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36 가란 황국군의 괴멸
    2021년 03월 09일 08시 28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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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37/

     

     

     

     내가 지상에 내려왔을 때는 화염 회오리도, 쏟아지던 얼음 덩어리도, 주위를 베어버리는 바람의 칼날도 전부 사라졌다.

     

     남은 것은 황폐해진 대지와 가란 황국군 병사들의 무참한 사체였다.

     

     상상을 뛰어넘는 참상이었지만, 그 광경을 보아도 난 현실감이 전혀 솟아나지 않았다.

     

     "훌륭하십니다, 나리. 설마, 8만에 달하는 대군을 괴멸시킬줄은...저의 계산으로는 상대 병사들의 실력 여하로 돌파당할 가능성조차 있었습니다만."

     

     "네 생각은 길드 대항전을 기초로 생각한 거잖아? 그거라면 어쩔 수 없지.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는 건 나쁘지 않아. 뭐, 확실히 상상을 뛰어넘는 약함이었으니...."

     

     나는 밀레니아에게 그렇게 대답하고서, 모여있는 길드멤버를 보았다.

     

     일부 기척탐지를 가진 멤버는 주변의 경계와 생존자가 남았는지 탐색을 하고 있었다.

     

     "모두, 수고했다. 이제부터 나, 사이노스, 세디아, 서니 이외를 지아이 성으로 돌아가 줘. 엘레노아, 내가 없는 사이 지아이성을 부탁한다."

     

     "예!"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엘레노아는 묘하게 씩씩한 대답을 하였다.

     

     무심코 엘레노아의 얼굴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라그레이트가 한손을 들었다.

     

     "용인인 나도 데려가면 편리할지도 몰라, 나의 주인."

     

     "흐음, 그렇군....백작도 드래곤에 민감히 반응했었으니. 데리고 갈까."

     

     내가 라그레이트의 의견을 채용하자, 라그레이트는 금발을 휘날리며 승리의 포즈를 지었다.

     

     "나의 님, 회복마술사는 어떠신가요?"

     

     "음? 서니가 상급까지 쓸 수 있지만....뭐 전쟁중이니까. 좋아, 소아라도 와."

     

     여우귀를 흔들거리는 소아라가 라그레이트에 이어 동행을 요구하고, 내가 동의하자, 소아라는 조용히 귀를 흔들며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좋아, 그럼 라그레이트는 드래곤 형태가 되도록 할까. 이미지 전략으로."

     

     "이미지? 아아, 날 홍보용으로 쓸려는 건가. 좋아, 불이나 번개를 쏘면서 갈까?"

     

     "그만둬, 모두 도망친다고."

     

     

     

     

     멀리, 포장이 되어있지 않은 큰길의 저편에서 대지를 울리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퍼지자 부하들은 발을 멈추고 등뒤를 돌았으며, 전열을 흐트러트리는 자가 많이 생겨났다.

     

     "발걸음을 무너뜨리지 마라! 앞을 향해 전진하는 거다!"

     

     내가 주변에 일갈해도, 병사들의 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자, 장군님! 하지만, 저기 저, 전투는!? 마치 신들의 투쟁이 아닙니까!"

     

     "천인장! 제멋대로의 발언은 엄벌에 처한다! 가만히 나아가!"

     

     내가 두려움과 기대같은 것이 교차된 감정을 가슴 안에 품고 나아가고 있자, 후방의 병사들에게서 웅성거림이 전해져왔다.

     

     "뭐냐! 무슨 일인가!?"

     

     내가 노성을 지르며 등뒤를 돌아보자, 군의 대열은 크게 흐트러졌고, 입에서 뭔가 영문모를 소리를 외치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전열을 다듬어라! 너희들, 진정......!?"

     

     모두가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 비추어지자, 나도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드, 드래곤이다..."

     

     드래곤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빙글 돌고는, 우리의 선두를 향해 내려왔다.

     

     "대, 대열을 짜라! 팔랑크스! 아, 아니, 좌우로 나뉘어라! 드래곤의 정면에 서지 마! 브레스가 온다!"

     

     "...군! 장군! 드, 드래곤이 사람이! 장군! 들리십니까!?"

     

     시끄럽군, 이 천인장. 격하시켜버릴까.

     

     "드래곤은 사람을 먹는다. 몰랐던 거냐."

     

     "아니라고, 이 바보녀석! 용기사입니다! 드래곤을 다루는 인간이 드래곤의 등에 타서 지상에!"

     

     "뭐? 용기사라고?"

     

     뭐? 용기사?

     

     "바보같은 놈! 빨리 그걸 말하지 못할까, 천인장!"

     

     내가 정확한 보고를 하지 않았던 천인장에게 호통을 치자, 천인장은 매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날 보았다.

     

     뭐냐, 이 불경한 녀석은. 격하시켜주겠다.

     

     "용기사라면 최대한의 대접을 해야만 한다! 태고적 시절, 용기사는 항상 신의 대행자였다! 모르는 것이냐, 천인장!"

     

     "아는 게 당연하잖아!"

     

     "뭐냐, 그 말투는!?"

     

     나는 전 천인장에게 불만을 말하면서 황급히 드래곤으로 말을 몰고 갔다.

     

     얼마 지나서 드래곤의 앞에 도착하자, 드래곤의 등에는 수려한 얼굴과 검은 머리를 한 남자가...

     

     "음, 저 분은...아니, 여러분들은, 조금 전의."

     

     "가란 황국군을 괴멸시켰다."

     

     "...지금 뭐라하셨소?"

     

     "가란 황국군은 괴멸했다. 뭐, 추측이지만 한 명도 도망치지 못했을 거다. 일단 확인해둬."

     

     "다, 당신들은 도대체.."

     

     옆에 선 새 백인장이 다시 제멋대로 발언했다.

     

     바보 녀석이, 용기사가 틀림없다니까!

     

     내가 내심 화를 내고 있자, 드래곤에 탄 남자는 유쾌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새로이 나라를 건설하여 왕이라고 자칭하는, 렌이다. 비리아즈 백작의 변경백령도 나의 나라에 들어갈 예정이니까. 어쩌면, 너희들도 내 나라의 국민이 될지도 모르겠군. 그 때는 잘 부탁한다."

     

     "세, 세상에! 용기사님의 나라가 건국을!?"

     

     남자는 우리들의 놀라는 모습을 보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드래곤이 날개를 퍼덕거리며 공중에 올라갈 때까지도, 우리들은 혼란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이래서 싫은 거다, 벽지의 근무는.

     

     정보가 오래되어서 항상 뒤처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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