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92
    2024년 11월 15일 00시 36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왕도에 온 이유는 주로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다.

     물론 실비아와 레오루드의 데이트라는 명목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평소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일단, 전에 약속한 대로 실비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먼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물었다.



    “실비아. 우선 어디부터 가고 싶어?”

    “글쎄요....... 역시 옷을 보러 가고 싶어요.”

    “그럼 옷가게에 가자.”



     레오루드는 신사답게 행동하며 실비아를 에스코트했다.

     실비아의 걸음걸이에 맞춰 천천히 걷는 레오루드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소위 말하는 연인 잡기라는 것으로, 서로의 손가락과 손가락이 서로 얽혀있다.



    “후후......”



      레오루드의 옆모습을 바라보다가 꽉 잡은 손을 한 번 쳐다본 후, 실비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 갑자기 웃다니.”

    “아뇨, 너무 행복해서요.”

    “그건 나도 그래. 이렇게 둘이 나란히 걷는 일은 지금까지도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손을 잡고 걷는 것은 오랜만이니까.”



     실비아가 생각했던 것처럼 레오루드 역시 기뻤던 것이다.

     귀찮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이렇게 실비아와 함께 외출하는 것이 싫지 않았다.

     요즘은 일 때문에 함께 외출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둘이서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레오루드에게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기 전에는 그렇게나 싫어했으면서~”

    “남자는 원래 그런 법이야.”



      레오루드와 실비아의 뒤에서 걷고 있는 샤를로트 일행은, 눈앞에 펼쳐진 달달한 광경을 바라보며 걷고 있다.



    “어때? 남편 씨.”

    “가, 갑자기 이쪽으로 화제를 돌리는 건 좀 그만해줬으면 한다만......”

    “어머? 뭔가 찔리는 거라도 ......?”

    “우, 우리도 다음에 어디 놀러 갈까!”

    “기대할게요. 남편님.”

    “부인은 소중히 여겨야 하지. 바르바로트 공.”

    “명심하겠습니다. 길버트 공......”



     갑작스러운 불똥에 바르바로트는 가슴이 조여 오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인생의 선배인 길버트의 충고를 가슴에 새기고, 앞으로도 이사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며 바르바로트는 다짐했다.



    “뒤쪽이 시끄럽네......”

    “오랜만의 휴가로 들뜬 거겠죠.”

    “휴가가 맞아?”



      레오루드와 실비아는 휴가 중이지만, 뒤의 네 사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의 호위 겸 돌봄을 담당하고 있으니 업무와 마찬가지다.

     다만, 샤를로트만은 매일이 휴가인 것은 틀림없다.

     어쨌든 그녀는 자유분방하고 누구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활기차서 좋네요.”

    “뭐, 그렇지. 조용히 있는 것보다야 훨씬 나아.”

    “그럼, 레오루드 님. 가요.”

    “그래.”



     시끄러운 것은 별로 좋지 않지만, 시끌벅적한 것은 좋은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폐만 끼치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레오루드와 샤를로트 두 사람은 종종 많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경우가 많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이다.

     한동안 걸어서 옷가게에 도착한 레오루드와 실비아.



    “그럼 들어가 볼까요?”

    “으, 으음.”

    “ 레오루드 님? 혹시 긴장하고 계신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쇼핑이 오래 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 그럴 리가.”



     속마음을 들킨 레오루드는 재빨리 눈을 돌렸다.

     눈을 돌리는 레오루드를 못마땅한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실비아.

     마침내 레오루드는 체념한 듯 실비아에게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생각했습니다......”

    “솔직하게 사과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오늘은 저와 함께 해주기로 약속했으니 끝까지 함께 해주셔야 해요. 물론 반론도, 불평도, 이의제기도 받지 않아요.”

    “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레오루드는 조용히 실비아의 뒤를 따라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뒤의 네 사람은 둘이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저기, 실비아. 오늘은 네 쇼핑을 하러 온 거 아니었어?”

    “맞아요.”

    “그런데 왜 내가 옷을 입는 거지?”

    “그야 간단해요. 제가 레오루드 님의 옷을 사러 온 거니까요.”

    “아니, 하지만 나도 옷은 꽤 많이 가지고 있는데......”

    “비슷한 것들만 있잖아요?”



     레오루드의 옷차림은 무난한 것들로, 대담한 옷은 없다.

     패션에 무관심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실비아가 보기에는 심심하다.

     레오루드라면 좀 더 다양한 패션을 소화할 수 있을 텐데, 늘 비슷한 옷차림이라고 실비아는 늘 생각했다.

     좀 더 다른 옷차림의 레오루드를 보고 싶다.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고는 생각하는데......”

    “신경 쓴다고 하면서 평소에 비슷한 옷차림만 하고 있잖아요?”

    “그럼 안 되나?”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모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은 제가 코디를 해드리려고요!”



     먼저 불평도 반대도 반론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레오루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알았어. 잘 부탁해.”

    “맡겨만 주세요!”



     의기양양한 실비아는 점원에게 주문을 하고, 옷을 가져오게 하고, 그것을 살펴 레오루드에게 입히는 작업을 반복했다.

     실비아가 하는 레오루드의 패션쇼가 시작된다.



    “어때?”

    “멋져요! 이것도 살게요!”

    “구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탈의실의 커튼이 열리고 실비아가 선택한 옷을 입은 레오루드가 나타나자, 그녀는 흥분과 감동에 휩싸여 곧바로 점원에게 구매를 선언했다.



    “레오루드 님! 다음은 이걸로요!”

    “아, 알았으니까 그렇게 서두르지 말아 줘.”

    “무슨 소리예요!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알고 계신가요?  레오루드 님!"

    “어, 어어. 바로 갈아입을게.”



     실비아에게 강제로 옷을 받은 레오루드는 그녀의 기세에 눌려 탈의실의 커튼을 닫았다.

     그 사이 실비아는 점원에게 카탈로그를 받아 요즘 유행하는 패션을 조합했다.



    “이사벨!”

    “옙!”

    “당장 이 상품들을 여기에!”

    “알겠습니다!”

    “그리고 거기 있는 당신!”

    “아, 네!”

    “이 물건 좀 가져다주실래요?”

    “네. 바로 대령할게요!"



     재빠르게 지시를 내리며 실비아는 레오루드의 옷을 골랐다.

     물론 패션쇼도 최선을 다한다.

     레오루드는 실비아의 손바닥 위에서 춤을 추듯 그녀의 미사여구에 따라 준비된 옷을 입었다.



    “어라라. 저건 완전히 꼭두각시네~”

    “역시 무서운 분이셔......”

    “도련님은 나으리의 아들이니까~. 마님에게 농락당하던 나으리가 생각나는군요.”



     길버트는 레오루드가 예전의 벨루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음을 떠올렸다.

     레오루드와 마찬가지로 옷차림에 신경 쓰지 않는 벨루가는 올리비아에게 칭찬을 받고 기분이 좋아지면 옷을 샀던 것이다.

     마치 그때를 재현하는 듯한 광경에 길버트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광경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요~”



     오랫동안 길버트는 하베스트 후작가를 섬겨왔다.

     당연하게도 레오루드가 불량해지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것이다.

     공작가의 당주인 벨루가와 어머니 올리비아 앞에서는 본성을 숨겼지만, 하인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부당하게 해고하고, 급기야는 백작가의 영애를 덮치는 지경에 이르렀다.

     죗값을 치르기 위해 변방인 제아트로 보내지게 되자, 길버트는 공작가에 대한 마지막 보답으로 레오루드의 인성 교정을 맡게 되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제아트로 보내진 레오루드는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여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그동안의 죄를 속죄하듯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넷째 공주인 실비아와 약혼을 하고, 다정하게 쇼핑을 하고 있다.

     그 광경이 얼마나 흐뭇한지. 아마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생을 평온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군요......”

    “왜 그러시죠? 길버트 공.”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관여하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줄까요.”

    “마, 맞습니다! 우리는 방해가 될 테니 벗어나도록 합시다!”



     옷 입는 인형이 되어버린 레오루드처럼 되는 일은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 바르바로트는, 길버트와 함께 그 자리를 벗어나 멀리서 지켜보기로 했다.

    728x90

    '판타지 > 에로 게임 전생 - 운명에 저항하는 금돼지 귀족의 분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91  (0) 2024.11.14
    390  (0) 2024.11.13
    389  (0) 2024.11.12
    388(2)  (0) 2023.12.12
    388(1)  (0) 2023.12.1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