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6화 [Vertex] 이 프로모션은 방송을 포함합니다 [아키라/쿠로네코] ⑤
    2024년 10월 21일 04시 35분 1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렇게 서너 판을 계속해 보았지만 결과는 모두 똑같았다.

     첫 교전에서는 어떻게든 이길 수 있었지만, hp와 물자가 소모되었을 때 바로 다음 팀이 와서 미처 대응하지 못해 패배하고 있다. 만일 고수끼리 짝을 지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나라는 무게추 때문에 어부지리를 노리는 팀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아무리 그래도 세 번 연속으로 비슷한 패배를 당하면 광고 방송으로서 조금 어색해진다. 채팅창을 보니 시청자들도 “혹시 이 새로운 모드 좀 그렇지 않나?”라고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리고 5차전을 준비하면서 드디어 아키라 군이 입을 열었다.



    “Vertex의 새로운 모드 'DUO'는 현대인이 겪는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길러준다! 첫 교전! 빌어먹을 보급품! 어부지리! 이것들을 연속으로 경험하면 실생활의 스트레스도 견딜 수 있게 될 거다!”

    “와, 와~ 대단해!”

    “그런 Vertex Legends는 눈앞에 있는 PC 설정 버튼의 앱에서 언인스톨 가능하다고! 너도 지금 당장 이런 게임은 휴지통에 버려버려!”

    “자, 잠깐! 그건 위험하잖아!"

    “헉, 잠깐 꿈꿨어. 이상한 전파를 수신해서 잠꼬대했던 것이니 알루미늄 호일이라도 감아둘까.”

    “그 핑계는 무리잖아......!”



     편한 분위기라고는 해도 이건 광고다.

     광고주의 게임을 삭제하거나 쓰레기통에 버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도를 넘은 행동이다.

     하지만,



    : 뭐, Vertex이니까...

    : Vertex를 즐기는 방법을 알려줄게! 삭제하고 그 용량으로 다른 게임을 설치한다! 이상!

    : 이 게임을 광고하는 사람들 마지막에 가선 다들 미묘한 표정을 짓는 게 웃긴데

    : 재밌는 게임이지만 문제도 많지...

    : 저격을 만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그 녀석들 광고라 해도 안 봐주니까...



     ...... 이 게임에 대한 세간의 평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기업 소속의 방송인이기 때문에 부주의한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빨리 화제를 바꿔야 한다.



    “아, 이제 슬슬 끝날 시간이네. 이제 한 경기 정도 남았으려나? 다음엔 꼭 챔피언이 되고 싶네.”



     기본적으로 광고방송은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면 끝난다.

     평범한 방송이라면 아침까지 걸릴 지라도 우승할 때까지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일단 업무로서 하는 광고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광고주 측에서 확인을 위해 광고를 보고 있기 때문에 계속 묶어둘 수도 없으니 .......



    “역시 이기고 끝내야 제맛이지~. 하지만 30팀이나 되니까 상위권 진입도 힘든데 ......”

    “한 팀의 인원이 줄어들어 전투는 편해졌지만 적의 수가 늘어났으니까 ....... 전투가 끝나도 바로 또 전투하는 때가 많아.”

    “...... 이거 챔피언을 노리려면 전투를 피하면서 막판에 어부지리하는 게 제일 편할 듯.”

    “게, 게임성의 부정 ......”



    : 근데 사실 그게 정답이야

    : 승리만 노린다면 괜찮지만 캐주얼 모드에서 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 즐거우면 되는 거야!

    : 이기니까 재미있는 거지...



     그리고 찾아온 5차전. 낙하지점은 맵의 가장자리가 아닌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이었다.

     전투를 피해 보급품이 적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보급품을 넉넉히 확보한 후 일찍 안전구역 안으로 들어가 거점을 마련하자는 작전이다.

     ...... 그건 그렇고, 역시 한 시간 동안 마우스와 키보드로 게임을 하다 보니 손가락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액션성이 요구되는 게임은 평소에 쓰지 않는 근육을 여러 번 사용하다 보니 이렇게 쉽게 피로해진다.



    “선배, 이제 적이 올지도 모르니 여기까지만 이동해 주십쇼. 제가 먼저 가겠슴다.”

    “아, 응.”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