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44 부탁이니까
    2021년 03월 07일 14시 05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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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69/

     

     

     

     갑옷이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낸 후, 갑옷이 고개를 들었다.

     해냈다!

     

     팔도, 다리도 어떻게든 움직인다.

     축이 지탱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멋은 없었지만......

     

     레티시아를 흘끗 보자, 눈을 부릅뜨며 골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그마한 입을 벌리고 볼을 상기시키는 그 표정에, 넋을 잃고 말았다.

     

     이 사람을 이런 표정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사실이 점점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척을 하면서도, 역시 인정받고 싶었구나.....

     

     "하아~ 대단하네요."

     "아뇨, 저 따윈 아직이에요. 어머니는 언덕만한 골렘을 만든다구요."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찬 내가 부끄러워져서, 그만 그런 말을 해버렸다.

     어머니는 골렘사 중에서도 1, 2위를 다투는 사라이다.

     그런 어머니와 자신을 비교하는 것도 주제넘은데.

     

     "어머."

     

     그럼에도, 이 사람이 놀라는 게 기뻐서 견딜 수 없다

     자기과시욕에 가득 찬 것 같아서 꼴사납다고 생각하면서도, 실망당하고 싶지 않은 나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필사적으로 골렘에 집중했다.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계속 움직여!

     일단 명령을 새겨두면, 마력이 다할 때까지 움직일 수 있는 골렘이지만 나로선 아직 그건 어려웠고, 계속 움직이라고 명령을 지속할 수 밖에 없었다.

     

     집중하여 시종일관 명령을 되풀이한다.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움직여, 크게 움직여.

     다만 움직이게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적어도 보기 좋도록.......

     

     "앗!?"

     

     갑자기, 골렘 안의 마력이 팽창했다?

     흐르는 마력의 속도가 올라갔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갑자기 골렘의 힘이 강해졌다.

     골렘은 조금 전에 내린 명령 "움직여" 를 충실히 실행한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큰 힘으로.

     

     "앗."

     

     뭐야

     이건 뭐야!?

     

     갑옷을 내부에서 버티던 축인 나무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자유로워진 갑옷은 엄청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화려하게 보이도록 지시내린 움직임으로!

     

     "어쩌지, 멈춰!!"

     

     명령을 덧씌우면......안 돼.

     받아들이지를 않아.

     

     적어도, 좀 더 가까이간다면!

     골렘에 붙은 머리카락과 명령을 내리는 나와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명령은 통하기 쉽다.

     아니면 이판사판으로, 손대고 직접 명령을 내릴 수 밖에 없어!

     

     "안돼요!!"

     

     교복의 등을 붙잡혀서 뒷쪽으로 끌어당겨졌다.

     눈앞에 갑옷이 쓰러진다.

     

     모리아 선생이 구해줬다.

     

     하지만 갑옷은 일어나더니, 볼품없지만 크고 화려하게 계속 움직인다.

     움직이는 끝에 있는 사람은.......저건 마리온루루.

     잘됐다.

     저 애라면......

     

     "도망쳐!!"

     

     레티시아의 소리가 들리고, 조금 후에 그녀가 뛰쳐나갔다.

     가슴에서 빛나는 새하얀 리본이 휘날렸고, 완만한 웨이브를 그리는 은색 머리카락은 크게 나부낀다.

     길다란 스커트를 펄럭이며, 가느다란 다리가 강하게 마루를 밟는다.

     

     저렇게 화사한 몸인데도 주저하는 기색 없이 똑바로 마리온에게 달려가는 모습에, 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마리온이어서 잘 되었다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이 사태의 원인은 나.

     내가 고치지 않으면 어쩔 건데!?

     

     "이쪽이야!"

     

     레티시아가 마리온은 붙잡고 이끈다.

     하지만, 갑옷도 같은 방향에!

     

     멈춰!

     멈춰! 멈춰! 멈춰!

     

     안 돼! 멀어!!

     모리아 선생의 틈을 봐서, 난 골렘에게 달려갔다.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멈춰!

     부탁이니 멈추세요!

     내가 저 사람을 상처입히게 하지 마!!

     

     "!"

     

     골렘이 아슬아슬하게 레티시아에 닿기 직전 명령이 통했다!

     끼익, 하고 갑옷이 움직임을 멈춘다.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명령을 이어나간다.

     

     "레티시아, 지금 사이에."

     "에리비아!?"

     

     빨리빨리빨리 도망쳐.

     그 때까지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명령을 되풀이하여 골렘에 남은 명령을 없애며, 레티시아가 마리온을 품으며 골렘에게서 거리를 두는 모습을 지켜본다.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여) 움직이지 마! (움직여) 움직이지 마! 부탁이니까!! (움직여)

     주입된 명령이, 다시 기세가 오른다.

     

     "크윽"

     

     이제, 주입이 안 돼?

     아직......!!

     

     "위험해!"

     

     어?

     파직 하고 비누방울이 터지는 것처럼, 마력이 사라졌다.

     조금 전까지 날뛰던 마력이 전부 사라졌다? 터졌다? 흩어졌다? 녹았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라졌다.

     

     레티시아가 나에게 뛰쳐든다.

     부드럽다.

     그리고, 살짝 홍차의 냄새가 났다.

     

     마리온과 두 사람, 그리고 나는 레티시아에게 꾸욱 안겨졌고.......

     우리들의 위에 조금 전까지 골렘이었던 철갑옷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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