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9화 현실에서 보면 껄끄러운 경우(2)
    2024년 10월 11일 03시 37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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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 그렇고 쿠키를 갉아먹는 쿠로네코 씨는 다람쥐나 햄스터 같아서 귀여웠어요. 아키라 군, 다음엔 스틱과자나 빼빼로로 부탁해.”

    “스스로 준비하라고......”



     본인을 대화에 안 껴주면서도 다음번 먹이 주기 계획을 잡아놓는 건에 대하여.

     생각해 보니 나츠나미 유이와 친해질 때도 자주 밥 먹자며 날 데리고 갔었지....... 혹시 먹이를 주면 따를 거라고 생각한 걸까?

     뭐, 이 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해 보자....... 지금은 방금 전과 같은 어색한 침묵의 공간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내가 먼저 말을 걸어보자.



    “그, 그러고 보니 다들 왜 여기 있는 거야? 모두 모여서 함께 녹음이라도 해?”

    “맞아요! 사실은 방금 전까지 모두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 녹화를 하고 있었어요. 점심 전에 시작했는데 이제 겨우 끝나서 지금은 과자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어요. 쿠로네코 씨는요?”

    “나는 녹음이라든가 보이스 트레이닝 같은 거. 뭐 평범해.”

    “아, 혹시 녹음 기한이 다가오고 있는 연말의 그것인가요? 판매 기대하고 있어요! 부스트도 해드릴게요!”

    “그, 그래......”



     부스트는 상품 구매 후 금액을 더 얹어 지불할 수 있는 판매 사이트 상의 기능이다.

     원래는 굿즈나 보이스 판매 금액의 몇 퍼센트를 기업과 방송인이 반반씩 나눠 갖지만, 부스트 된 금액은 거의 전액이 방송인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요컨대 후원 기능인 셈이다.

     즉, 눈앞에 있는 마시로 씨는 쿠로네코 씨가 이번에 판매할 시추에이션 보이스에 후원하겠습니다! 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아는 사람이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니 부끄럽다. 게다가 후배이기도 하고.



    “어라, 부스트보다 지금 직접 건네주는 게 수수료도 안 드니 더 이득이 아닐까......?”

    “잠깐잠깐, 그건 위험해.”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려는 손을 급히 제지한다.

     물론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것을 실행에 옮기면 사람으로서 중요한 것이 끝장난다고. 인터넷상에서 하면 감사히 받을 테니까, 그러니 그 손 좀 놔줘!



    “하아, 하아, 하아......”

    “아하하, 농담이에요, 쿠로네코 씨.”



     가녀린 몸으로는 상대를 제지하는 것만으로도 숨이 벅차서 힘들다.

     농담으로 이런 체력을 쓰게 하지 마......!

     돌이켜보면 보이스의 출시일이 되면 눈에 보이는 공식 트위터와 눈에 닿지 않는 디스코드 양쪽에서 장문의 감상평을 보내오는 베아코라고 하는 귀찮은 후배가 많았다. 알테마 오디션 담당, 조금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나는 대화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화제를 한번 리셋하기로 했다.



    “어........ 그, 그래, 지난번 합방 수고했어. 다들 어제는 잘 쉬었어?”



     나는 며칠에 걸친 준비에 지쳐버려서 하루 종일 뒹굴거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도 봉인하고, 쌓아둔 만화와 라노벨을 소화하면서 피곤하면 마음대로 낮잠을 잔다. 나만의 힐링법이다.

     덕분에 가뿐해진 오늘은 만반의 컨디션으로 녹음과 보이스 트레이닝에 임할 수 있었다. 뭐, 내심은 스튜디오로 출근하는 노동에 대해 늘 우울한 마음이지만.



    “어제는 대학 리포트 때문에 바빠서....... 방송 활동을 하다 보면 오늘처럼 하루를 다 쓸 때도 있어서, 양립하기도 빠듯해요.”



     마시로 씨가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확실히 고등학생인 나조차도 가끔은 눈알이 돌아갈 정도로 바쁠 때가 있는데, 제출물이 많고 전문적인 측면이 강한 대학은 더 힘들겠구나.



    “뭐, 애초에 학생과 기업 소속의 방송인은 양립을 전제로 하는 게 아니니깐....... 그 부분의 요령은 가오나 키린 씨에게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



     그 사람들 요령이 좋으니까.

     가끔 스튜디오나 사무실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두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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