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7 화장실과 욕조는 중대사
    2021년 03월 06일 09시 59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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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27/

     

     

     

     이것은 어느 날 아침의 일.

     

     "여행가고 싶어!"

     후라우의 프렌치 토스트를 즐기고 있던 아침식사 도중, 에리스가 갑자기 선언했다.

     

     사실 에리스ㅡ에지는 '용자님 일행' 을 괴롭혔을 때 느꼈던 쾌감을 잊을 수 없었다.

     그건 달성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쾌감을 좀 더 맛보고 싶어!

     에리스는 그런 충동에 휩싸였다.

     

     용자님의 존재는 알아챘다.

     선제 펀치도 먹여주었다.

     그럼 다음은 마왕이다.

     마왕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면, 이쪽에서 치러 가주겠다.

     

     그러자 다른 멤버들도 좋은 반응을 하였다.

     

     "그래, 시야를 넓히는 건 중요하지."

     "미지의 마도구를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여행은 즐겁다냐."

     

     .......

     

     그런데 혼자 대화에 끼어들지 않은 사람이 있다.

     

     "클레어는 어때?"

     에리스는 남은 1명에게 생각을 물어봤지만, 클레어는 고개를 숙인 채였다.

     

     "클레어는 여행이 싫어?"

     "몸이라도 안 좋은가요?"

     "마차가 싫은 거다냐?"

     세 명이 물어보지만, 클레어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 뿐.

     

     "저기 클레어, 왜 그래?"

     "저기, 모두들. 화장실과 욕조는 어쩔 거야?"

     

     아.

     

     클레어의 지적에, 네 명은 경직되었다.

     

     "와이트의 미궁에서...... 좀비자이언트를 봤을 때....... 나, 조금 지려버렸어......"

     에리스는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그 후의 도시락 먹을 때 에리스가 "나 이제 안 될지도....." 라고 떼를 썼던 일을.

     그런가.

     그 때 클레어는 속옷이 축축한 걸 참고 있었구나.

     

     "이 저택에 살고 있으면 '깨끗한 화장실' 과 '깨끗한 욕조' 에서 모두 깔끔하게 지낼 수 있지만, 여행 중에는 어떻게 할 거야? 난 이제 화장실과 욕조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그렇게 외치고서, 클레어는 전부 내뱉은 듯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클레어는 그녀 나름대로 용기를 쥐어짜셔 부끄러운 말을 모두에게 한 것이겠지.

     

     엎드린 클레어의 등을, 옆의 레베가 쓰다듬어 준다.

     "우리가 미처 생각을 못했구나."

     "생각 못했네요."

     "화장실과 욕조는 기분좋다냐."

     

     이건 어떻게든 해야......

     

     30대 방구석 백수는 귀여운 클레어를 위해 전생의 지식을 풀가동시켜 찾아나간다.

     

     오, 그 방법이 있었다.

     

     "그럼 '여행용 화장실과 욕조'를 우리가 만들자. 우리들이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클레어의 격려에, 클레어는 이제야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먼저 화장실의 아이디어부터.

     먼저 네모난 목제 방을 만들고, 안에 화장실과 커다란 물병을 설치한다.

     화장실 앞에는 주저앉았을 때 눈앞의 높이가 되도록 깔대기형 나무통을 걸어놓고, 그 통과 화장실에 설치된 취수구를 관으로 연결한다.

     물병의 물을 깔때기에 쏟으면, 기세가 오른 물은 오물과 함께 떠내려간다.

     얇은 천을 많이 준비해서, 볼일을 볼 때마다 한 장씩 물병의 물을 묻히고 짠 다음 중요한 곳을 닦으면 분명 위생적일 것이다.

     참고로 사용한 천은 거리낌없이 함께 흘려버낸다.

     흘려낸 오물은 방 아래에 별도로 설치한 오물용 통에 쌓아두고, 매번 처리한다.

     

     다음은 욕조의 아이디어.

     역시 마차 안에 욕조를 설치하는 건 무리가 있어서, 에리스는 그 대신 샤워를 하기로 했다.

     이쪽은 화장실보다 간단한 구조로 제작할 수 있다.

     

     먼저 발열의 돌로 저장된 물을 적절히 데우고, 그걸 머리 위의 조그만 통에 사용할 분량만 길어서 넣는다.

     그리고 관의 끝에 붙인 꼭지를 열면 샤워장의 더운 물이 머리부터 쏟아지는 장치다.

     

     화장실, 샤워룸 모두 가로세로 1메텔, 높이 2메텔의 공간이 있다면 마차 안에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다.

     

     "어때 클레어? 너라면 간단히 설계할 수 있잖아."

     "응! 바로 도면을 만들어 볼게! 고마워 에리스!"

     그런 말을 남기고, 클레어는 현재 '클레어 설계사무소' 가 되어있는 객실에 달려가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

     

     "확실히 화장실과 욕조는 맹점이었어."

     "눈치챈 클레어도, 구조를 떠올린 에리스도 대단해요."

     "이걸로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는 거다냐?"

     

     클레어가 설계사무소에서 나오기 전까지, 에리스와 후라우는 점심식사의 장보기, 레베와 캐티는 '백합의 정원' 의 순찰을 돌았다.

     

     "어차피 클레어는 도면을 품고 뛰쳐나올 테니, 점심은 한손으로 먹을 수 있는 걸로 해볼까요."

     "그렇네. 저기 후라우, 점심은 저걸로 하자."

     

     레베와 캐티는 평소의 '청백' 으로 묶은 '비색의 세탁물' 을 널어놓고, 후라우와 에리스가 작고 둥근 '백옥빵' 과 '야채스틱' 을 준비하고 있자,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클레어가 객실에서 뛰쳐나왔다.

     

     "모두들, 이거면 어떨까?"

     테이블 위에 펼쳐진 종이에는 화장실과 샤워룸의 상세한 도면이 그려져 있었다.

     

     "이 도면은 일반인도 쓸 수 있는 배수저장형이지만, 에리스의 능력이 있다면 더욱 편리하게 될 거야!"

     

     이런 설비의 문제는 급수와 배수에 있다.

     여기서 클레어는 '포식의 가방' 을 대담하게 쓴다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급수에 쓰는 물은 병에 넣어서 '포식의 가방' 에 넣어두면 얼마든지 옮길 수 있는 건 알겠지."

     클레어의 확인에 수긍하는 네 명.

     "그럼, 여기에 '포식' 을 붙인 가죽가방을 매단다면 어떻게 될 거라 생각해?"

     클레어가 가리킨 곳은 화장실과 샤워룸의 배수구.

     

     아, 그런가.

     

     '포식' 을 열어놓은 채로 두면 된다.

     

     거기서 레베가 냉정한 질문을 던졌다.

     " '포식의 가방' 은 '포식의 가방' 에 넣을 수 없는데."

     레베는 화장실과 샤워룸을 '포식의 가방' 에 넣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이게 실현된다면 화장실과 샤워룸을 마차가 없어도 말 그대로 '휴대' 할 수 있게 되니까.

     

     하지만 에리스는 클레어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고 눈치챘다.

     

     " '포식의 가방' 에 설비를 넣기 전에 '포식의 가죽가방' 의 능력을 지우면 되네!"

     "정답이야! 역시나 에리스!"

     클레어가 기쁜 듯이 끄덕였다.

     

     이전에 '포식의 가방' 에 아이템이 담겨진 상태에서 일부러 두 번의 복사를 하여 '포식' 의 능력이 없어진 경우, 안의 아이템이 어떻게 되는지 실험을 한 일이 있었다.

     결과는 '아이템은 모두 사라진다' 였다.

     

     그래서 여태까지는 '포식의 가방' 을 복사할 땐 만일을 위해 내용물을 전부 꺼냈었다.

     하지만 이번에 클레어가 발상한 것은, 그 단점을 이용해 오물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아이디어였다.

     

     "훌륭해 클레어!"

     "그럼 감독한테 도면을 갖고 가도 될까 에리스!"

     

     클레어의 요청에, 에리스는 덧붙였다.

     "이왕이면 '여행용 마차' 도 설계해버리자!"

     

     

     다음 날 클레어는 후린트에게 화장실과 샤워룸, 그리고 마차의 도면을 갖고 갔다.

     그러자 화장실과 샤워룸의 도면을 잡아먹을 듯이 바라보던 후린트가, "이건 팔릴지도 모르니 예상도를 그려서 상인길드의 마리아한테도 보여주고 와." 라고 조언을 해줬다.

     

     다음 예상도를 마리아에게 줬더니 ,그 설계사상을 클레어한테서 확인한 마리아는 시제품을 상인길드에 납품하도록 클레어에게 발주해 주었다.

     

     이렇게 점점 박차를 가해 '휴대 화장실&샤워룸' 의 이야기는 진행되었다.

     

     

     며칠 후에는 '백합의 정원' 의 한 곳에 공방길드가 만든 '클레어-후린트' 브랜드의 '고급 가정용 화장실' '고급 가정용 샤워룸' '화장실, 샤워룸 부속 마차' 의 모델하우스가 오픈되었다.

     

     이것은 부유층에게 대호평.

     

     '가정용 화장실 & 샤워룸' 의 평판은 '백합의 정원' 과 결부되어 각 도시를 진동시키게 되었다.

     이렇게 클레어는 기본설계료 외에도 특허료까지 지속적으로 손에 넣게 되었다.

     이걸로 클레어도 부유층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며칠 뒤, 공방길드에 발주했던 마차가 에리스 저택의 앞에 도착하였다.

     

     마차에는 고급 화장실과 샤워룸이 뒷쪽에 설치되어 있다.

     일단 배수처리탱크도 실려있긴 하지만, 이건 제 3자에게 보여줄 연막용.

     마차의 중앙부에는 3단 침대를 2열 배치하여, 모두 여유롭게 잠들 수 있게 했다.

     마차의 양 옆에는 롤 타입의 천막을 설치했다.

     이것들은 펼치면 간이 천막처럼 되는데, 그 밑에 접이식 테이블을 펼쳐놓으면 약간의 식사용 공간이 된다.

     

     침대와 화장실 사이에는 '발열의 돌' 을 세팅한 간이 부엌도 후라우의 요청으로 완비해놓았다.

     

     "우후후후. 이걸로 당당하게 여행갈 수 있겠어."

     에리스의 중얼거림에 이번에야말로 전원 일치로 동의했다.

     그러자 여기서 클레어가 소박한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어디에 갈 거야?"

     

     아.

     

     다시 경직된 세 사람.

     그러자 여기서 혼자 경직되지 않은 레베가 손을 들었다.

     "상인길드마스터인 마리아 씨가 '성채도시' 에 가보지 않겠냐고 추천해줬는데."

     "성채도시라니?"

     " '성채도시 마루스필드'. 이 부근 일대의 곡창지대를 한손에 거머쥔 영주의 마을이다."

     "뭘 하러?"

     "오페라의 관람을 추천했어."

     

     아~.

     

     레베님 팬클럽의 활동이네.

     "레베는 가고 싶어?"

     에리스가 레베에게 그렇게 물어봤지만, 레베의 대답을 기다리기 전에 다른 세 사람이 제멋대로 말하였다.

     

     "마루스필드는, 진귀한 식재가 모여들어요!"

     "마루스필드엔 진짜 커다란 기계로 된 시계탑이 있대!"

     "수인족의 마을이 있다냐!"

     

     조용히 해 너희들.

     

     "그래서 레베는 어때?"

     "오페라는 관람해보고 싶지만, 마리아와 두 명뿐이라는 건 조금......"

     

     자 결정.

     

     에리스는 마리아에게 편지를 써서 캐티에게 맡겼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레베와 오페라를 관람하고 싶다면, 저희들 모두를 데리고 가주세요.'

     

     

     캐티에게서 편지를 받아든 마리아는 재빨리 내용에 눈길을 주었다.

     "대답은 나중에 해도 된다냐."

     그렇게 말을 남긴 캐티가 마도마를 타고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리아는 득의양양하게 미소지었다.

     

     "아직은 애들이네요."

     

     이어서 곧장 에리스에게 답신을 써서, 곧장 배달보냈다.

     

     '부디 여러분도 함께.'

     

     이어서 마리아는 다시 한통의 편지를 썼다.

     

     '호위들은 무사히 낚였어요.'

     

     이 편지는 공방길드마스터인 후린트에게.

     

     편지를 봉인하고서, 마리아는 혼자서 싱긋 미소짓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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