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4 용자님 쌤통
    2021년 03월 05일 05시 11분 3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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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24/

     

     

     

     

     '귀환의 반지' 의 능력으로 무사히 모험가길드의 마법진에 도착한 에리스 일행.

     그러자 접수 쪽에서 언쟁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부탁입니다! 우리들은 서두르고 있단 말입니다!"

     라며, 꽤 화려한 갑옷을 찬 젊은이가 접수를 향해 호소하고 있었다.

     

     한편 접수원은 진저리난다는 표정으로 젊은이에게 대답했다.

     "몇 번이나 말씀드리겠지만 '와이트의 미궁' 은 현재 다른 파티가 탐색중입니다. 그러니 그들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런데 젊은이는 물러서지 않는다.

     "오늘 아침 미궁에 들어갔다면 며칠은 나오지 않지 않습니까! 우리들은 한시라도 빨리 '마왕을 봉인하는 방법' 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와이트의 미궁?

     마왕을 봉인하는 방법?

     

     젊은이가 말한 단어에 흥미를 가진 에리스는 다른 네 사람을 말없이 제지하고는, 접수의 상태를 다시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러자 접수원에게 필사적인 모습으로 미궁의 안내를 부탁하던 젊은이에게, 한 거한이 말을 내뱉었다.

     "그레이여, 이렇게 되었으니 멋대로 미궁에 들어가도록 하자."

     

     그런데 '그레이' 라고 불린 젊은이 대신, 다른 빼빼마른 남자가 그걸 거절한다.

     "다무즈. 넌 미궁의 장소를 알고 있어?"

     

     그 남자에게, 피부의 노출이 많은 묘령의 여성도 찬성하고 있다.

     "기스의 말대로야. 모험가길드가 안내해주지 않으면 미궁의 입구에 도착할 수 없는걸. 클리프도 접수원을 설득하는 게 어때?"

     

     그러자, 묘하게 연약해보여서 전혀 믿음직하지 않은 남자가 여자에게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피치. 그런 건 나로선 무리에요."

     

     그런 멤버를 무시하는 것처럼 젊은이는 다시 한번 접수원에게 애원했다.

     "적어도 장소만이라도 가르쳐 줘!"

     

     '그레이' '다무즈' '기스' '피치' '클리프' 네.

     

     에리스는 접수에서 언쟁을 벌이는 녀석들이 말한 이름을 머릿속에서 되뇌이고는, 여태까지 행동을 제지했던 네 명을 이끌고 다음 행동에 나섰다.

     

     다섯 명은 말없이 접수를 빙 돌아가서, 아저씨들이 앉아있는 홀에서 가장 접수와 가까운 테이블에 앉았다.

     이어서 에리스는 거기에서 접수원에게 손을 흔들었다.

     

     "레렌 씨. 돌아왔어요."

     

     그러자 에리스 일행을 눈치챈 접수원 '레렌' 은, 안심한 듯한 표정으로 접수대에 선 무례한 일행에게 사무적인 말을 전했다.

     

     "선행 파티가 돌아왔으니 '와이트의 미궁' 을 탐색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곧장 안내해드릴까요?"

     

     그러자 일행 중 '기스' 라고 불린 야윈 남자만 에리스 일행을 눈치채고는, 그녀들에게 말을 걸었다.

     

     "당신들 '와이트의 미궁' 에 갔다 온 겁니까?"

     "네."

     

     에리스는 일부러 정말 간단한 대답만 하였다.

     다른 네 명은 기스의 뒤를 쫓아 그녀들을 돌아본 일행 중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럼......"

     

     라고 다시 뭔가를 에리스에게 물어보려 하는 기스를. '다무스' 라고 불린 거한이 제지했다.

     

     "뭐야. 이런 계집들이 탐색에 갈만한 미궁이라면 낙승이라고!"

     

     그런데 거기서 왠지 젊은이가 거한을 혼내고서, 에리스 일행에게 다시 말을 걸어왔다.

     "실례되는 말투는 그만둬 다무스!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마드모아젤."

     

     우와 기분 나빠.

     이것이 에리스 일행 다섯 명의 공통된 감상이었다.

     

     말없는 에리스 일행을 무시하는 것처럼, '비치' 라고 불린 화려한 여성이 그레이를 향해 어이벗다는 듯 쏘아붙였다.

     "그레이. 당신이 얻은 정보로는 '와이트의 미궁' 의 탐색에 며칠이나 걸린다 했을 텐데?"

     

      그러자 정신을 차린 표정의 그레이는, 조금 전의 달달한 어조와 다르게 초조한 기색으로 에리스 일행에게 물어보았다.

     

     "귀여운 소녀들이여. 괜찮다면 소녀들이 도전한 미궁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겠습니까?"

     

     뻔뻔하네 이 녀석.

     이것도 소녀들 다섯 며이 가진 공통된 감상.

     그래서 이 녀석의 대응은 에리스가 혼자 떠맡기로 하였다.

     

     "여러분은 누구신가요?"

     "우리들은 다가올 마왕과의 일전을 대비해, 세계를 여행하고 있는 것이다!"

     

     마왕과의 일전인가아.

     혹시 이 녀석들이 용자님인가아.

     

     일단 에리스는 모르는 체하였다.

     

     "죄송해요. 첫 번째 방에서 대량의 스켈톤이 덮치길래 도망쳐왔어요."

     "이런 계집들의 정보에 기대려 하다니 부끄러워!"

     그레이는 피치의 매도를 등으로 받아내면서 죄송하다는 듯 에리스 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했습니다. 아가씨들."

     

     이어서 그레이는 다시 접수원 쪽을 향했다

     "지금부터 갈 수 있겠지?"

     "희망하신다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희망하신다면."

     접수원 레렌이 '희망하신다면' 이라고 일부터 되풀이한 것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레이 일행은 모험가길드의 안내인을 따라 '와이트의 미궁' 으로 향하게 되었다.

     

     미궁으로 향하는 용자님 일행을 홀에 있는 사람들은 말없이 지켜본다.

     조용해지는 길드 홀.

     

     .......

     

     풋.

     

     누군가가 내뿜었다.

     

     그걸 신호로, 홀은 일제히 박장대소에 휩싸였다.

     

     에리스와 레베와 후라우 셋이서 미노타우로스와 슬레이프닐을 때려눕힌 것을 모험가길드의 아저씨나 오빠들은 잘 알고 있다.

     

     거기에 마술에 관한 몇몇 과거가 있는 '공방길드마스터' 후린트가 애지중지하는 클레어.

     수인족이면서 '도적길드마스터' 바르디스의 비장의 자식인 캐티.

     이 두 사람이 추가된 것이다.

     

     그래서 모험가길드의 녀석들은 고참을 중심으로 '저 소녀들이 뭘 저질렀다 해도 일단 사실이겠지' 라는 인식이 생겨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은 에리스의 '첫 방에서 도망쳐왔다' 는 말이 거짓이라고 모두 간파하고 있었다.

     

     그러자 백합의 정원행 마차 관련으로 얼굴을 아는 한 사람이 웃으면서 테이블 너머로 에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에리스. 사실은 어땠지?"

     "당연히 전부 때려눕히고 왔어요."

     

     당연하다는 듯 내뱉은 에리스의 말에, 홀은 다시금 박장대소에 휩싸였다.

     

     왜냐하면 에리스 일행이 와이트의 미궁을 전부 때려눕혔다면, 지금 이 타이밍에 와이트의 미궁에 나간다 해도 안에는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있는 것은 집요한 문의 함정과 빈 보물상자에 설치된 덫 뿐일 것이다.

     

     홀의 멤버 전원이 마음껏 웃어제낀 뒤, 후라우는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이번 와이트의 미궁은 여태까지의 정보와 달랐어요. 가능하다면 아버님께 보고하고 싶은데요."

     "조금 기다려주세요."

     후라우의 요청에, 접수원 레렌도 표정을 풀고는 일단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접수원은 돌아왔다.

     "여러분 모두 안의 휴게실로 가주세요."

     "고마워요. 레렌."

     다섯 명은 레렌감사를 표하고서 모험가길드의 안으로 나아갔다.

     

     

     "오오, 잘 왔다, 우리 보석들."

     "때릴 거에요."

     라며 나누는 테세우스와 후라우의 부녀만담이 끝나자, 후라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아버지에게 상황의 설명을 시작했다.

     

     먼저 여태까지의 정보에 없었던 '투명의 암살자' 와 '좀비 자이언트' 가 나타났다는 것.

     마지막에 나온 '와이트' 도 여태까지의 정보에선 기껏해야 '파이어바렛' 클래스의 마술사였을 터였다.

     하지만 에리스 일행이 만난 와이트는 갑자기 '파이어버스트' 를 영창했던 것이었다.

     

     "부여된 건 이 마도구에요."

     후라우에 지시에 따라, 에리스는 테세우스의 앞에 입수한 물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였다.

     

     '침묵의 부적'

     '정화의 숏소드'

     '저항의 플레이트아머'

     '마왕의 부적'

     '유대의 팔찌'

     

     "뭐야 이것들은?"

     스스로 감정해 본 테세우스는 제각각의 물건이 지닌 능력을 보며 놀랍다는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시끄러운 녀석은 '마왕이다 뭐다' 라고 외쳤지."

     앞선 소동을 방 안에서 제대로 들은 모양이다.

     

     "너희들은 어쩌면 '유니크던전' 에 들어간 걸지도 모르겠군."

     

     유니크던전이란, 미궁의 돌연변이를 말한다.

     그리고 유니크 던전이 나타나면 곧바로, 그 던전을 목적으로 하는 누군가가 나타난다고 한다.

     그들은 일설로는 신의 사도라고 하고, 일설로는 사신의 사도라고 한다.

     그런 기록이 고대의 문헌에 남아있는 모양이다.

     

     "뭐 나도 유니크던전을 실제로 본 일은 없지만. 다만, 이 너무 강력한 마도구와 유니크아이템을 보니, 너희들이 방문한 던전은 유니크였을 가능성이 높구나."

     

     여기서 에리스ㅡ에지는 눈치챘다.

     혹시 우리들은, 원래 용자가 클리어했어야 할 던전을 우연히 먼저 클리어해버린걸까?

     

     "우후후후."

     

     에리스가 무심코 지은 기분 나쁜 미소를 보고, 다른 네 명은 주목했다.

     "왜 그래 에리스?"

     모두를 대표로 작게 귓말을 한 레베에게, 에리스는 "나중에" 라며 윙크했다.

     

     "그래서, 너희들 이 아이템은 어떻게 할 거냐?"

     "저항의 플레이트아머는 아쉽지만 남성용이니 모험가길드에 매각하겠어요. 정화의 숏소드는 멤버에 소검을 쓰는 자가 없으니 마찬가지로 매각할게요. 그리고 남은 세 가지는 저희들이 소유할 생각이에요. 다만 '마왕의 부적' 만큼은 용도도 모르겠네요."

     "알았다. 하지만 저항의 플레이트아머는 나도 처음 보는군. 이 녀석에 대해선 한번 마리아, 바르디스, 후린트와 취급을 논의할 테니, 이건 일단 모험가길드에 맡겨라."

     

     테세우스의 제안을 들은 다섯 명은 다시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정산을 위해 다시 한번 접수로 돌아갔다.

     정화의 숏소드는 400만 릴에 매각되었다.

     캐티는 400만을 다섯으로 나눈 결과인 80만 릴의 영수증을 레렌에게 발행해달라고 한 다음 도적길드에 상납금을 내러 달려갔다.

     

     캐티가 돌아오자 다섯 명은 저녁식사의 장을 본 후 무사히 귀가했다.

     

     

     다섯 명은 저녁을 먼저 끝내고, 천천히 욕조에 몸을 담구기로 했다.

     

     욕조에 가라앉은 레베가 즐거운 듯 웃었다.

     "그 녀석들, 지금쯤 어느 부근을 달리고 있을까."

     "몬스터와 보물은 곧바로 부활하지 않지만, 덫은 바로 부활하니까요."

     "그건, 전격이나 폭발이나 융해의 덫이 놓인 문과 빈 보물상자를 연다는 뜻?"

     "그래요."

     "너무한다냐."

     후라우의 대답에, 조금도 동정하지 않는 어조로 캐티가 이어말했다.

     

     한편 에리스ㅡ에지는, 평소와 다르게 확고한 목적을 이룬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최고의 형태로 용자를 괴롭혀주었다.

     30대 방구석 백수는 그 달성감에 만족감을 느꼈던 것이다.

     

     

     

     자 여기는 밤중의 모험가길드.

     

     "뭐냐고 정말!"

     다무스가 큰 소리로 불만을 말하였다.

     

     "정말 그 미궁이 맞았던 겁니까?"

     크리프도 불만스러운 모양이다.

     

     "잠깐 당신. 우리들을 속인 건 아니겠지."

     라며 피치는 분명하게 접수원 레렌에게 시비를 걸었다.

     

     모험가길드 접수에서 재개되는 소란 속에서, 기스만큼은 팔짱을 끼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쩌면 아가씨 파티의 뒤를 쫓아서 '비면허 파티' 가 들어갔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접수원은 그들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사실만을 냉정하게 말했다.

     "어찌되었든 몬스터와 보물이 없었다면, 그것들이 부활할 때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느 정도로 부활하는 겁니까."

     "상급이라면 보통 3일 정도면 회복합니다."

     

     레렌도 이제 좀 집에 돌아가고 싶다.

     "그럼 접수종료입니다."

     

     그렇게 선언하고서, 레렌은 눈앞의 무례한 녀석들을 무시하는 듯 접수의 블라인드를 내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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