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낯선 지인' 현상은, 실제 모습과 인터넷상의 아바타가 크게 다른 버튜버들 사이에서 종종 발생한다.
뭐, 무슨 말인고 하냐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모르는 미소녀가 갑자기 문을 열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문을 닫고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어떻게 봐도 완전히 이쪽이 수상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당황해서 다시 문을 열었다. 우선은 인사가 중요하다.
“쿠로네코 씨입니다!”
“알고 있어요.”
“알아.”
“뭣!?”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밝혔지만 왠지 모르게 모두가 내 얼굴을 알고 있었다. 스토커인가?
“몇 번 복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기억 안 나세요?”
“어, 음......”
차분한 대학생 정도의 여성──아마도 마시로 씨가 말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적이 있다면 아마 인사 정도는 했겠지만, 대화한 기억이 없는 사람의 얼굴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키가 작아서 의식하지 않으면 지나가는 상대방의 얼굴까지 시선이 닿지 않고.
“처음엔 사무실에 엄청 예쁜 여자애가 있는데 누군지 모르겠다고 시아짱과 얘기했지 뭐예요. 그래서 매니저에게 확인해 보니, 수수께끼의 미소녀는 쿠로네코 씨라고 알려주셨어요.”
“아, 그렇군요......”
“그 후 만나면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매니저님이 쿠로네코 씨는 낯가림이 심해서 합방을 하거나 스튜디오에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한 무리하게 접촉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방송인끼리라고는 해도, 매니저에게 물어본들 쉽게 실제 외모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마주쳐서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알게 되면 알려주지 않는 편이 문제가 되는 패턴도 있다.
예를 들어 수상한 사람으로 여겨 신고를 당하거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무리한 추궁을 당하거나, 갑자기 말을 걸거나 하는 식으로.
이번에는 상대가 방송인이었기 때문에, 이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매니저도 쿠로네코 씨라는 것을 알려준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여러 사람이 신경을 써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보다, 혹시 내가 쿠로네코 씨라는 것을 모르는 방송인이나 스태프들 사이에서 나는 VTuber 그룹 본사에 가끔씩 나타나는 절대 말을 걸면 안 되는 신비한 미소녀 취급을 받고 있는 걸까......?
만일 단순한 스태프였다면 미스터리한 미소녀 K라든가 하는 식으로 오해를 받았을 거다.
“다시 소개할게요. 후부키 마시로입니다. 이쪽은 아사이 시아짱, 그리고 아실 거라 생각하지만 아키라 군이고요.”
“안녕~”
“안녕하심까.”
“아, 응. 잘 부탁해......."
인터넷에서의 인사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역시 현실에서 방송인과 얼굴을 마주하는 이 순간은 왠지 모를 설렘이 있다.
일부러 일어서서 인사하는 마시로 씨에게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1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2월의 이 시간은 이미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휴식을 취하러 왔는데, 왠지 어색하니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들이 모여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테이블 위에 놓인 과자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가 가져온 쿠키다.
그리고 그때 꼬르륵~ 하는 귀여운 소리가 휴게실에 울려 퍼졌다. 내 배에서다.
“아, 아냐. 내가 아니야! 설령 나라고 해도 오후부터 녹음과 보이스 트레이닝을 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뿐, 평소에는 소리가 나지 않으니까! 딱히 내 배는 아니지만!?”
“........."
“.........”
“.........”
당황해서 필사적으로 변명하지만 이미 늦었다.
따스한 후배들의 시선이 예민한 내 마음을 찌른다. 으으, 그 시선이 아파.......
분명 지금의 나는 바깥의 노을색만큼이나 붉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저기, 괜찮으시면 쿠키 드실래요?”
“네......”
마시로 씨의 친절함에 나는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