늘을 향해 기세좋게 증기는 내뿜고 있었다.

     그걸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에리스ㅡ에지.

     아무래도 뭔가를 떠올린 모양이다.

     

     "후라우. 팬케잌의 재료 아직 남아있어?"

     에리스는 발열장치에서 집으로 돌아가, 부엌에서 정리를 하고 있는 후라우에게 물어보았다.

     

     "가루와 설탕은 섞어서 이 보물상자에 넣어뒀는데요."

     라며 후라우는 부엌 한켠에 늘어선 크고 작은 보물상자 중 하나를 가리켰다.

     이것들은 미궁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고마워 후라우."

     에리스는 컵으로 보물상자의 팬케잌믹스 가루를 재어보고는, 그릇에 옮기고 우유를 섞어둔다.

     그리고 크림 상태가 된 팬케잌믹스를 도자기 컵에 따르고, 그것들을 등나무 바구니에 나열한다.

     

     "뭘하고 있나요? 에리스."

     "실험."

     

     평소엔 에리스와 클레어 둘이서 실험하는 일이 많지만, 지금 클레어는 캐티와 외출 중.

     "후라우도 보러 올래?"

     에리스의 권유를 듣고, 흥미깊다는 표정을 보이는 후라우는 에리스의 뒤를 따라왔다.

     

     다시 발열장치로 간 에리스는, 등나무 바구니에 등나무 뚜껌을 덮고, 바구니의 손잡이를 긴 막대기에 이어붙였다.

     이어서 봉을 조종하여, 바구니를 기세좋게 수증기가 분출되는 환기구까지 옮겨서는 그 자리에 놓았다.

     당연하게도 등나무 바구니는 대량의 수증기에 휩싸인다.

     

     "뭘하는 건가요? 에리스."

     후라우가 재차 물었지만, 에리스도 같은 대답을 한다.

     "실험."

     

     실은 에리스도 이 실험이 성공할때까지는 우쭐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러 박정한 대답을 한 것이었다.

     

     "슬슬 되었나."

     조금 기다리던 에리스는, 다시 봉을 재주껏 다루어서 등나무 바구니를 들어올려서, 손앞으로 갖고 왔다.

     다음으로 화상입지 않게 주의하며 뚜껑을 벗기자, 안에서 단내가 확 올라왔다.

     등나무 바구니 안에 늘어서있던 컵에는, 새하얗고 푹신푹신한 무언가가 부풀어 있었다.

     에리스는 푹신푹신한 것을 한 조각 떼어서 입 안에 넣었다.

     음.

     에리스는 만족스러운 듯 끄덕였다.

     "성공이네. 후라우도 떼어서 먹어봐."

     후라우도 에리스가 떼어낸 부분을 한 조각 떼어 입에 넣어보았다.

     그러자 입 안에 푹신한 감촉이 찾아오며 촉촉히 녹아들었다.

     

     "어머, 이건 촉촉하고 푹신해서 맛있네요."

     "그렇지?"

     

     에리스ㅡ에지가 만든 것은, 이른바 '찐빵' 이었다.

     "이런 조리법이 있었네요."

     후라우는 계속 감탄하였다.

     왜냐면 적어도 와란에는 '찜' 이라는 조리방법은 없었으니까.

     실험결과에 만족한 에리스와 후라우는 일단 부엌으로 돌아가서 실험을 계속 한 것이었다.

     

     

     클레어는 캐티를 데리고 공방길드의 감독을 방문하였다.

     캐티는 이전에 방어구점에서 샀던 백색의 가죽제 롱부츠를 지참해 왔다.

     

     "감독, 잠깐 괜찮나요?"

     "오우, 잘 왔다."

     클레어가 말을 걸자, 곧장 후린트가 공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클레어와 캐티가 공방길드를 방문한 목적은 '브레이브 리퍼' 와 밸런스가 맞을 것 같은 캐티의 신발 무기를 만들려는 것에 있다.

     '블레이드 리퍼' 는 캐티가 가진 '건틀릿 클로' 보다도 상당히 가볍다.

     그래선 사지 전부를 사용하여 춤추는 듯이 공격하는 '캣 파이터' 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그걸 간파한 후린트가 캐티에게 '브레이브 리퍼와 함께 쓸 수 있는 신발 무기' 의 제작을 약속해줬던 것이다.

     

     "롱부츠는 3일 정도면 만들어질 테니까 다시 가지러 와. 미안하지만 그 때까지 '브레이브 리퍼' 를 빌려야겠다."

     "알겠다냐."

     캐티와 클레어는 대장장이들한테 손을 흔들면서 대장간골목을 만족스럽게 떠나갔다.

     

     

     레베는 에리스를 대신해 상인길드를 방문하였다.

     

     마리아의 의뢰는 두 가지.

     

     첫째는 '백합의 정원' 과 비교하여, 그렇게 이용자가 늘지 않는 남성 목욕탕의 컨설팅을 '와란의 보석상자' 에게 부탁한다는 것.

     둘째는 머지않아 와란에서 개최되는 '수확제' 에, '와란의 보석상자' 도 참여해줬으면 한다는 것.

     

     레베는 머릿속으로 마리아가 준 의뢰를 되뇌이면서,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상인길드를 벗어났다.

     

     

     점심식사로 후라우가 만든 '생선요리와 차가운 토마토 파스타' 를 먹으면서, 에리스 일행은 레베의 보고를 들었다.

     "아저씨들의 목욕탕은 오후에 보러 갈까."

     "그럼 나도 동행하지."

     확실히 상인길드의 요청이라면, 여기선 클레어가 아닌 레베를 동행시켜야 겠다고 판단했다.

     "나도 갈까?"

     그렇게 제안한 클레어였지만, 클레어한테는 다른 부탁을 하고 싶다.

     그래서 에리스는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두번째인 '수확제' 에 대해선 나한테 아이디어가 있어."

     이어서 에리스는 후라우에게 "그, 오늘 아침의 것." 이라고 말을 걸었다.

     "확실히 그거라면, 간단하게 많이 만들 수 있고, 차가워져도 맛있으니까요."

     납득한 모양인 후라우을 보고 의아해 하는 다른 세 명.

     

     "약간의 과자에요. 세 명한테도 만드는 법 알려줄게요."

     

     점심식사를 끝낸 참에 에리스와 후라우는 테이블에 도자기 컵과 팬케잌믹스 가루, 그리고 우유를 준비했다.

     에리스가 모두의 앞에서 컵을 늘어놓자, 후라우가 거기에 가루와 우유를 계량하면서 넣는다.

     

     "이렇게 떡지지 않도록 잘 섞어줘야 해요."

     에리스와 후라우가 막대를 써서 재주껏 믹스를 혼합시키는 걸 다른 세 사람도 따라한다.

     가루가 우유와 완전히 섞이면 준비완료.

     

     "다음은 이 바구니에 컵을 늘어놓을래?"

     에리스가 준비한, 아침보다 큰 바구니에 제각각 컵을 늘어놓는다.

     

     "다음은 이동이야."

     

     에리스의 안내로 다섯 명은 발열장치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발열장치에 도착하자 에리스는 후라우한테서 바구니를 받아들어서 아침과 마찬가지로 긴 봉을 재주껏 다루어 바구니를 증기 속에 놓았다.

     

     "뭘 하는 거니 아가씨?"

     "요리야 레베. 특히 클레어는 만드는 방법 잘 봐야 해."

     "알았어 에리스."

     "저런 곳에 두면 증기 때문에 뜨거워져 버린다냐."

     "정답이야 캐티."

     

     이렇게 기다리기를 15분 정도.

     "슬슬 되었을까."

     에리스는 봉으로 바구니를 들어 발열장치에서 나오는 증기 속에서 이쪽으로 되돌렸다.

     

     후라우가 바구니의 뚜껑을 열자 세 명도 놀란 표정을 보였다.

     그곳에는 새하얗고 푹신푹신한 것이 다섯 개 늘어서서, 단내를 풍기고 있었다.

     "이건 '찐빵' 이야."

     

     "호오, 이거 부드럽네."

     "촉촉하고 푹신푹신해서 맛있어!"

     "기름을 쓰지 않아서 웰빙이다냐."

     "이거라면 충분히 수확제에서 팔 수 있겠네요."

     "아직 무르다고 후라우. 이건 이렇게 하면 더욱 팔 수 있어."

     에리스는 곧이어 네 명에게 귀띔을 하였다.

     

     "그럼 각자 실험을 할 것. 그 후 실험으로 만든 빵은 제각각 책임지고 먹을 것. 클레어는 '설비의 설계' 를 부탁할 테니 공방에도 '제작의뢰' 를 해줘,"

     에리스가 클레어에게 부탁하려던 것은 이것이었다.

     "다음은 목욕탕이네. 레베, 빨리 가보자."

     후라우, 클레어, 캐티는 에리스와 레베를 배웅하고는, 재빨리 즐겁게 실험을 개시한 것이었다.

     

     

     에리스는 레베와 함께 마리아에게 인사를 하고 나서, 바로 청소 중인 남자목욕탕으로 향했다.

     

     "뭐야 이거......"

     

     목욕탕의 상태를 본 에리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먼저 목욕탕의 주위에서 봐도 인상이 나쁘다.

     그리고 목욕탕 안에는 화려함이 전혀 없다.

     "뭘 몰라, 전혀 모르고 있어. 마리아!"

     

     에리스와 레베는 다시 상인길드에 돌아가서 마리아한테 문제점을 거리낌없이 지적해나갔다.

     에리스의 상당한 기세에 마리아조차 압도되고 말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당황하는 마리아에게, 에리스는 싱긋 미소지었다.

     "이왕이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에요."

     에리스가 귓속말을 하자, 마리아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

     "독도 소량이라면 약이 된다구요."

     에리스의 제안을 들은 마리아는 마지못해 납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첫날은 우리들도 도와줄게요. 그러니 교환조건도 부탁해요."

     에리스의 요구에, 마리아는 가만히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상인길드마스터는, 8살 소녀의 껍질을 뒤집어 쓴 30대 방구석 백수의 손바닥 위에 올려지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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