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25 자업자득입니다
    2021년 03월 05일 13시 18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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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3461cg/25/

     

     

     

     다음 날 아침.

     

     전날 밤에 모험가길드에서 '와이트의 미궁' 부활에 3일이 걸린다고 전해들은 용자님 일행은, 그때까지 이 마을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가 문제되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난 숙소에서 단련하고 있을게."

     묘하게 성실한 '용자 그레이' 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선언했다.

     

     "난 와란의 마을을 조사해볼게. 그 전에 도적길드에도 인사해둬야 하니."

     이렇게 매우 제대로 된 행동계획을 세운 자는 '도적 기스'

     

     한편 성실하지 않은 세 명도 제각각의 행동을 선언해나갔다.

     

     "난 '백합의 정원' 이라는 곳에 가볼게."

     홍일점인 '마술사 피치' 는 그렇게 선언했다.

     

     피치의 선언에 맞추어 상스런 미소를 띄우는 자들은 '전사 다무즈' 와 '신관 크리프'.

     "우리들도 백합의 정원이라는 곳에 가자고."

     두 사람은 '여자의 정원' 이라는 말에 상스런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다섯 명은 세 조로 나뉘어, 제각가의 행동을 개시했다.

     

     

     자 여기는 에리스의 저택.

     

     어제 에리스가 선언한 대로, 오늘은 제각각 자유롭게 지내기로 했다.

     

     에리스와 클레어는, 그런 날에도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시냇가에 설치된 취수구에서부터 도보로 내려오면서, 이물질 방지용 울타리나 도중의 수로 등의 체크를 하였다.

     

     "수로와 발열장치에도 문제는 없어보이네."

     "물을 계속 흘리는 게 오히려 좋은 걸지도 모르겠어."

     

     이런 식으로 서로의 견해를 교환하면서 설비의 체크를 하던 도중, 에리스는 갑자기 묘한 기척을 느꼈다.

     그것은 백합의 정원 뒷문 부근의 환기구 주변에서 느껴졌다.

     

     풀숲에 숨어서 살짝 들여다 본 두 사람의 눈에는 천박한 아저씨 두 사람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어때 보이냐 클리프."

     "다무스 조금만 더."

     "빨리 해! 다음은 나라니까!"

     

     아무래도 다무스를 발판으로 삼아, 크리프는 환기구를 통해 목욕탕 안을 들여다보는 모양이었다.

     

     그 너무나 정석적인 광경에, 얼굴을 마주 보는 에리스와 클레어.

     이어서 두 사람은 제각각의 손가락에 끼운 '수면의 반지' 를 확인하였다.

     

     

     "대단해! 이 녀석들의 장비는 전부 마도구야!"

     에리스가 홀딱 벗긴 장비를 감정하면서 감탄하였다.

     "그랬구나! 역시 용자님의 일행이었네."

     클레어는 반쯤 감탄, 반쯤 무시하는 모습으로 에리스의 감정 내용을 메모해나갔다.

     

     이것들은 평소라면 전용 주머니에 넣어서 모험가길드에 팔아치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들 장비는 모험가길드를 통해 무기점과 방어구점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풍부한 자금을 가졌을 용자님 일행에게 다시 마도구가 돌아가게 되어버린다.

     그래선 재미없다.

     

     "훗훗후."

     

     에리스는 어떤 일을 떠올리고서 클레어에게 귓속말을 했다.

     

     "에헤헤."

     

     에리스의 제안에 클레어도 소리죽여 웃었다.

     요즘 행동이 에리스와 비슷해지는 클레어였다.

     

     

     

     에리스와 클레어가 일단의 준비를 끝내고 나서 조금 지나자, 제 2진의 마차가 부인들을 태우고 마을에서 다가왔다.

     

     "오~ 오늘은 빨리도 세탁물이 널려져 있구나아."

     

     백합의 정원의 명물을 발견한 마부는 마차를 정지시키고 손님들에게 안내하였다.

     "부인들은 운이 좋소. 저것들이 가끔 볼 수 있는, 백합의 정원 명물인 '비색의 세탁물' 이라오."

     마치 '고래 관광' 을 하는 듯한 소개였다.

     

     부인들은 내걸린 물체를 새된 비명을 지르면서 관찰하였다.

     여기서 마부는 눈치챘다.

     

     "오, 오늘은 레어품이잖아."

     

     마부는 부인들이 충분히 세탁물을 즐긴 것을 확인하고서, 그것들을 일단 내리고서 옆에 놓여진 전용 포대에 넣어 마차에 실었던 것이다.

     

     

     

     "세탁물이 도착했다! 도와줘!"

     백합의 정원에서 돌아온 마부의 목소리에, 길드 홀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험가길드 사람들이 무리지어 나왔다.

     곧장 그들은 눈치챘다.

     이 녀석들은 어제 잘난 듯이 접수원 레렌 양에게 추근덕대던 파티의 멤버라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이 녀석들의 고간에 묶여진 리본의 색이다.

     이것은 초 레어로 취급되는 '금흑 더블' 의 리본이었다.

     

     모험가길드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지으면서 두 사람을 새롭게 설치된 전용 빨래건조대에 널어놓았다.

     백합의 정원 오픈 초기에는, 세탁물들은 모험가길드에 연행되고 나서 석방되었지만, 발칙한 짓을 하는 녀석이 꼬리를 이었기 때문에 징계의 수위를 더 높일 필요가 생겼다.

     한편 백합의 정원 명물 '비색의 세탁물' 을 거리 안에서도 부디 보고 싶다는 요청도 각지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서 세탁물은 '보증인이 받으러 올 때까지 모험가길드의 빨래건조대에 널어놓는다' 라는 룰로 변경된 것이었다.

     

     이어서 마부는 두 전용 포대를 접수에게 가져다주며 평소처럼 접수원에게 전했다.

     

     "오늘은 금흑 반반이다."

     

     접수원 레렌은 마부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격 산정을 시작하려고 재빠르게 주머니를 열었다.

     그러자 그곳에는 한통의 편지가 같이 있었다.

     

     풋.

     

     아무렇지도 않게 편지를 연 레렌은, 내용에 눈길을 준 것과 동시에 내뿜고 말았다.

     

     "왜 그래, 레렌?"

     

     갑작스런 반응에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마부를 놓아두고서, 레렌은 히이히이 하며 신음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레렌?"

     "마스터. 이거에요."

     

     레렌은 테세우스를 접수로 강제로 데려오더니 카운터에 놓여진 편지를 지목했다.

     그리고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뭐야 이건."

     

     레렌의 반응에 의아한 듯 곁눈질로 보던 테세우스도 편지에 눈길을 주었다.

     

     풋.

     

     편지에 쓰여진 내용에, 테세우스도 무심코 내뿜었다.

     

     그런 마스터와 접수원의 모습에, 마부 이외의 길드멤버들도 뭐야뭐야 하며 접수 쪽으로 모여들었다.

     

     "그게 뭡니까. 저희들한테도 가르쳐주십쇼."

     

     모두를 대표로 마부가 테세우스에게 물어봤다.

     

     "그래 알았다. 레렌, 네가 읽어줘."

     테세우스는 편지를 레렌에게 넘겨주고는 "되도록 귀엽게 말야." 라고 덧붙였다.

     

     "그럼."

     

     레렌은 심호흡을 하며 자신의 웃음을 어떻게든 진정시키고, 이번엔 그럴 듯한 연기를 곁들이면서 편지를 낭독하였던 것이다.

     

     "친애하는 모험가 길드의 여러분. 마스터의 테세우스님. 항상 신세지고 있습니다. '금의 에리스' 와 '흑의 클레어' 입니다. 오늘은 어제 저희들을 괴롭혔던 무서운 사람들이 정원의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무서웠지만 어떻게든 힘내서 붙잡았습니다. 붙잡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이 사람들의 장비는 대단합니다. 돈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 사람들이 두렵습니다. 이런 대단한 장비가 두렵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이 많이 갖고 있는 돈으로 장비를 다시 사들이지 못하게 여러분이 장비를 나눠가지세요. '감정결과' 와 '커맨드워드' 도 제각각의 도구에 메모해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하트."

     

     홀 안에 아저씨들의 대폭소로 가득 찼다.

     

     모두가 한껏 웃고 난 후, 테세우스가 난처한 듯한 표정으로 모두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긴급 빙고대회다! 외출한 멤버한테도 저녁까지는 이 자리에 모이라고 말해. 에리스와 클레어를 초대하는 걸 잊지 말고!"

     

     

     자 여기는 백합의 정원.

     목욕탕을 충분히 만끽한 피치는, 다무스와 크리프의 모습이 없는 것을 그제야 눈치챘다.

     

     "먼저 돌아갔나?"

     

     피치는 딱히 그들의 일을 신경쓰지 않고, 혼자서 백합의 정원에 병설된 각종 시설을 즐기기로 하였다.

     

     

     에리스와 클레어는, 테세우스의 부름을 받고 오후부터 모험가길드로 나왔다.

     전령에 의하면 저녁도 준비된 모양이다.

     "너희들도 갈래?"

     에리스의 권유에 손을 든 자는 캐티 뿐이었다.

     아무래도 레베는 아저씨들의 모임은 껄끄러운 모양이고, 후라우도 아버지는 그다지 만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갔다올게."

     

     에리스 일행이 모험가길드에서 보내준 마차에 타는 걸 지켜보면서, 레베와 후라우는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가끔은 둘이서 술이라도 마실까."

     "그것도 좋겠네요."

     

     실은 레베와 후라우, 평소엔 에리스 일행이 있어서 마시지 않았지만 둘 다 안 마시는 건 아니다.

     두 사람은 늦은 점심을 즐기고는, 백합의 정원에 병설된 레스토랑으로 향하였다.

     

     여성 취향으로 어레인지 된 가벼운 음식을 즐기면서, 여성들에게 대인기인 와인을 둘이서 즐기고 있자, 그녀들 앞에 한 여자가 나타났다.

     

     "아가씨들, 합석을 부탁할 수 있을까요?"

     "어라, 마리아님 안녕하세요."

     누군지 눈치챈 후라우가 먼저 우아하게 인사하였다.

     

     여자는 상인길드의 마스터인 마리아였다.

     

     "항상 이 시설을 이용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인사하는 레베에게 앉으라고 권하고, 마리아도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답답한 일은 치워두자고요. 그런데 오늘은 에리스 일행은 어디 갔나요?"

     "셋은 모험가길드의 파티에 불려갔어요."

     "그래서 저희들도 여기서 쉬고 있던 참입니다."

     

     그런 와중에, 거나하게 취한 느낌인 레베는 기분이 좋아져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레베가 흥얼거리는 멜로디에 마리아가 반응했다.

     

     "어라. 이 노래는 '돌아가신 왕녀에게 바치는 레퀴엠' 이네요."

     "네, 알고 계셨습니까."

     레베는 평소에 보이지 않을 부끄러워 하는 미소로 마리아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는 작은 소리로 노래를 이어나간다.

     거기에 마리아는 눈을 감으면서 귀를 기울였다.

     후라우도 탁자에 팔꿈치를 대고서 레베의 소리를 정신없이 들었다.

     

     어느 사이에 레베 일행의 주변에서 대화를 즐기던 부인들도, 레베가 부르는 마음을 쥐어짜는 목소리에 넋을 잃고 듣게 되었다.

     

     "후우."

     

     노래가 끝나고, 한숨을 짓는 레베.

     

     "실례했습니다."

     

     겸손하게 인사하는 레베에게, 마리아는 흥분한 모습으로 찬사를 보냈다.

     

     "아뇨! 훌륭했어요!"

     

     그리고 마리아는 이어나갔다.

     "이 노래를 안다면, '지키지 못한 왕의 발라드' 도 알고 계시나요?"

     "네, '한 세트' 로 되어있으니까요. 다만 부르려면 음색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만."

     

     마리아는 레베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부디 그 노래도 부탁할 수 있을까요."

     

     그러자 레베는 약간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 노래는 이 자리에서 하기엔 좀 성량이 커서 말이죠."

     

     그러자 마리아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변의 부인들을 향해 이렇게 제안했다.

     

     "여러분. 이 분은 '지키지 못한 왕의 발라드' 를 알고 계세요. 여러분의 허락을 받는다면 이자리에서 선보이도록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마리아의 제안에, 주변의 부인들은 박수로 대답해줬다.

     

     "부탁할게요. 레베."

     

     마리아가 레베를 재촉한다.

     

     원래 노래를 아주 좋아했던 레베였다.

     그런 그녀가 노래를 기다리는 관객 앞에서 참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레베는 그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낭랑하게 아카펠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 곡은 사교계에서 유명했다.

     왜냐하면 여성이 남성의 음역으로 웅장하게 부르는, 매우 어려운 곡이었으니까.

     

     그런 어려운 곡을 레베는 우아한 몸짓과 함께 멋지게 불러내었다.

     

     레스토랑은 박수갈채에 휩싸였다.

     노래가 끝난 후, 물 흐르는 듯한 인사를 하는 레베의 모습에, 부인들 중에는 눈물을 닦는 자까지 나타났다.

     

     "어디에서 배우셨나요?"

     마리아의 질문에, 레베는 부끄럽다는 듯 대답했다.

     "할아버지께서 취미로 하셔서, 은연중에 저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그 할아버지라는 인물이 레베의 가문을 몰락시킨 장본인이다.

     

     한편, '가희' 를 자칭하는 피치는 그 노래를 듣고 탐탁치 않았다.

     설마 이런 시골 레스토랑에서, 그 난곡을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도 저렇게 멋지게......

     

     여기서 물러나는 건 그녀의 자존심이 용서치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가까운 웨이트리스에게 손짓을 하였다.

     

     "이 가게에서는 자유롭게 노래해도 괜찮은가요?"

     피치는 일부러 마리아에게 들릴 만한 소리로 웨이트리스에게 물어보았다.

     

     그걸 눈치챈 마리아는 피치 쪽을 향해 "제가 무리하게 부탁했어요. 부디 용서해주세요." 라고 형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피치는 물러서지 않는다.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저도 한곡 불러보고 싶어졌을 뿐인걸요. 불러도 괜찮을까요?"

     그렇게 도발하는 피치를 의심하는 마리아였지만, 피치도 이 가게의 손님이다.

     마리아나 웨이트리스한테도 거절한 권한은 없었다.

     

     "그럼 부디 부탁드릴게요."

     마리아의 말을 듣고, 피치는 자랑스럽게 일어서더니 서두를 시작하였다.

     

     "전 왕도 스카이캐슬에서 가희의 이름을 받은 피치라고 합니다. 그럼 여러분께 한 곡 불러드리겠어요."

     

     거드름피우는 행색을 보이면서 피치는 부르기 시작했다.

     

     뻗어나가는 목소리.

     유혹하는 듯한 비브라토.

     선정적인 몸짓.

     

     아름답다.

     

     하지만 피치는 관객층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의 노래는 남자에게 아양떠는 노래.

     오로지 사랑을 외치며 남자를 갈구하는 노래.

     

     하지만, 이 레스토랑에 모인 부인들은 남자에게서의 해방을 즐기기 위해 백합의 정원을 방문한 것이다.

     

     피치가 부르는 가사는. 부인들의 신경을 모조리 거스르는 것이었다.

     

     다 부른 그녀에게 박수는 없었다.

     

     "끝났어요."

     

     너무 무반응이라서 노래의 종료를 일일이 고했던 피치였지만, 누구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관객의 태도를 '감동해서 누구도 말할 수 없다' 라고 착각한 그녀는, 이어서 두번째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피치에게 제일 화가 났던 것이 남자를 싫어하는 레베였다.

     그녀는 슬쩍 레스토랑을 빠져나가 자택에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 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벌레씹은 표정으로 노래를 듣고 있던 마리아는, 갈아입은 레베의 모습을 보고 그녀의 진심을 알아챘다.

     

     피치의 두번째 곡이 끝났다.

     역시 누구도 움직이지 않는다.

     

     순간의 침묵.

     

     거기서 다시 일어선 자가 레베였다.

     그녀는 금과 은의 띠로 장식된 검은 남성용 의례복을 입고 있었다.

     이어서 아무 서두도 없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곡명은  '남장의 여인'

     

     그것은 슬픈 시대에 남자들에게서 여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성을 버리고 남성으로서 삶을 불태웠던 히로인의 이야기.

     

     처음의 몇 구절만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부인이 있었다.

     

     레베는 노래한다.

     낭랑하게.

     담담하게.

     강하게.

     그리고 마지막은 사라질 것처럼.

     

     노래가 끝나고, 스윽 인사를 한 레베에 대해서, 레스토랑 안의 부인들은 기립박수를 선사했다.

     

     분위기에서 져버린 피치는, 몰래 계산을 끝내고는 도망치듯이 레스토랑에서 나가버렸다.

     

     "점잖치 못했습니다."

     

     자기의 행동에 얼굴을 붉히는 레베의 무릎에 마리아가 손을 살짝 올렸는데, 그녀는 나이값을 못하게 큰 눈물방울을 흘리면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레베님. 저, 감동하고 말았어요......"

     

     이 순간 '레베님 팬클럽' 이 탄생했다.

     물론 회장은 상인길드마스터인 마리아였다.

     

     

     자, 여긴 모험가길드의 특설 빙고회장.

     

     "자, 먼저 클레어의 싸인이 들어간 플레이트아머다! 대미지경감 2의 뛰어난 성능이다!"

     멤버들을 동요시키면서 마스터는 빙고를 돌렸다.

     

     "35번!"

     "앗싸 빙고!"

     

     우연하게도 1등을 거머쥔 자는, 그날 세탁물을 모험가길드로 옮겨온 마부였다.

     

     분위기에 취한 에리스와 클레어는 '시상자' 를 자처했다.

     

     "축하해요! 그리고, 항상 감사해요!"

     클레어에게서 플레이트 아머를 건네받은 마부는 얼굴이 새빨개지고 말았다.

     

     "다음은 에리스의 친필 싸인과 커맨드워드가 들어간 '비연의 롱소드' 다!"

     마스터도 분위기에 취해서 빙고를 돌려나간다.

     시가 총액 3억의 밑은 아닐 마도장비와 마도구를 경품으로 내걸어서 미련없이 분배하였다.

     

     이렇게 다무스와 크리프가 차고 있던 고가의 장비는, 그 행방을 쫓지 못하게 될 정도로 조각조각 흩어져버리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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