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일들이 쌓이다 보면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고 신뢰의 담보가 없어져 결국에는 광고를 받을 수 없는 ...... 미래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광고 진행 중 자신의 발언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 점만은 꼭 기억해 줬으면 합니다.”
나와 아키라 군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데 잘 생각해 보니 문제 발언을 한 건 아키라 군이니까 나는 따로 주의를 받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연대 책임이라고나 할까, 후배를 돕는 것도 선배로서의 역할이라고나 할까. 애초에 쿠죠 씨는 광고에서 경솔한 발언을 하지 말라는 기업인으로 당연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한 것이지, 우리 둘 중 누가 더 낫다거나 그런 식으로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광고주와 어떤 문제가 있어서 엄중하게 주의를 준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요약 사이트가 발단이 된 논란이기 때문에 딱히 근신 등의 조치는 없습니다. 기업 소속의 방송인으로서 형식적인 주의일 뿐이죠. 앞으로는 조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제야 쿠죠 씨는 겨우 표정을 풀었다.
평소에는 진지한 표정이라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읽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스위치가 바뀌는 순간을 보니 의외로 표정에서 그때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아무튼, 쿠로네코 씨는 이번 일로 수고 많으셨습니다. 갑작스러운 대타로 고생 많으셨을 텐데, 감사합니다.”
“아뇨~ 여러 가지로 일을 벌였는데도 일을 맡겨주신 게 어디에요~. 그, 그러니까 이번 건은 넘어가자고요~, 헤헤헤.”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니까요. 감사는 하지만 문제는 문제. 쿠로네코 씨에게 잘못은 없지만, 저도 운영 측 사람이기 때문에 주의는 줄 수밖에 없었어요.”
“네....... 제 일이라 생각하고 조심하겠습니다 ......”
젠장, 역시 안 되겠어.
뭐, 쿠죠 씨는 전환이 빠르다고나 할까, 그러한 부분도 깔끔하게 처리하고 있으니 나중에 다시 뭐라 하지는 않겠지. ...... 내가 같은 짓을 반복하지 않는 한은.
그보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성실하게 신경 써서 활동을 돌봐주는 것만으로도 쿠죠 씨는 친절하단 말이지.
왜냐면 매니저는 일을 도와주는 사람이지, 내 어머니나 내 생활을 돌봐주는 파트너가 아니니까.
극단적인 경우, 자신의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 방송인에게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진 매니저도 있다. ...... 또는 방송인이 체납한 전기요금을 대신 내주거나, 보험료를 너무 많이 체납하여 관공서까지 함께 가거나, 활동을 넘어 사생활까지 챙겨주는 매니저도 있다고 하는데 뭐 어느 쪽이든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저기."
여기서 이번 소동의 중심인물인 아키라 군이 입을 열었다.
원래는 원인 제공자인 아키라 군의 매니저가 주의를 주어야 하는데, 그의 매니저는 4기생 3명을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로 시간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우리들에게 훈계하기는 오늘 아침에 갑자기 생겨난 업무니까.
그리고 매니저 두 명이 모여서 설교를 하는 건 좀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매니저 경력이 긴 쿠죠 씨 한 명에게 맡기자는 우리들에 대한 배려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번 경솔한 발언, 정말 죄송합니다.”
아키라 군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여 사과했다.
평소에는 장난을 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아키라 군이지만, 역시 쿠죠 씨의 설교는 마음에 와닿은 모양이다. 뭐, 아직 데뷔한 지 몇 달 안 됐으니 기업세라는 자각이 있느냐는 말을 해도 모를 테고, 이런 실패도 경험이지 않을까. 참고로 나는 그런 자각을 하고 있음에도 실패의 연속이다.
“그래서, 저기.”
고개를 든 아키라 군은 시선을 흘깃거리며 무언가를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결심한 듯이 말했다,
“저, 버튜버 그만둘까 합니다.”
그렇게 말했다....... VTuber, 왜 그렇게 빨리 은퇴하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