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일부러 실수를 한다. 시청자가 기대하는 것을 실행한다. 그것은 방송을 엔터테인먼트로 본다면 잘못된 행동은 아니죠. 하지만 그런 캐릭터 만들기를 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있다 해도, 그것을 견딜 수 있는 멘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압박감은 어느 순간 강박관념이 되어 마음을 갉아먹게 되고요.”
그렇게 말하는 쿠죠 씨의 표정은 평소보다 어두워 보였다.
여기까지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아키라 군을 돌보지 못하는 것은 다른 담당자의 방송인이기 때문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영역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 자신이 상당히 악화되어서일지.
버튜버라는 일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행위는, 때로 그 캐릭터가 자신을 침식하는 경우가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방송용 1인칭이나 어미가 나오거나, 자신의 본명과 활동명이 뒤섞여 혼란스러워지는 그런 것 말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 관해서는, 가상의 자신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다면 실수를 해서 망신을 당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자신을 침식하는 것이 아닌, 본래의 자신과 만들어낸 자신과의 마음이 맞지 않아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존재한다.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을 저지르거나 안티가 난동을 부린 것도 아닌데 갑자기 활동을 중단하는 방송인이 끊이지 않는 것은 본래의 자신과 괴리되는 캐릭터성에 스트레스를 받아 컨디션과 멘탈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다 보면 한계가 온다.
쿠죠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마 아키라 군이 이런 패턴일 것이다.
“아키라 군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건 모르겠군요. 대화 결과 담당 매니저가 계속 붙잡을지, 아니면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은퇴를 받아들일지. 그의 담당자가 아닌 저로서는 현재 알 수 없는 일이네요. ...... 제 개인적 감정으로는 은퇴를 그다지 보고 싶지 않지만, 본인이 그렇게까지 내몰린다면 받아들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 멘탈은 본인의 문제니까요.”
매니저가 멘탈 케어와 지원을 해주더라도 결국 해결은 본인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쿠죠 씨는 자신이 담당 방송인에게 불평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쿠로네 씨도 같은 방송인인데 여러 가지 말을 해버렸어요. 이 일은 대외비로 잊어주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쿠죠 씨는 펼쳐 놓았던 자료를 회수하였고, 예정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 동안 사용했던 회의실을 둘이서 함께 퇴실했다. 그렇게 이 일은 일단락되었다.
나는 휴식과 생각 정리를 겸해 같은 층에 있는 자판기에서 밀크티를 사서 옆에 있던 소파에 앉았다. 이 회사, 자판기 근처에 소파를 놓아두면 농땡이치고 싶어지지 않나.
그건 그렇고, 쿠죠 씨는 잊어버리라고 말해 주었지만 이런 크나큰 내용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는 없잖아.
물론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 남에게 떠벌리지는 않겠지만, 여기까지 듣고도 내일부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일상을 보낼 수는 없다.
후배를 돌봐 달라고 부탁한 가오에게 고개를 들 수 없고, 무엇보다 최근 며칠 동안 인연을 맺은 후배를 버릴 수는 없다.
설령 손대는 것이 불필요한 간섭이라 해도. 한 번 맺은 인연을 쉽게 끊는 건 싫으니까.
적어도 그의 입에서 왜 그만두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정말 그만두고 싶은 건가 하는 그의 진심을 듣고 싶었다.
양손에 움켜쥐고 있던 밀크티 병은 어느새 따스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