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건국제 32024년 09월 16일 20시 59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축제 당일, 마리엘에게 몸단장을 받고 전신 거울 앞에 섰을 때, 평민 마을 소녀의 모습으로 변한 자신과 눈이 마주쳤다.
“대단해! 어디를 봐도 황후로 보이지 않아.”
“티아나 님, 정말 귀여우세요. 어떤 옷을 입어도 잘 어울리세요.”
마리엘은 두 손을 맞잡고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밝은 민트 그린의 귀여운 원피스 위에 흰색 바탕에 작은 꽃이 수놓아진 앞치마를 두르고, 두 갈래로 묶은 머리 위에는 옷에 어울리는 모자를 썼다.
(정말 귀여워, 그리고 이렇게나 가볍다니)
귀족의 드레스도 화려하고 멋지지만, 평민들이 입는 원피스도 너무 예뻐서 예전부터 한 번 입어보고 싶었다.
게다가 이제부터 펠릭스와 둘이서 놀러 간다고 생각하니 기대가 된다. 들뜬 마음을 억누르려고 숨을 내쉬는 순간, 노크 소리가 들렸다.
“티아나, 준비됐어?”
“............”
그렇게 방으로 들어온 펠릭스의 모습을 보고, 나뿐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마리엘도 말문을 잃었다.
하지만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한다.
“티아나?”
“주, 준비는 됐지만......”
“그 옷도 정말 귀여워. 잘 어울리네.”
펠릭스는 묶은 내 머리를 살며시 만지며 칭찬해 주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저, 정말로 여태까지 한 번도 들키지 않았어......?)
펠릭스는 나와 비슷한 색상의 평민복을 입고 변장용 안경까지 썼지만, 그의 빼어난 미모와 고귀한 기운은 전혀 감추지 못했다.
누가 봐도 평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상류 귀족이 변장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찰도 문제없었다고 펠릭스는 말했지만, 모두가 모른 척하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설마 황제라는 사실까지는 눈치채지 못할 거라 믿고 내민 손을 잡는다.
“갈까?”
“응, 정말 기대돼.”
펠릭스도 나도 웬만한 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둘만 남게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 호위병을 대기하도록 했다.
그리고 우리는 왕성의 뒷문으로 빠져나와 왕도의 시내로 향했다.
◇◇◇
“와아...... 사람과 물건으로 가득해!”
처음으로 가까이서 본 축제는 매우 활기차고 화려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다양한 노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처음 보는 음식과 잡화, 희귀한 동물들까지 진열되어 있어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익숙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펠릭스의 손에 이끌려 사람들 사이를 걷는다.
“뭐 먹고 싶은 거나 관심 있는 거 있어?”
“...... 굳이 말하자면, 전부?”
“하하하, 그거 바쁠 것 같네.”
펠릭스는 즐겁게 웃으며 안내해 주었다.
포장마차에서 산 음식을 둘이 나눠 먹기도 하고, 깔맞춤한 스톨을 사기도 하고, 광장 중앙에 있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춤을 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어서 나는 계속 웃고 있었다.
“즐거워?”
“응! 나이답지 않게 들떠 버렸는걸.”
“다행이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 있는 펠릭스를 올려다보니, 그가 매우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랑스러움과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그의 표정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함께 가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꼭 손에 넣을게.”
그러니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말해달라고 펠릭스는 웃으며 말했다.
분명 펠릭스는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 나를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
“── 나는 티아나가 한 명의 여성으로서 더 자유롭게,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그 미소와 말에 가슴이 벅차고 시야가 흔들린다.
나 자신도 성녀로 태어난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내 인생에 없었다.
“...... 왜 그렇게 잘해주는 거야?”
고개를 숙인 내 목소리는 분명하게 알 수 있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펠릭스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한테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받았으니까.”
펠릭스는 이어져 있던 손을 마치 보물을 만지듯 양손으로 감쌌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펠릭스와 시선이 마주쳤다.
“이제부터는 내가 어떤 소원이든 들어줄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해 줄게.”
“............!”
ㅡㅡ펠릭스는 언제나 무엇보다도 나를 먼저 생각하고 소중히 여기고 있다.
“고마워, 펠릭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그의 크고 따스한 손을 맞잡았다.
그 후에도 둘이서 손을 잡고 즐겁게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었다.
다들 걱정할 테고 내일도 서로 할 일이 있기에, 우리는 미련을 떨치고 왕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마치 평범한 마을 사람이 된 기분으로 신분도 잊고 펠릭스도 나도 마음 편히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백성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한번 제국의 백성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낀 하루였다.
“오늘은 정말 고마워. 진짜 즐거웠어.”
“나도 즐거웠어.”
왠지 헤어지기가 아쉬워 조금만 더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그대로 펠릭스의 방으로 향했다.
조금 열린 창문을 통해 바깥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와서 손을 붙잡은 채 발코니로 나갔다.
“...... 정말 아름다워.”
“맞아.”
밤하늘 아래 수많은 불빛으로 빛나는 도시는 정말 아름다워서 감탄의 탄성이 절로 나왔다.
다시 한 번 이 나라가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이대로 계속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
모든 악의 근원인 실비아는 아직 쓰러뜨리지 못했다. 모든 저주가 풀렸다고 해서 그녀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앞으로 가장 힘든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즐거웠던 이 여운에 젖어보고 싶다.
“저기, 펠릭스. 내년에도 같이 가자.”
잡은 손을 꼭 잡자, 펠릭스도 부드럽게 손을 잡아주었다.
“물론이지. 언제든 상관없어.”
부드럽게 눈을 가늘게 한 펠릭스에게 이끌려 미소를 지으며, 잔잔한 행복을 만끽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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