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35 주시하고 주시받고
    2021년 03월 04일 09시 49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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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후, 레티시아가 조금 신경쓰이게 되었다.

     

     교실에서 들리는 그녀의 소문은, 어느 것이나 이야기 속의 용맹한 아가씨같았다.

     무리도 아닐 것이다.

     

     자수 시간에 글로리아에게 했던 말을, 충격적이었으니까.

     여자아이들은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곧바로 결혼하는 것이 행복.

     당연했던 그것은, 그녀는 아니라고 단언한 것이었다.

     

     나의 골렘술은 압도적으로 여성 사용자가 많다.

     그래서 다른 곳보다는 여성의 지위가 높았지만......그럼에도 불편하다고 느꼈던 일은 많았다.

     이 학교에 올 때도, 골렘술 이외를 여자가 배울 필요가 없다며 반대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귀족의 딸이 아니라, 한 명의 여자아이.

     그런 말을 했던 사람은, 그녀 이외엔 없었다.

     

     하지만.....정말 그렇게는 보이지 않는다.

     

     레티시아는 내 옆자리다.

     그래서, 시선을 돌리면 항상 그녀가 보인다.

     

     상냥하고 연약해보이는 모습.

     우리들보다 조금 어른스러운, 침착한 분위기.

     하지만, 깃든 마음을 누구보다도 강하다.

     

     완벽한 사람......

     

     같아 보이지만, 실은 다르다.

     제대로 수업을 듣는가 생각하면, 교과서의 그늘에서 몰래 입으로 설탕과자를 옮기거나, 몰래 잠들기도 하거나.

     진지하게 노트를 쓰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상한 낙서를 하고 있거나.

     

     재주껏 쉬는 거라고 말하면 듣기에는 좋겠지만, 착실한 듯하면서도 약간 태만한?

     그렇게 신경쓸 셈은 없었는데, 옆자리의 나에게만 볼 수 있는 모습에 흥미가 솟고 만다.

     그리고 모두에게서 동경받는 사람의 다른 면을, 나만 알고 있다는 약간의 우월감.

     

     하지만 이제 상관하지 않으려고 생각한다.

     자리가 가까울 뿐이고, 따로 접점은 없었으니까.

     

     "오늘은 강사님을 모셔왔습니다. 여러분도 마법의 계통마다 나뉘어서 들을 거에요."

     

     모리아 선생의 말에, 옆자리인 레티시아가 반응하였다.

     적극적이고 좋네.

     

     "칠판에 자기 이름이 없는 사람은, 미안하지만 자습이 되겠어요. 자습으로는 자기 마법을 사용한 성과물을 만들어주세요."

     

     내 이름이 칠판에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편하게 자습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학교는 아직 역사가 짧다.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는 도중이어서, 나처럼 일반적이지 않은 마법을 쓰는 자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향에서 배울 때보다는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레티시아 양은, 저주로 닫혀진 이 상자를 열어봐주세요. 물론 도전할 뿐이고 열지 못해도 어쩔 수 없어요. 가능한 곳까지 하세요."

     

     어? 레티시아도?

     말하고 보면 그렇다.

     그녀의 마법도 꽤 드물다.

     

     마법의 계통마다 불려나가서, 교실에 있는 사람이 줄어나가다가, 결국 마지막엔 나와 레티시아 둘만 남게 되었다......

     

     레티시아는 과제로 주었던,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빙글빙글 돌리며 조사하고 있다.

     그냥 그것뿐의 일인데도, 어딘가 그림이 되는 것이 대단하다.

     

     나는 가방 안에서 점토를 꺼내들었다.

     적은 양의 점토를 들고 다니는 건, 버릇같은 것이다.

     점토는 어떤 모양으로도 될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하고 중요시 여긴다.

     

     재빨리 만들고 책이라도 읽으며 시간을 때우자.

     굳혀져 있던 점토를 잘 주물럭거려서, 적당히 인간같은 모양으로 만든다.

     세세하게 제대로 만드는 편이 사용감은 좋지만, 오늘은 적당히 만들자.

     

     머리와 몸통.

     다리, 팔.

     간단히 만들어도 밸런스만 제대로 잡으면, 의외로 어떻게든 되는 법.

     

     "어머, 잘하시네요."

     

     갑작스레 들린 소리에 놀랐지만, 어떻게든 평정심을 유지했다.

     

     "그럴 정도는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대답하고서......점토에는 조금 더 손을 댄다.

     왜냐하면, 레티시아가 흥미로운 듯 내 솜씨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아아, 정말, 제대로 안 되네.

     익숙한 주걱을 갖고 왔어야 했어.

     점토도 조금 더 제대로 주물러뒀어야 했는데!

     

     후회해도 어쩔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완성도로 단념하고서, 머리카락을 뽑는다.

     

     "어머. 당신의 머리카락, 정말 예쁘네요."

     "......그 정도까지는."

     

     머리는, 소중히 관리해왔다.

     골렘술을 쓰기 위해서 뿐만이 아니다.

     정성들여 예쁘게 펴놓은 머리카락이, 나의 자랑.......이었다.

     

     "그렇지 않아요. 부러울 정도인걸요."

     "모두들, 두려워하고 있지만요."

     "네?"

     

     하지만, 여기에 오고 나서는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드러나게 되면, 자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민폐를 끼칠 것 같은 기분이 들어버렸으니까.

     

     이 사람은 어떨까?

     분명 두려워할 것이라는 예상과, 어쩌면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는 옅은 희망.

     

     .......희망 따위 가져봤자 소용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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