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6 용자를 홀라당 벗겨먹었다고2021년 03월 05일 23시 00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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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건 빙고대회가 열리기 몇 시간 전의 일.
모험가길드 앞에는 평소 이상으로 사람이 모여들어서, 인파가 생겨나 있었다.
"어이, '흑' 이라니 레어잖아."
"그것도 그렇지만, '금흑 세트' 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와 그녀들은 내걸린 두 '비색의 세탁물' 에 묶여진 리본의 색 운운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그러자 여태까지 잠에 들었던 두 빨래가 눈을 떴다.
먼저 거한이 외쳤다.
"왜 내가 매달려있는 거냐!"
이어서 연약해보이는 남자도 우는 소리를 시작했다.
"잠깐, 이거 범죄잖아요?"
그러자 두 사람의 뒤에서 그들의 감시를 하고 있던 모험가길드의 일원이, '입 다물어' 라고 말하는 듯 그들의 엉덩이를 봉으로 찔렀다.
"네놈들의 신원보증인이 나타날 때까지는 그대로다. 뭐 당분간 반성하고 있으라고."
"우리들은 용자 파티의 다무즈와 크리프다! 빨리 '용자 그레이' 를 데려와!"
이 어필에는 감시자도 구경꾼들도 정색하였다.
"뭐야 저 녀석들. 스스로 '용자' 를 자칭하는 거야?"
"용자의 동료가 하필이면 세탁물이냐고."
구경꾼들이 보기엔, 이 녀석들이 용자의 파티를 자칭하는 것도, 거한이 명령조인 것도 전부 마음에 안 든다.
"빨리 내리지 못해!"
"빨리 내려주세요!"
"아~ 시끄러."
두 사람의 거들먹거리는 태도에 제대로 화가 난 감시자는, 다무즈 일행의 등뒤로 돌아가서 제각각의 입에 재갈을 물려 조용히 시켰다.
자, 이렇게 하는 사이 제 3편의 정기마차가 백합의 정원에서 모험가길드 앞에 도착했다.
승객은 단 한명이다.
그녀는 패배감에 휩싸여, 한숨을 쉬면서 마차에서 내려왔다.
"열받아서 차마 있을 수 없었어."
그렇다, 그녀는 백합의 정원 병설의 레스토랑에서 수치를 당한 피치였다.
마차에서 내린 그녀는 인파를 눈치채고, 아무 생각없이 그곳에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아침에 없었던 새빨간 물체가 시야에 들어왔다.
"뭐야 저거?"
아는 얼굴이 새빨갛게 칠해져서 모험가길드의 지붕 끝에 전라의 상태로 매달려있다.
그것도 중요한 곳에 금과 흑의 리본으로 나비매듭이 지어진 것이다.
이건 솔직히 보기에도 정말 민망하다.
"뭐하는 짓이야, 당신들!"
서둘러 두 사람에게 달려온 피치를 다무즈와 클리프도 눈치챘지만, 재갈이 물려져 있어서 몸을 비틀면서 우물우물할 뿐.
그걸 대신해 감시자가 피치에게 물어봤다.
"당신 이 녀석들의 아는 사이?"
"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피치는 잠깐 주저하고 말았다.
아니 이 녀석들의 관계자라고 생각되면 부끄러울지도.
그런데 감시자는 피치가 아는 사이라고 판단했는지, 두 사람의 재갈을 벗기고 말았다.
갑자기 외치는 두 사람.
"빨리 내려 피치!"
"나 슬슬 머리에 피가 차서 죽을지도!"
그런데 피치로서는 어떻게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감시자와 구경꾼들도 아무 조언을 해주지 않는다.
"빨리 그레이를 데리고 와!"
참을 수 없던 모양인지 다무즈가 다시 외쳤다.
'그런 짓 안 해도, 이 여자가 이 녀석들은 동료입니다 라고 선언하면 끝나는데.'
라고 감시자는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 자리에선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리고 피치는 다무즈와 클리프를 내버려둔 채,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듯 달려가버린 것이었다.
조금 지나자 그레이가 숨을 헐떡이며 그 자리에 도착했다.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동료의 처분에 분노하여, 그레이는 무심코 검에 손을 대었다.
그가 발하는 압박감이 대단해서, 감시자와 구경꾼을 압도하고 말았다.
"이 처분에 대해 설명을 요구한다."
그레이는 검에 오른손을 댄 채, 감시자에게 따졌다.
그 기세에 감시자는 무심코 뒷걸음질 쳤다.
"빨리 내리라고 그레이."
"빨리 줄을 끊어주세요."
두 사람의 요구에 따르려고, 그레이는 검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등뒤에서 제지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 네놈도 범죄자가 될 셈인가."
등뒤에서 갑자기 걸려온 의젓한 물음에, 그레이는 기세를 그대로 하며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듬직한 한 아저씨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놀려보는 그레이를, 바보취급 하는 것처럼 아저씨가 코웃음친다.
"다른 자에게 이름을 물어볼 때 먼저 자기 이름을 대라고, 아빠나 엄마한테서 배우지 못했나?"
아저씨의 놀리는 듯한 어조에 그레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아저씨를 압박하려는 듯 다시 노려보았다.
"난 스카이캐슬 출신의 그레이라고 한다. 여기에 내걸린 두 사람은 나의 동료다. 즉시 해방을 요구한다!"
그런데 아저씨는 태연한 모습이었다.
"난 '와란 모험가길드마스터' 인 테세우스다. 잘 부탁한다. 저기에 내걸린 두 사람은 범죄자니까, 그레이라고 했나? 네놈이 저 녀석들의 신원보증을 서라."
범죄라고?
의아해하는 그레이에게, 아저씨는 이런이런 하는 표정으로 질렸다는 듯 양손을 어깨 높이까지 들었다.
" '백합의 정원' 에서 엿보기를 했다."
"뭐라고!"
그레이는 무심코 다무즈와 클리프를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불안한 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다무즈와 클리프는 반사적으로 그레이한테서 눈을 돌리고 말았다.
"납득했나?"
"이 녀석들이 전라인 건 어째서지?"
"그게 엿보기에 대한 와란의 벌칙이라 그래."
그레이에게 설명을 모두 해준 뒤, 테세우스는 움츠러든 감시자를 안심시키려고 지시를 내렸다.
"신원보증인이 오셨다. 그 녀석들을 내려줘."
빨랫대에서 내리고, 리본을 풀고, 빙글 감아놓은 밧줄에서 해방된 다무즈와 클리프는, 갑자기 거센 태도가 되었다.
"네놈들 각오해 둬라!"
"달이 빛나는 밤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테세우스는 두 사람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레이에게 심술궂은 제안을 해줬다.
"이 녀석들을 전라인 상태로 마을을 거닐게 하면, 이번엔 '공연음란죄' 로 붙잡히겠지. 괜찮다면 천옷을 1벌에 1만 릴에 팔아주겠다."
대단할 정도의 '폭리 가격' 에 그레이는 이를 갈면서도, 갈아입을 옷이 없는 현재로서는 테세우스의 제안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2장 사겠다."
그레이는 분노에 몸을 떨며 그렇게 쥐어짜내는 게 겨우였다.
"감사하네."
테세우스는 그레이에게서 2만 릴을 받아들고는, 그 대신 다무즈와 크리프에게 천옷을 던져줬다.
다시 불만을 내뱉으려는 다무즈와 클리프를 그레이가 제지하면서, 테세우스를 다시 노려보았다.
"모험가길드는 누구에 대해서도 공평했으면 한다."
"여긴 '와란' 의 모험가길드다. 뭐 언제든지 와라. 환영할 테니."
그 자리에서 조용히 떠나가는 세 사람을 지켜보다가, 테세우스는 귀찮다는 듯 중얼거렸다.
"자. 일단 평의회에 보고해둘까."
한편 이쪽은 같은 시각의 도적길드.
"면회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기스는 눈앞에서 소파에 앉아있는 고깃덩어리를 향해 정중히 인사하였다.
그런 그를 보고, 뚱뚱한 아저씨는 싫다는 것처럼 입술을 비틀었다.
"스카이캐슬의 도적길드는, 그렇게 답답한가?"
"길드마스터가 항상 변장해야 할 정도는 아닙니다."
기즈의 대답에, '와란 도적길드마스터' 인 바르디스는 만족스레 웃었다.
"그런데 도적장사의 인사라면 접수만으로 충분했는데."
"아니요, 오늘은 정보를 구입하러 왔습니다."
"굳이 나한테? 내 정보는 비싸다고."
"아마 길드마스터님만 아실 거라 생각해서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물어봐."
" '와란의 보석상자' 의 상세를."
흥.
테세우스의 보고에 있었던 '용자' 라는 놈들의 파티에서 주의해야 할 건 이 녀석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바르디스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정보료는 1천만 릴. 그걸로 제각각의 상세는 알려주겠다. 다만 '물어봐도 소용없다' 라는 것이 스카이캐슬 도적길드에 대한 와란도적길드의 조언이다."
기스는 생각한다.
쓸데없는 정보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도적길드 사이의 정보교환에 거짓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는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르디스가 일부러 덧붙인 '제각각' 이라는 단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제각각' 뿐만이 아닌 '전체' 도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만."
그렇게 말한 기스는 품에서 보석을 하나 꺼냈다.
"1천만 릴 정도의 가치는 됩니다."
바르디스는 싱긋 웃고는, 기스를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
◇
기스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숙소로 돌아오자, 어째선지 그레이와 다무스&크리프 조가 맹렬한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 옆에서 피치는 질린 표정을 짓고 있다.
"왜 그러지 피치?"
"다무즈와 크리프가 장비를 전부 빼앗겼어. 합법적으로 말야."
"뭐?"
그 후 기스는 그레이의 분노가 사드라들 때까지 당분간 기다리기로 했다.
결국 그 날과 다음날은 모든 장비와 도구를 잃은 다무즈와 크리프에게 새 도구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보내고 말았다.
그레이가 신탁을 받은 '와이트의 미궁' 탐색에는 '대 언데드의 장비' 가 필요불가결하다.
거기다 라스트보스로 나올 '와이트' 는 그레이의 검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피치와 크리프의 마법과 마도구에 의한 마법공격에 기대야만 한다.
장비를 잃은 두 명에게 다시 제대로 된 장비를 채워주기 위해, 결국 그들은 와란에 2억 릴의 돈을 써버렸다.
그럼에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최저한의 무기와 방어구 뿐.
'모험가의 가방' 같은 도구 쪽은 일부의 재고가 떨어져서 어찌할 수도 없었다.
그레이 일행은 다음 날부터 부활했을 와이트의 미궁의 탐색을 재개했다.
마법공격능력이 모자란 그들은 며칠에 걸쳐 미궁을 제패해나갔다.
하지만 목적인 '마왕을 상대할 수법' 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부활하는 날을 기다려서 와이트의 미궁을 몇 번이나 거듭 탐색했지만, 성과는 전혀 나지 않았다.
입수한 것은 일반적인 마도구와 릴 뿐.
그 결과 그레이 이외의 멤버는 지쳐버리고 말았다.
특히 덫의 해제의 신경을 썼던 기스의 소모가 극심하다.
드디어 크리프가 그레이에게 애원했다.
"그레이. 다른 신탁을 우선하죠."
"그래. 먼저 다른 걸 찾아볼까."
그레이도 크리프의 애원에 납득하였다.
신의 계시가 틀렸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마왕에 저항할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이유는, 탐색의 순서와 관련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마을로 이동하여, 다른 신탁에 따라 다른 미궁을 먼저 탐색하기로 했다.
여행 준비를 끝내고 와란을 출발하려는 참에, 기스는 갑작스레 떠올렸다.
와란의 도적길드마스터의 정보를.
실은 첫날부터 기스는 그 소녀들이 와이트의 미궁을 제패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그날 봤던 그녀들의 모습은, 단순히 귀여운 소녀들이라는 인상이었을 뿐.
하지만 그녀들을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그 소녀들의 존재가 '이상' 하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이 와란의 마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기 때문일까.
마을의 누구도 의문을 갖지 않은 상태였다.
확실히 '백합의 정원' 과 '그 주변시설' 은 도적길드와 상인길드가 관리 및 운영을 하고 있고, 모험가길드와 공방길드도 그 교통과 시설유지에 관련된, 그야말로 '와란의 공공사업' 이다.
거기에 의문을 가지는 일은 없다.
하지만, 누가 그 스위치를 눌렀는가?
기스는 와란 도적길드의 마스터가 준 정보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한 명은 모험가길드마스터의 실제 딸.
한 명은 공방길드마스터가 애지중지하는 소녀.
한 명은 도적길드마스터의 비장의 소녀.
한 명은 상인길드마스터가 맘에 들어하는 소녀.
한 명은 와란 평의회의 준회원.
이 다섯 명에게 마을에서 준 이명은 '와란의 보석상자'.
"아아, 그런 뜻인가."
기스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그녀들은 제각각의 출신이 '와란' 의 대표인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 다섯 명의 파티는 '와란' 의 이명이 부여된 것이다.
그녀들에게 싸움을 건다는 말은, 다시 말해 와란의 마을 그 자체에게 싸움을 거는 것과 같다.
쓸데없는 정보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알아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정보는 존재한다.
그래서 기스는 그레이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이런 일에 상관하는 것보다, 빨리 다른 마을로 가자고 생각하면서.
◇
자 여기는 백합의 정원 공중목욕탕.
레베가 레스토랑에서 노래를 선보인 사실은 후라우를 통해 에리스 일행 세 명도 알게 되었다.
"나도 듣고 싶어."
"나도 듣고 싶은데."
"나도 듣고 싶다냐."
그런 이유로, 레베는 샤워장의 통 위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기분 좋은 듯 오페라를 낭랑하게 부르는 레베의 모습과 곡조에, 네 사람은 두근거리고 말았다.
제각각이 노래부르고 싶어진다.
그리고 여긴 목욕탕.
음향효과는 발군이다.
"다음은 내 차례네."
에리스ㅡ에지는 순서를 기다리는 것도 어렵다는 듯, 레베와 교대로 스테이지 대신이 되어버린 통의 위에 올라섰다.
그건 30대 방구석 백수 시절에는 절대로 하지 않았을 일이었다.
'사람의 앞에서 즐겁게 부른다.'
어느 사이엔가 에리스ㅡ에지는 당연하다는 듯이 네 명의 소녀와 그걸 즐기게 되어있었던 것이다.
728x90'판타지 > 도적소녀로 전생한 나의 사명은 용자와 마왕에게 ×××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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