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마지막 싸움 1
    2024년 09월 29일 05시 06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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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벨라를 떠나보낸 지 일주일이 지나자, 항상 밝고 활기찬 그녀가 없어진 것에 대한 쓸쓸함을 느꼈다.



    “이사벨라가 떠나서, 외롭다는 것이 얼굴에 적혀있어.”

    “...... 너무 쉽게 들켜서 부끄러워.”

    “나는 그런 부분도 좋아하지만.”



     펠릭스에게 그런 말을 듣고 손으로 자신의 뺨을 쳤다.



     지금은 펠릭스와 함께 밤의 정원에서 손을 맞잡고 산책을 하며 앞으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쓸쓸함에 빠져 있을 상황이 아닌걸)



     파론 왕국에서 열리는 안헬리카의 축제는 열흘 후이며, 왕국까지는 4일 정도 걸리므로 모레에 출발할 예정이다.



     실비아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에 그녀와 결판을 낼 생각이다.



    “펠릭스는 파론 왕국에 가는 거 처음이지?”

    “맞아, 외국에 거의 가본 적이 없었으니까.”

    “모처럼이니 안내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나도 잘 몰라서 ......”



     두 살 때부터 계속 시전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17년 동안 살았음에도 나는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절망밖에 없던 그 시절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납덩이처럼 무거워진다. 그래도 펠릭스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는 것만은 실비아에게 감사했다.



    “누구 보고 싶은 사람은 없어?”

    “응, 없어.”



     부모님도 내가 파론 왕국에 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단 한 번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성녀로 활동하고 있다는 소문 정도는 들었을 테지만, 그 사람들이니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럼 내가 계속 티아나를 독차지할 수 있겠군.”

    “...... 후후, 맞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그렇게 말하는 펠릭스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펠릭스와 함께라면 파론 왕국에서의 아픈 기억 말고도 다른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틀 후, 파론 왕국으로 출발하는 우리는 루피노와 많은 신하들의 배웅을 받았다.



    “부디 조심하십시오. 무슨 일이 생기면 저도 곧 달려갈 테니.”

    “고마워. 당신도 조심하고.”

    “예. 두 분께서 돌아오실 때까지 반드시 제국을 지키겠습니다.”



     든든한 루피노가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하고 나라를 떠날 수 있다.



     그 후, 파론 왕국으로 가는 길은 놀라울 정도로 평온했다.



    “미안해, 나 깜빡 잠들었어? 이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바깥 풍경보다 티아나의 잠든 얼굴이 더 가치 있었어.”

    “진지한 얼굴로 말하지 말아 줄래? 더 부끄러워질 것 같아.”



     나란히 앉아서 마차에 몸을 맡긴 채 소소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중간에 내린 마을에서 식사를 하거나 가볍게 산책을 하기도 했다.



     소소한 대화도 시간도 모두 즐겁고 행복해서 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펠릭스와 재회한 후 가장 평온한 날들이었던 것 같다.



     동시에 폭풍전야의 고요함처럼 느껴져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





     파론 왕국에 도착해도 낯선 풍경뿐이라서, 고향에 돌아왔다거나 그리운 마음을 느낄 수 없었다.



     먼저 왕성으로 가서 펠릭스와 함께 폐하께 인사를 드렸다.

     원래 나와 폐하와는 안면이 없었지만, 무능하다고 들었던 성녀가 제국의 저주를 풀었다는 사실을 믿는지, 나를 내어준 것에 대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비아를 자유롭게 놔두는 시점에서 폐하한테도 구린 부분이 있음은 틀림없다.



    “...... 이 나라는 이제 오래가지 못할지도.”



     왕성에서 신전으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펠릭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윽고 파론 신전에 도착해 건물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끝난 일이고, 지금은 소중한 사람들에 둘러싸여 행복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머릿속에 파론 신전에서의 힘들었던 시절이 떠올라 숨이 막힌다.



    “티아나, 괜찮아.”

    “...... 고마워.”



     펠릭스가 옆에서 손을 잡아준 덕분에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15년 동안 학대받았던 기억이 내 안에 깊은 상처로 남아있었음을 실감한다.



    “환영합니다.”



     마치 딴 사람처럼 반갑게 맞아준 사람은 부신전장이었다. 대성녀 실비아가 신전을 실질적으로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신전장 자리는 오랫동안 공석이었다.



     그리고 기억 속의 부신전장은 오십 대 후반의 건장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야위어서 열 살 이상은 더 늙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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