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따스한 추억 1
    2024년 09월 28일 22시 18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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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저주가 풀린 지 2주가 지난 어느 날 저녁.



     나는 현재 이사벨라와 둘이서 장미 꽃잎이 떠다니는 욕조에 들어가 있다.



    “너무 빤히 보지 말아 줄래?”

    “티아나 님은 수줍음이 많으세요. 그렇게나 몸매가 좋으시면서........”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졌냐면, 이사벨라가 내일이면 데랄트 왕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무엇이든 부탁을 들어주겠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은 이사벨라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여 아침을 함께 먹고, 둘이서 시내로 쇼핑을 하고, 점심도 세련된 카페에서 함께 먹고, 오후에는 왕성 안을 산책하거나 차를 마시며 하루 종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에 이르렀다.



     설마 목욕까지 함께 할 줄은 몰라서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간절한 부탁을 받자 거절할 수 없었다.



    “티아나 님이 씻겨 주시니 기분 좋네요.”

    “정말? 다른 사람의 머리를 감겨주는 것은 처음인데, 다행이야.”

    “황후님께서 이런 일을 해주시다니, 원래는 엄청나게 혼나잖아요.”



     즐겁게 웃는 이사벨라의 아름답고 긴 황금빛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거품을 내어 씻겨준다.



     두 번 다시없을 경험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의외로 즐거워서 집중하게 된다. 이사벨라 역시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귀여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왠지 이렇게 하고 있으면 여동생이 생긴 것 같아.”

    “정말요!?”



     내가 무심결에 말하자마자 이사벨라가 빙글 돌아보았다.

     눈빛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고, “기뻐요!”라며 나를 안았다.



    “왜, 왜 그래?”

    “후훗, 아무것도 아니에요.”



     달라붙는 이사벨라가 간지러워서 몸을 비틀 때마다, 욕조의 뜨거운 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내가 간지럼에 약한 것을 눈치챘는지, 이사벨라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이번에는 양손으로 옆구리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자, 잠깐, 어디 만져......!”

    “티아나 님은 어딜 만져도 매끈하네요.”

    “이사벨라도 참! 후후, 싫어, 아하하!”



     그렇게 우리가 욕조에서 올라갈 때쯤에는 욕조의 물이 절반 이하로 줄어서, 둘이 서로 얼굴을 맞대며 웃고 말았다.





     ◇◇◇





     목욕을 끝낸 뒤에도 이사벨라는 계속 붙어있었다.



    “저기 티아나 님, 머리 좀 말려주세요”

    “물론이야, 맡겨만 줘.”



     나도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것이 신선하고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무엇이든 들어주게 된다.



     게다가 이사벨라도 바깥에서는 왕녀, 그리고 성녀로서 당당하게 행동하고 있으니 어깨에 힘을 빼고 보내는 시간도 중요할 것이다.



     나도 펠릭스의 앞에서는 그저 '티아나'로서 지위나 신분을 잊고 나답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손을 잡고 둘이서 식당으로 향한다.



     오늘은 이사벨라가 제국에 머무는 마지막 날이라서, 펠릭스와 루피노를 합한 네 명으로 호화로운 만찬을 하기로 되어 있다.



     이미 식당에는 펠릭스와 루피노의 모습이 있어서 평소의 자리에 앉았다. 그 후 이사벨라가 좋아하는 와인으로 건배를 하고 식사를 시작했다.



    “루피노 님은 싫어하는 사람이 있나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웃는 얼굴이라서요.”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남을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싫어합니다.”

    “그렇군요. 뭔가 감정을 잘 감추는 요령 같은 게 있나요? 저는 얼굴에 잘 드러나는 편이라서요.”

    “요령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저 같은 경우는......”



     이사벨라와 루피노는 마치 친남매 같아서 미소가 절로 난다.



     두 사람의 모습에 흐뭇해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데, 펠릭스의 시선이 느껴졌다.



    “오늘 아침과 헤어스타일이 다르네.”

    “네, 사실 이미 목욕을 해서요.”

    “저, 티아나 님과 함께 목욕을 했어요. 많이 만졌답니다.”

    “콜록, 콜록.”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 같은 이사벨라는 와인 잔을 한 손에 들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무심코 기침을 하는 나와 쓴웃음을 짓는 루피노.



     그리고 펠릭스는 “뭐?” 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었는데, 그걸 본 이사벨라는 더더욱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밤에는 같이 자기로 약속도 했어요. 부럽죠?”

    “............”



     무표정한 펠릭스와, 그를 조롱하는 이사벨라.



    (이, 이건...... 혹시......)



     이사벨라가 펠릭스에게 압박을 가하는 느낌이 든다.



     점점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저기, 이사벨라, 이 빵이ㅡㅡ"

    “저, 펠릭스 님이 항상 엘세 님을 데리고 가는 게 정말 화가 났었어요.”

    “엥.”

    “자기는 엘세 님의 수제자이며 가장 귀여우니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빤히 보이는 것도 굉장히 불쾌해서 참을 수 없었어요.”

    “저, 저기......?”



     갑자기 17년 전 일에 대해 낮은 목소리로 펠릭스에게 불평을 늘어놓는 이사벨라에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다.



     어쨌든 이사벨라를 진정시키며 달래었고, 항상 냉정한 펠릭스라면 분명 신경 쓰지 않고 웃어넘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도 이사벨라가 오고 나서는 엘세와의 시간이 줄어들어 불쾌했었지.”

    “네?”

    “자기가 엘세의 제자로서 더 잘났다고 으스대는 것도, 동성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만지리는 것도 짜증 나.”

    “에엑, 저기......?”



     설마 하던 펠릭스도 전투태세라는 전개가 되자 식은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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