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5화 [Vertex] 이 프로모션은 방송을 포함합니다 [아키라/쿠로네코] ④
    2024년 10월 20일 05시 30분 2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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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링 밖으로 많이 나온 곳이니 이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되겠슴다. 첫 번째 원이라 그렇게 아프지는 않지만, 선배의 이동 속도로는 좀 ......”

    “으윽.”



    : 느려서 미안...

    : 업고 옮겨줄 수 있겠어? 짊어지기도 괜찮으니까

    : 쿠로네코와 데이트하면 이동이 힘들 것 같아.

    느려느려느려



     서둘러 첫 거점을 떠난다. 가방이 작아서 물자는 조금 불안하지만, 뭐, 어떻게든 될 것 같다.

     그렇게  아키라 군을 선두로 우리는 이동을 시작했다.

     슬라이딩 이동이 불가능한 나를 위해 아키라 군은 조금 앞서서 이동했고, 때때로 뒤돌아보며 내 캐릭터가 따라잡을 때까지 기다려 줬다. 이건 마치 ......,



    : 부녀의 산책 ......?

    : 친척집 아이를 돌보는 오빠 같아.

    : 조만간 쿠로네코가 칭얼대며 주저앉을지도

    : 이 게임이 이렇게 훈훈한 게임이었나?



    '아~ 맞다! 뭐라도 말해보자!”



     아무리 그래도 서로 말없이 이동을 반복하다 보면 방송적으로 어색함이 장난 아니다. 첫 경기 때 직강하하여 생긴 어색함과는 또 다른 사고다.



    “너무 떠들면 발소리를 놓칠 수 있슴다.”



    : 이 게임은 조용히 있어도 못 들어.

    : 낯가림 발동?

    : 아까 처음 떨어졌을 때는 꽤 편하게 떠들었지?

    : 이번 기회에 친해지자W



    “음~ 그럼 선배는 이 게임을 몇 번 해봤다고 들었슴다만. 마음에 드는 무기 같은 게 있었슴까? 없다면 찾아볼까 합니다만.”

    “맘에 드는 무기는 없을지도? 어느 걸 써봐도 맞지 않던데.......”

    “그렇슴까?”



     그리고 다시 침묵.

     이럴 때 반대로 '아키라 군은 어떤 무기를 좋아해?' 라고 물어볼 수 있다면, 분명 그것이 능숙한 대화법일 것이다. 여기서 상대방의 무뚝뚝한 대답에 겁을 먹고 무심코 입을 다물어버리는 부분에서 나의 대화 실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보다, 이런 실시간 조작이 중요한 게임에서 시간 때우기용으로 잡담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두뇌 리소스가 얼마나 필요한데.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맵 경계선 근처에서 드디어 적과 마주쳤다.



    "그늘에서 상대를 향해 적당히 쏴! 무리하다 피격당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나는 조금 앞에서 공격할 테니까!”

    “으, 응!”



    : 첫 싸움이다!

    : 힘내!

    : DUO인데도 안전구역에 안 들어가고 링 가장자리서 싸우다니 드문 일이네. 저쪽도 초보인가?

    : 양각만 아니면 아키라가 이길 거야



     조준도 제대로 하지 않고 총을 상대를 향해 난사한다. 조준을 맞추는 동안 피탄을 피하기 위한, 어디까지나 위협사격이다.

     그러다 조금씩 앞으로 다가간 아키라 군이 근거리에서 상대에게 총알을 퍼부었고, 반대로 상대방의 총알은 거의 피하며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아싸! 일단은 첫 킬!”

    “짝짝짝~”



    : 축하해!

    : 잘했어!

    :88888

    : 벌써 챔피언이 된 것 같은 기세구만



    “이대로 단숨에 안전구역에 들어가서 좋은 위치를......”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키라 군의 캐릭터가 쓰러졌다.



    “뭐야!? 젠장. 양각인가! 왜 안전구역 가장자리에서 어부지리를 노리냐고!”

    “으아아아.”



    : 쿠로네코 씨 도망쳐~

    : 이제 끝이다

    : 돈마이

    :GG



     뒤에서 몰래 다가온 제3의 집단에 의해, 아키라 군이 없는 나는 단숨에 쓰러져 버렸다. 그리고 화면 가득 게임 오버라는 글자가 떴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미, 미안 ......”

    “아니, 지금 건 내가 양각을 제대로 경계했으면 ....... 그리고 회복템을 아직 줍지 못했으니, 뭐, 어쩔 수 없었다고나 할까.”



    : 아까는 어쩔 수 없었어.

    : 발소리 안 냈으면 좋았을 텐데

    : 처음부터 아키라를 노린 상대 팀이 잘했던 거야

    : 부대 수가 많음과 한 명의 부족으로 인한 전멸은 DUO의 일상이랄까



     비록 패배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 전투에서 승리를 거뒀다.

     좋든 나쁘든 이 속도감이 DUO 모드의 묘미인 것 같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패배하면 스트레스가 쌓이지만, 보는 입장에서는 템포가 빨라서 좋은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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