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0화 마시로 씨의 집에서(2)
    2024년 10월 13일 17시 08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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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거실로 안내된 나는 가볍게 오늘 할 일을 논의한 후, 방송실로 안내받았다.



    “원래도 이 아파트는 방음이 잘 되어 있는데, 방송 활동을 하면서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약간 우쭐한 표정을 짓는 마시로 씨.

     벽을 보니 울퉁불퉁한 흡음재가 사방으로 촘촘히 깔려 있다. 두께로 보아 흡음재뿐만 아니라 그 밑에 보드나 방음시트도 깔려 있는 것 같다. 꽤 본격적으로 보인다.

     아니,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할 거면 작업의 수고를 생각해서 차라리 방음부스를 설치하는 게 더 편하지 않나 .......

     뭐, 집에 설치하는 방음부스는 방 안에 더 작은 방을 설치하는 느낌이고, 꽤 좁은 공간이니 흡음재만으로 충분하다면 상관없나 .......

     쓸데없는 태클은 없이 칭찬만 해두자.



    “대, 대단해. 마시로 씨가 했어? 방음 대책은 정말 힘들던데.”

    “원래 성우나 ASMR에 관심이 많아서, 데뷔할 때 열심히 붙였답니다! 역시 직접 해놓은 만큼 애착도 가네요.”



     이거 이사할 때 힘들겠다 싶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흡음재는 떼어내는 것만으로도 힘들고, 물건에 따라서는 재사용할 수 없어 폐기해야 하는데 이 정도 양이면 버리기도 힘들다.

     이사한 곳에서 다시 방음을 하려고 하면 또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설령 포기하고 방음부스를 설치한다 해도 역시 흡음재의 처분이 문제다.

     방송인이라는 직업은 사람에 따라서 수입이나 신원 노출 방지, 민원 때문에 자주 이사를 하기 때문에, 마시로 씨의 앞날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



    “힘내세요, 마시로 씨”

    “네!? 잠깐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일본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죠.”

    “생각보다 스케일이 커!? 음, 저는 일본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방송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ASMR 마이크라 해도 비싸면 다가 아니잖아요. 흔히 100만 엔이 넘는 가격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KU100도 환경이나 설정이 안 좋으면 10만, 30만 원짜리 마이크에 밀릴 수 있고, 그때그때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마이크가 잘 어울릴 수도 있고, 안 어울릴 수도 있으니까요.”

    “음질이라든가 현장감이라든가.”



     입체 음향은 장비에 따라 표현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조건 비싼 게 좋다고도 할 수 없다. 아마 KU100은 소음이 적어서 환경음 녹음이 가장 큰 장점이었던 것 같다.

     ASMR을 하지 않는 나로서는 어느 정도 소리만 깨끗하다면 어떤 마이크든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전문 버튜버 앞에서 말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그래서 오늘 사용할 마이크는 이쪽, 3Dio의 흰색! 하얀 귀라든가 백3Dio라고 불리는 거예요.”

    “아, 들어본 적 있다.”



     3Dio는 직사각형 모양의 장비 양 끝에 흰색 실리콘 소재의 귀가 달린 마이크다.

     KU100은 마네킹 같은 사람 얼굴이 붙어 있는 반면 3Dio는 귀만 있는 단순한 구조인데 ......, 이게 잘려나간 귀처럼 보여서 좀 징그럽다.



    “ASMR이라고 하면 이 마이크가 대명사죠~. 상위 모델로 검은색 3Dio가 있는데, 그쪽은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응? 뭔가 또 다른 기획을 하려는 모양인가??



    “이건 더미헤드, 음, 마네킹이 아니라서 깊이감은 덜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히 ASMR 할 수 있어요. 우선은 흰색을 즐기고, 그다음에는 검은색으로 해봐서 차이를 즐기는 것이 좋죠.”

    “다음 기회가 있다면.”

    “아, 참고로 이 마이크는 고음이 상당히 날카롭게 들어가니 비명소리를 조심하세요.”

    “ASMR할 때 소리 지를 때도 있어요?”

    “일단은 잡담을 하며 가볍게 귀를 긁어주는 정도만 하려고 하는데, 쿠로네코 씨는 해보고 싶은 게 있나요?”



     해보고 싶은 ASMR이라.



    “...... 칼 가는 거라던가?”

    “그건 좀 과한 것 같네요.”

    “음~ 칼을 이용해 양파 껍질을 벗기거나 자르는 걸 꽤 좋아할지도.”

    “칼은 위험하니까 금지해 주세요”

    “엥...... 그럼 슬라임 같은 거? 뭔가 여러 가지 소리가 나서 재미있을 것 같아.”



     그걸 만지면 뽁뽁이를 터트리는 것 같은 쾌감이 있을 것 같다.



    “좋아요. 그럼 쿠로네코 씨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몇 가지 더 준비할 테니, 준비가 끝날 때까지 편히 쉬어주세요.”



     그렇게 인생 첫 ASMR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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