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43 봐줬으면 해
    2021년 03월 06일 20시 55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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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68/

     

     

     

     교실에 가자 레티시아는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고, 글로리아 일행이 그 자리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제 식당에 있던 반 친구들의 시선을 느끼면서, 난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래, 난 자기 자리로 갈 뿐.

     책망하는 것처럼 봐도, 난 아무런 나쁜 짓도 한 게 없어.

     더욱 가슴을 펴고 천천히 자리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에리비라."

     "안녕."

     "안녕~"

     "안녕함다~"

     

     꾸벅 고개를 숙이자, 네 명이 제각각의 인사를 돌려준다.

     

     "무슨 일 있었슴까?"

     

     이르마가 자리에 앉은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뇨, 딱히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그렇슴까~?"

     "네."

     "그럼 괜찮지만~"

     

     흥미없는 듯 말하면서, 라우라는 일부러 교실을 둘러봤다.

     이쪽을 보고 있던 몇 명이, 서둘러 눈을 돌렸다.

     

     이르마와 라우라는, 의외로 주위를 잘 본다.

     글로리아의 감시역이라는 건 직함 뿐. 이라고 말했지만, 제대로 감시역의 일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리아가 레티시아와 친근하게 지내고 있어서, 레티시아가 신경쓰고 있는 나까지 눈을 돌려준다.

     

     "그보다, 오늘, 이동수업이었슴다. 싫은데."

     "맞아~"

     "아, 오늘은 측정이었네요. 싫은가요?"

     

     그를 위해 외부강사들을 불렀다고 들었다.

     

     "에리비아는 좋겠슴다. 골렘술은 학교에 단 한 명이지 않슴까. 그에 비교하면 번개는."

     "불 정도는 아니지만, 사용자가 많이 있으니~"

     "그래서요?"

     "그~ 많이 있으면 비교당해서~"

     "글로리아는 대단했슴다. 팡~ 했슴다! 거기다......"

     

     두 사람은 얼굴을 들이밀고 목소리를 낮췄다.

     

     "새언니한테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며 의욕에 차 있슴다."

     "우리들은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니까~"

     "그런가요."

     

     확실히 비교당하는 건 싫을지도 모른다.

     나도 고향에 있을 무렵엔 주변에 골렘술을 쓰는 사람이 있었지만, 모두 나이가 동떨어져 있어서 비교당한다는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히 같은 나이와 같은 마법으로 비교당하는 건 좀 싫을지도 모른다.

     

     "뭐~ 생각해도 소용없나~ 그보다 지금은 즐거운 일을 생각하자~"

     "맞아맞아. 싫은 일 생각하는 것보다 즐거운 일 생각하는 편이 건설적임다."

     

     이르마가 나의 책상에 패션 카탈로그를 펼쳐놓는다.

     

     "저, 이렇게 비싼 옷은 못사는데요."

     "그런 거 우리들도 그래~ 보기만 할 뿐이야~"

     "그리고 참고로 삼는 정도임다."

     "그런 법인가요?"

     

     "아, 그거! 새언니한테 진짜 어울릴 악세서리가 있었는데! 이거라구요, 이거!"

     

     카탈로그를 발견한 글로리아가, 레티시아를 이쪽으로 보게 한다.

     

     "어머, 멋지네요. 하지만 가격도 멋지네요."

     "이 정도라면 선물로 드릴게요!"

     "그건 안 돼요! 친구 사이에 그런 식의 교환은 몹쓸 짓이에요."

     "예~"

     

     레티시아가 손끝으로 글로리아의 이마를 두드리자, 그것만으로도 녹아버릴 것처럼 되어버린다.

     

     "그래! 보는 것 뿐임다! 일단은! 아, 이 색깔 에리비라한테 좋아보이지 않슴까?"

     "그럴까요?"

     "괜찮지 않아? 검은 머리에 비춰질 것 같으니."

     "음~"

     

     카탈로그를 펼치고 이거저거 대화하는 것을, 레티시아는 조용히 생글거리며 지켜보고 있다.

     나로 말하자면, 패션 이야기는 대부분 흘려들으며 측정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이동수업에는, 레티시아와 함께 갔다.

     레티시아의 마법은 수동적이라 측정에 오지 않아도 되지만, 그녀는 공부에 열심이어서 견학같은 것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글로리아도 그걸 알고 있어서 의욕에 찼던 것이겠지.

     

     .......그건 그렇고, 시선이 대단하다.

     

     레티시아는 왠지 돋보이는 사람이어서, 상급생과 강사들까지도 그녀를 보고 있다.

     분류할 수 있는 마법과 그 이외. 라는, 조잡한 분류법으로 나뉘어 함께 있는 내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당사자인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으로 불의 마법의 실연에 몰입하고 있는 모양이다.

     

     드래곤 족이며 후작가인 메후틸트한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게 있다.

     나도 되도록 평정심을 가장하자.

     왜냐하면, 레티시아와 메후틸트에게 향하는 시선과는 별개로, 나에게 향하는 시선도 있으니까.

     그녀들에게 향하는 선망의 찬 눈과는, 다른 것이었지만.

     

     ........아무래도 좋아.

     그럴 터였는데.

     

     "언니! 이제 곧 저희들 차례니까 봐주세요!"

     "그래. 물론."

     

     줄에서 삐져나온 글로리아가 레티시아에게 못을 박아둔다.

     옆에 있던 나한테도, 약간 미소를 향해주었다.

     

     ...........

     나도.......

     

     나도, 레티시아에게 마법을 보여주고 싶다.

     자그마한 점토 골렘으로 그렇게 기뻐해주었다면, 더욱 커다란 걸 움직여보이면 얼마나 놀랄까.

     

     그리고 나한테 향하는 심술궂은 시선을 향해, 이것 보라는 듯 비밀이야기를 하는 저 애들한테 보여주고 싶다.

     같은 기분도 든다.

     

     불순한 동기라고는 알고 있지만......내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주는 일이 이 이동학습의 목적이니까, 그렇게 해.....야겠지?

     

     전력......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법.

     그걸 보여주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좋을까?

     

     점토는 일단 갖고 왔지만, 이건 너무 작다.

     그렇다고 해서 어머니처럼 흙덩이를 뭉쳐 골렘화시키면서 조종하고 가동할 수 있는 모습으로 만드는 예능은 나로선 아직 불가능하다.

     

     

     고민하는 사이에 내 순서가 찾아온다.

     최악의 경우 가진 점토로 뭔가 할 수 밖에 없는데......

     앗.

     

     "선생님, 저 이걸 써도 되나요?"

     

     근처에 있던 모리아 선생에게 그렇게 말하며, 조금 빨랐나 생각했다.

     내가 가리킨 것은 마법의 표적으로 쓰는 제일 커다란 갑옷이다.

     

     "네, 괜찮아요. 맘에 드는 걸 쓰도록 하세요."

     "고맙습니다."

     

     ......허가받고 말았다.

     

     아니, 이 판단은 틀리지 않았을 거야.

     인간이 모습을 한 골렘은 다루기 쉽고, 갑옷은 인간이 착용하는 것이니 그런 점에선 이상적이다.

     다만......정말 무거워보이는데.

     

     소심해져도 어쩔 수 없어.

     어쨌든 해내야 해!

     

     난 한쪽 땋은 머리를 잡고서 머리카락을 당겨 뽑았다.

     작은 아픔이 집중의 스위치가 된다.

     

     아무리 크고 무거워도, 가능할 거야.

     많은 머리카락을 들여서, 마력의 보충과 제어를 쉽게 한다면.......

     

     근처에서 보면 모르겠지만, 안에는 축이 들어있다.

     축이 지지해주기 때문에, 갑옷의 무게 전부를 지탱할 필요는 없다.

     이거라면......보기 좋게 이 자리에서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될 거야!

     

     너무 무거운 경우에도 최소한 일부는 움직일 수 있도록, 머리카락을 중요한 부분에 분산시킨다.

     나중엔 마력을 담아서 조종하면 된다.

     

     콩콩콩.

     갑옷의 가슴을 두드려서, 깨어나기를 재촉한다.

     부탁해, 그렇게 오랜 시간이 아니어도 돼.

     아주 조금만이면 되는걸.

     

     보여주고 싶어, 그 사람에게 나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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