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 036 어쩌면
    2021년 03월 04일 20시 03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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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6977fi/61/

     

     

     

     머리를 조금 모으고서, 점토인형에 넣는다.

     삐걱거리긴 해도 골렘이 되어 움직이기 시작한다.

     

     "와, 대단해. 대단해요! 에리비아의 마법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건가요!?"

     

     책상에 달라붙어서 골렘을 바라보는 모습은 마치 장난감을 눈앞에 둔 아이같다.

     책상과 눈높이를 맞추고, 얼굴을 움직이며 여러 각도에서 관찰.

     

     ......조금 더 제대로 만들었다면 좋았을, 지도.

     

     "네, 원래는 네크로맨시가 원류인 저주에요."

     "하지만, 이건 사체가 아니잖아요?"

     

     네크로맨시로 사체를 다루는 마술이라고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럴 뿐인가 더욱 흥미를 가진 모양이어서, 남아있던 점토를 손가락으로 찌르면서 확인한다.

     

     "제 가계에서는 골렘술로 전해지고 있어요."

     "골렘. 이게 바로 골렘인 거네요."

     

     저주를 풀기 위한 마법을 가진 그녀.

     저주의 정보를 모으기 위해, 나에게 접근해 온 걸까?

     ........그럼 얼마든지 가르쳐주겠어.

     

     어차피 조금 조사해보면 알게 될 일.

     그걸로 무서워해든, 이용가치가 없다며 멀어지든 멋대로 하면 돼.

     

     "제 머리카락을 넣은 무생물을 조종해요."

     "대단해~ 좀 더 커다란 것도 만들거나 하나요?"

     "쓰는 머리카락을 늘린다면."

     "머리카락에 마력이 깃든 거네요."

     "아뇨, 마력은 따로 담아둬요. 머리카락은 저와 골렘을 잇는 도구에요. 머리카락만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어머, 그런가요."

     

     골렘을 볼 때마다 너무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람에 흐트러진 앞머리를 재빨리 치우자, 그것만으로도 약간 휘어진 웨이브가 만들어졌다.

     

     "당신의 머리가 예쁜 건 마력이 담겨있어서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아, 그래, 머리 묶어볼레요? 땋은 머리 정도라면 저도 할 수 있어요."

     "네? 무엇을."

     

     내민 손을 피했다.

     머리카락의 채집!?

     

     "죄송해요. 머리카락 만지는거 싫은가보죠? 그렇네요, 가자기 미안해요. 졸지 않은 짓이었어요."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아요?"

     

     그렇게까지 해서, 연구재료가 필요한 걸까?

     다른 애들은, 절대로 만지려 하지 않았는데.

     

     "기분이 나빠? 전혀, 이런 예쁜 머리카락이 기분 나쁘다니 있을 수 없어요."

     ".......신기한 사람이네요, 당신."

     "하지만."

     "네?"

     "모처럼 예쁜 머리카락이니, 좀 더 다른 머리카락으로 해도 되지 않을까요? 풀어헤친 머리도 예쁜걸요."

     "........풀어헤치고 있으면, 머리카락이 떨어질지도 모르니까요."

     

     딱히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게 어떻다는 건 아니다.

     머리카락은 이미 연구가 되어서, 술자와 골렘을 잇는 것에 불과하다고 알려져있다.

     그래도, 머리카락을 가져가는 것은 기분 나쁘다.

     

     "아하. 그래서 질끈 묶는 거네요. 그럼, 제대로 꽉 묶어줄게요!"

     "하지만."

     "점토 때문에 손이 더러워졌잖아요? 이럴 때엔 서로 좁는 법이랍니다."

     "물수건은 미리 준비해뒀는데요."

     "그럼, 손을 닦고 있어요. 전 머리를 묶을 테니."

     "..........."

     

     정말 억지다.

     이 사람, 평소엔 서글서글하고 방긋거리며 모두를 따스하게 비춰주고 있는데.

     

     .......그렇게까지 채집하고 싶다면, 이제 맘대로 해.

     저주의 가계라고 경원시당하는 것보다는.......그래도 연구재료 취급받는 것이 낫다.

     그래서, 아무 결과도 안 나와서 실망하면 된다고, 심술궂은 생각도 해본다.

     

     "정말 예쁜 머리네요."

     "그.....런가요."

     "네."

     

     레티시아는 잡담을 말하면서 손빗으로 머리를 빗고 나서, 머리카락을 묶기 시작한다.

     난 그 사이, 일부러 느릿하고 꼼꼼하게 손을 닦는다.

     

     타산이 있어서 그런 건 알고 있어도, 머리를 남이 묶어주는 건 정말 오랜만.

     조금 들뜨고 말아서, 책상 위의 골렘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로 붕 떠버렸다.

     

     "저기, 에리비라, 그 골렘술은, 자신이 만든 것 이외의 인형도 가능한가요?"

     "경우에 따라서겠지만요."

     

     이래저래 속을 떠보고 있는데, 체념해버리면 대화를 즐길 여유도 생긴다.

     .....이렇게 많이 대화하는 것도, 오랜만.

     

     "예를 들면, 인형이라던가!"

     

     ........인형을 골렘으로 만드는 일은.....트라우마가 있다.

     

     "가능은 하지만......추천은 안 해요."

     "왜요?"

     "저도 인형은 좋아해서......한번 같은 일을 생각하고 실행해 본 일이 있었는데요."

     "네."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전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무서워서."

     "어머."

     "당분간 인형을 만지지 못하게 되었어요."

     "후훗."

     "뭐가 이상한가요?"

     

     이 사람은, 정말 즐겁다는 듯이 웃는다.

     녹아버릴 것 처럼 웃는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미안해요. 무서운 건 알고 있지만, 이상해서."

     "우, 움직이는 걸 보면 웃을 수 없게 될 걸요! 진짜 무섭다니까요!"

     "알겠어요."

     "정말이라니까요. 다음에 보여줄까요!?"

     "후후훗. 사양할게요. 무서운걸요."

     

     레티시아는 웃으면서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나서,

     "자. 이걸로 되었을까요?"

     "정말 고마워요."

     "그럼, 전 제 과제를 해야겠네요."

     

     손을 탁탁 치고서, 책상에 내버려뒀던 상자에 손을 뻗는다.

     

     ......그런데?

     머리를 채집한 흔적이 없다.

     소매치기나 마술에 어느 정도 익숙하다면 들키지 않게 채집할 수도 있겠지만, 이 사람한테 그게 가능할까?

     

     설마, 이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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