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42 조금 더 강하게
    2021년 03월 06일 19시 34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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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67/

     

     

     

     내 학교생활은 싹 바뀌었다.

     레티시아는 신경을 써주고, 글로리아 일행은 일이 있을 때마다 나한테 말을 걸어준다.

     

     별것 아닌 잡담.

     쉬는 시간 때마다 펼쳐놓았던 책의 책갈피는, 계속 움직이지 않는 채.

     

     이런 나날은 원한 적도 없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무의식적으로 포기하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즐거워서 오해하고 말 것 같다.

     이 들뜬 시간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걸.

     

     

     그래서 그녀들과 헤어져 방에 돌아가면, 조용함에 약간 놀람과 동시에 조금 안심도 된다.

     저것에 익숙해져 버리면......분명 외톨이로 돌아갈 때 괴로워진다.

     

     데려온 메이드도 없어서 식당에서 먹는 저녁.

     웅성거림 속에서 조용히 먹는 것도, 한탄한 필요가 없다. 이게 보통인 것이다.

     

     묵묵히 입에 식사를 가져간다.

     여기의 식사는 정말 맛있다.

     내 즐거움 중 하나다.

     

     모두와 함께 즐기는 식사도 맛있지만, 이렇게 혼자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전부 자기 페이스로ㅡㅡ

     

     "에리비라 씨, 괜찮을까요?"

     

     테이블 앞에 있는 사람은 조금 본 일이 있는......아마 다른 학급의 동급생이다.

     그 뒤에 늘어선 여자애들의 절반은, 반 친구인 모양이다.

     

     .......슬슬 온 모양이다.

     사람의 눈도 있어서 도망칠 수 있어보이지만, 성가신 일은 뒤로 미뤄도 더욱 성가셔질 뿐이다.

     그리고, 몰래 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말하는 편이 훨씬 낫다.

     

     "뭔가요?"

     "할 말이 있는데요."

     "그래요."

     ".......와줄래요?"

     

     "여기선 할 수 없는 이야기인가요?"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럼 하세요. 전 식사가 끝나고 난 뒤에 해도 괜찮지만요."

     

     난 천천히 식사를 재개한다.

     

     "당신, 어디까지 실례할 건가요!?"

     ".......음. 식사중에 데려가려 하는 당신들 쪽이, 매너가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크......."

     

     아, 이거 맛있어.

     드레싱에 과일식초를 쓴 걸까?

     

     "너 따위는, 그냥 레티시아의 옆자리에 앉았을 뿐이고 딱히 특별하지 않다니까!"

     

     역시, 생각한대로 레티시아의 일이다.

     그래, 알고 있어.

     그대로네.

     신선한 양상추를 음미하면서 끄덕인다.

     

     "마법이 조금 특이하다고 해서, 동료처럼 지내다니."

     "너만 치사해......"

     "레티시아도,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에요."

     

     선두에 선 여자 이외엔, 들릴지 말지 정도의 소리로 소곤소곤 말할 뿐.

     

     "그러니까, 조금은 주제를 알라고......"

     

     좀 더 원호가 올 거라 생각했던 선두에 선 애의 기세도 보는 사이에 사라져간다.

     이 애들도, 자기들이 꼴불견을 말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럼에도,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을 거야.

     

     지금까지의 나였다면 이런 식으로 대화한다면 주눅들고 말았을 거다.

     뒷말을 무시할 수는 있어도, 똑바로 보내는 말을 받아넘기는 건 어렵다.

     

     '후훗, 강하네요.'

     

     레티시아가 말해줬던 대사.

     

     강해보일 뿐이지만, 지금은.......그 말에 어울리는 자신이 되고 싶다.

     

     마지막 한 마디를 음미하며, 따스해진 차를 쭈욱 들이킨다.

     잘 먹었다고 손을 맞대고서, 고개를 든다.

     

     "으......."

     

     그것만으로도 그녀들은 움츠렸다.

     

     '하지만, 거절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렇네. 그럴지도.

     학급위원이면서 백작가인 글로리아한테는 아무 말도 못하면서, 나한테는 말하다니.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서.

     

     그런 애들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할 말은 그것 뿐?"

     "그래, 그러니까."

     "그래서 뭐? 내가 어떻게 했으면 하는데?"

     "그러니까, 치사하잖아......"

     "자리가 가까워서? 마법의 종류가 드물어서? 그건 우연이고 내가 한 게 아니잖아?"

     "그래도."

     

     전부 엉뚱한 화풀이다.

     이 애들은, 레티시아가 신경써주고 있는 내 입장이 부러울 뿐.

     그걸 지적해봤자, 불에 기름을 부을 뿐이다.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나쁜 짓도 안 했어."

     

     거절한 채로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아직 변할 수는 없지만, 강한 척만 하는 게 아니라 강해지고 싶다.

     그 사람이 내게 해준 말대로.

     

     "따로 말하고 싶은 일은 있어?"

     "........"

     "없는 모양이네. 그럼 이만."

     

     난 자리에서 일어나서 선 채로 있는 여자애들의 옆을 지나가, 식기를 반납한다.

     문득 생각나서, 주방에서 뜨거운 물을 한 잔 받았다.

     

     방으로 돌아가서, 나눔받은 찻잎으로 차를 만들어본다.

     그 때와 같은 향기.

     즐거웠던 다과회가 떠오른다.

     

     그 애들이 원했던 시간.

     문득, 우월감을 느끼는 자신을 깨달았다.

     

     ".......나도 참."

     

     중얼거리고 차를 입으로 가져간다.

     그 때보다 조금 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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