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임이려나. 낮에 일어나서 게임하고, 방송에서 게임하고서 끝나면 또 아침까지 게임하고...”
“게임 폐인이잖아.”
“아니 하지만 FPS랑 RPG랑 연애게임이랑 다 장르가 달라서 ”
“장르가 다르다면 그건 그것대로 폐인이야.”
하루 종일 FPS를 한다거나 격투 게임을 한다거나, 그런 얘기는 자주 듣는데요.
아사이 씨, 정말 다양한 게임을 하고 있네. 게이머라기보다는 게임을 좋아한다는 느낌이다.
“그럼 아키라 군은?”
이어서 아키라 군도 알려주나 싶었는데, 좀처럼 입을 열지 않길래 내가 재촉해 보았다. 여기까지 오면 다들 어떻게 휴일을 보내는지 궁금해진다.
아키라 군은 조금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말했다,
“......잤어.”
“어?”
“하루 종일. 잤어”
“그, 그렇구나 ......”
말이 적었던 것은 더 이상 할 말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도 남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탕한 휴일을 보내고 있지만, 아키라 군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휴일을 보낸 것 같다.
그래도 사람의 휴일이다.
세상 사람들은 건강하고 건전한 일상을 보내라느니,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내라느니, 뭔가 거만하게 위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지만 본인이 만족하고 있다면 내가 특별히 할 말은 없다. 내가 참견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모두가 부정해도 나만은 아사히 군의 휴일을 긍정해 주자...... 그보다 내 코가 석자라서.
대화를 한 바퀴 돌고 나니 어느덧 적당한 시간이 되었다.
밖은 아까까지만 해도 붉게 물들었던 노을이 사라지고, 차가운 밤의 장막이 거리를 지배하고 있다.
여전히 내 양 옆에는 마시로 씨와 아사이 씨가 진을 치고 있어 여기서 움직일 수 없는데, 어느 한쪽이 좀 물러나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그러고 보니.”
마시로 씨가 무언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단독 합방의 약속 말인데요......”
“응!?”
내가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었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에서 갑자기 이야기를 꺼낸 것에 당황해 서둘러 기억을 더듬어 본다.
아, 그러고 보니, 맞대면할 때 자기소개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회사에서 검토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었나요?”
“어, 음.......”
“회사라면 여기잖아요!”
“그, 그렇지......”
그때는 이대로 흐지부지될 거라며 대충 대답했는데, 설마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가 이렇게 추궁하게 될 줄은 몰랐다.
쿠로네코 씨가 ASMR하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 현실 합방을 하지 않겠냐는 식의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버튜버는 다음에 합방하자~라고 평생 실현되지 않을 사교인사하는 게 보통 아냐!?
하지만 한 번 기대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와서 거절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내게도 선배로서의 멘트가 있다.
여기서는 포기하고 수긍을...... 아니, 잠깐만.
선배로서의 체면이라면 아까 꼬르륵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린 것 같은데.
이제 와서 그런 겉치레 신경 쓰는 거, 그만둘까?
“아, 음, 에~ 매니저와 상담해 본 결과 쿠로네코 씨의 이미지상 ASMR은 좀......”
“안 되나요?”
꼬옥, 하고.
손을 꽉 잡혔다. 무릎 위에 있던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며. 마치 기도라도 드리는 듯한, 간청하는 듯한 손길로.
“아, 아니, 하지만 ASMR도 신경 쓰인달까~! 매니저도 어떻게 할지는 맡기겠다고 했고!”
“앗싸! 드디어 염원하던 쿠로네코 씨의 ASMR을 들을 수 있어!”
온몸으로 기쁨을 전하듯 그 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는 마시로 씨.
VTuber의 아바타보다는 다소 뒤떨어지지만, 그래도 큰 가슴이 눈앞에서 흔들리는 것은 몸에 해롭다. 뭐, 내가 더 크긴 하지만.
그리고 미안, 쿠죠 씨.
애초에 상담도 하지 않았는데, 적당히 발언을 날조해 버렸어.
하지만 여자가 손을 잡으며 부탁을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잖아!
절대 유흥업소 같은 곳에는 가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