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화 야누스의 얼굴(1)

 

　일반 직장인들이 12월에 연말을 맞이하여 일을 마무리하는 성수기가 오듯이, 우리들 기업세 VTuber한테도 연말은 성수기다.

　일단 우리의 형태는 개인사업자로 취급을 받지만, 그래도 기업에 소속되어 있는 이상 그곳에는 일반 사회인인 직원들도 있는 것이다.

　그들도 연말에는 일을 마무리하기 때문에, 우리도 그에 맞춰서 연말에는 여러 가지 일정이 잡혀 있다.



　예를 들어, 생방송이 아닌 연말연시 일부 특집 녹화는 출연진 중 대학생과 사회인이 많기 때문에 평일날 밤이나 주말 같은 휴일에만 가능하고, 연말연시에는 트레이너가 쉬기 때문에 지금부터 보이스 트레이닝이나 댄스 레슨으로 꽉꽉 채우거나.

　일반 버튜버는 원하는 시간에 자고 일어나서 원하는 시간에 방송만 하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와 정반대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뭐, 나는 고등학생이라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여유로운 스케줄을 짜주고 있긴 하지만.



　그래서 매주 상례가 된 일요일의 스튜디오 출근.

　지난 주에는 회의를 시작으로 평일에도 녹음을 하거나 가오와 합방을 하거나 4기생과 합방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오늘은 휴일을 반납하고 내년 시즌 한정 보이스 녹음과 보이스 트레이닝이 있다.

　나름 고등학생의 몸으로 밀도 높은 한 주를 보내고 있는 것 같고, 이걸로 12월의 첫 주가 끝난 참이라고 생각하니 아득하다.

　으으, 이렇게 되면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대학도 안 가고 버튜버도 은퇴하고 그동안 번 돈으로 복권으로 한탕하고서 은둔할 수밖에 없겠어.......



　이렇게 현실 도피를 하면서도, 그럼에도 성실하게 오늘의 일정을 하나하나 해나간다.

　그리고 무사히 제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녹음과 보이스 트레이닝의 연속 일정이라서 목 상태가 조금 걱정됐지만, 트레이너가 그 부분을 고려한 메뉴를 구성해 준 덕분에 별 문제가 없었다.

　매일이 힘든 만큼 여러 사람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어 다행이다. 감사감사.



　보이스 트레이닝을 마친 나는 바로 돌아가지 않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방송인 전용 휴게실로 향했다.

　초창기엔 아는 사람도 적고 낯가림이 심했던 터라 겁을 먹고 이곳을 찾아왔지만, 지금은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라 망설임이 없다. 소통 장애지만 한번 친분을 쌓고 나면 거리낌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안냐~”



　말하면서 문을 연다.

　그리고,



“안녕하세요!”

“안녕.”

“여어.”



　모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도 세 명.

　'쾅'하고 문을 닫는다.

　그리고 문패에 적힌 글자를 확인한다.

　직원이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전용 휴게실'이라고 써 놓았다. 방을 착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즉......,



“수, 수상한 사람......!”



　내가 모르는 남녀가 세 명이나 있다.

　이건 어른을 불러오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문득 깨달았다.



　ㅡㅡ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 아키라 군 아니었나?　



　예전에 녹음 대기 시간에 과자를 준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마주 보고 앉아있던 사람은 마시로 씨와 아사이 씨,......?



　기본 활동을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VTuber는 소속사가 같다고 해서 일부러 오프라인에서 대면하는 일은 없다.

　동기들과 사전에 디스코드로 통화를 하거나 선배와 채팅으로 인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자발적으로 현실 합방을 하거나 아니면 스튜디오나 사무실에서 마주칠 때뿐이다.

　게다가 선후배 사이라서 동기끼리의 현실 합방도 없고, 4기생은 최근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함께 프로젝트나 행사를 할 기회도 없었다. 얼굴을 모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