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건국제 2
    2024년 09월 14일 00시 23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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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고 싶은 거지?”

    “어떻게 알았어?”

    “목소리와 표정으로 알았지. 티아나는 알기 쉬우니까.”

    “............”



     그렇게나 알기 쉬웠냐며 부끄러웠지만, 가고 싶은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같이 가면 민폐되지 않을까?”



     황제와 황후인 우리가 함께 가면 다들 신경을 쓰느라 진심으로 즐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냥 일개 국민으로서 참여하면 돼. 나도 종종 그렇게 도시를 둘러보곤 했으니까.”

    “그랬어? 당신이?”



     펠릭스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평민 복장을 하고 소수의 호위병과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바이런은 위험하다며 항상 반대했다지만.



    “대우가 달라지겠지만, 티아나가 그래도 괜찮다면 문제없어.”

    “오히려 환영이고, 꼭 가고 싶어!”



     나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자, 펠릭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경하던 일이 이루어질 것 같자 마음이 들뜬다.



    “그럼 마지막 날에 둘이서 돌아볼 수 있도록 준비해 둘게.”

    “고마워, 펠릭스.”



     요즘도 계속 바빴을 텐데, 펠릭스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도 그를 위해 가능한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데이트, 기대할게.”

    “뭣......”

    “데이트 맞지?”



     지금까지 인연이 없었던 낯선 단어에 당황하게 된다.



     저주를 푸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기 때문에, 펠릭스와 부부가 된 후 서로 좋아하게 되었음에도 둘이서 사적으로 어딘가에 가는 일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상황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의문을 품은 적도 없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조금은 섭섭한 관계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두 사람이 함께 외출하는 것은 데이트'라고 전생의 시녀들이 늘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데이트가 맞아. 나, 처음이야.”

    “다행이다. 나도 그래.”



     모든 일에 영리하고 여유가 넘치는 펠릭스도, 나ㅡㅡ엘세가 첫사랑이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 기분이 들 때마,다 펠릭스를 남자로서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 좋아해, 정말로. 진짜 좋아해.”



     바르톨트 무덤에서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렇게 평온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전할 수 있을 때 전하고 싶어)



     하지만 갑작스러운 고백에 펠릭스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차츰 차분해지자 부끄러워져서 다시 축제 이야기를 꺼내려 들자, 펠릭스는 내가 붙잡지 않은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 고마워. 나도 티아나를 좋아해서 견딜 수 없어.”



     숨기지 않은 뺨이 붉게 달아올랐고, 곱씹듯이 몇 번이고 '기뻐'를 반복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워 가슴이 벅차오른다.



     귀엽다며 입꼬리가 올라간 것도 잠시, 펠릭스는 두 개의 푸른 눈동자를 이쪽으로 향했다.



    “앞으로도 티아나의 첫 번째는 내가 다 가져갈 테니까.”

    “전부 ......?”

    ”그래, 모조리, 전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것 같았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펠릭스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내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꺅 ......!”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한 나에 개의치 않고 그대로 침대로 향한다. 그리고 침대에 내려놓은 나를 부드럽게 눕히자 펠릭스는 입꼬리를 예쁘게 들어 올렸다.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만, 펠릭스는 직시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



     침을 삼키는 것도 잠시, 입술이 겹쳐졌다.



     펠릭스도 내가 처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아직까지도 호흡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와는 사뭇 달랐다.



    (서, 설마 '모든 것을 가진다'는 거, 지금이야......!?)



     물론 예전에 말했던 '모든 저주를 풀면'은 달성했지만, 마음의 준비라든가 여러 가지가 아직 안 되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된 나는 양손으로 펠릭스의 가슴을 밀었다.



    “자, 잠깐만.”

    “왜?”

    “그, 그건...... 그......”



     웃는 얼굴의 펠릭스는 분명 알면서 묻고 있다.



     내가 눈빛으로 짓궂음을 비난하자, 펠릭스는 이내 웃으며 말했다.



    “미안해, 괜찮아. 아무것도 안 할게. 오늘은.”



     '오늘은'을 강조한 펠릭스는 당황한 내 눈가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였다.



    “가끔은 그냥 같이 자고 싶어서. 부부니까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어?”



     착각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지만, 지금 대화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한계를 넘은 나는 발밑에 있던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펠릭스에게 등을 돌렸다.



    “어, 얼른 자자! 잘 자!”

    “하하, 귀여워. 티아나의 이런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쁘네.”



     이불 너머로 꼭 껴안기자, 작게 몸을 움츠린다.



     그렇게 눈을 감기는 했지만, 부부로서 이 상황은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펠릭스는 나에게 맞춰주는 것뿐이고, 보통의 부부라면 더 스킨십을 많이 할 터.



    “...... 다음에는 좀 더 노력할 테니 싫어하지 말아 줘.”



     조금 불안한 마음에 이불속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어 그렇게 말하자, 펠릭스는 작게 웃었다.



    “고마워. 난 티아나의 그런 솔직하고 귀여운 면이 좋아.”



     다시 한번 눈가에 키스를 한 펠릭스가 불을 껐다.



     이불 너머로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조금 더 어른스러운 여성을 목표로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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