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따스한 추억 22024년 09월 28일 23시 25분 5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과거 두 사람은 엘세 앞에서는 늘 친한 친구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그런 불만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도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흥, 그런 말할 자격이 돼요? 못한다는 핑계로 긴 시간을 함께 지낸 주제에.”
“제자가 스승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잖아.”
펠릭스와 이사벨라의 이상한 말다툼은 엘세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것일 테니, 마음은 무척이나 기쁘다.
하지만 옛날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소중한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어떻게든 감정을 존중하면서 다툼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먼저 입을 연 것은 루피노였다.
“두 분, 부디 진정해 주세요. 그녀가 곤란해하지 않습니까. 두 분 다 엘세를 소중히 여긴다는 건 전해졌을 테니까요.”
“루, 루피노 ......!”
두 사람은 항상 루피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곧 진정될 거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도 잠시, 펠릭스와 이사벨라는 루피노를 홱 노려보았다.
“애초에 저는 루피노 님을 제일 질투했어요! 항상 엘세 님이 의지하고, 지탱해 줄 수 있는 힘도 있고, 어른이고, 제일 좋은 위치에 있었잖아요.”
“그래. 나도 같은 마음이었지.”
“역시....... 두 분이 함께 있으면 들어갈 수 없는 세계도 있었겠죠?”
“그거 알아. 내가 공기가 된 기분까지 들었었지.”
“............”
이번에는 중재에 나선 루피노에게로 불똥이 튀면서, 펠릭스와 이사벨라가 동감을 나누는 급전개를 맞이했다.
하지만 당황한 나와는 달리 루피노는 변함없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요? 저는 일을 통한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엘세와 부담 없이 관계를 맺는 두 분이 부러웠습니다. 결국 각자 없는 것을 원하는 거죠.”
“............"
“............"
깔끔하게 정리한 후 가볍게 손뼉을 치며 “식어버리기 전에 드시죠.”라며 미소 짓는 어른스러운 루피노의 모습에, 두 사람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이 왠지 어린 시절과 겹쳐 보여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후후, 고마워. 그립기도 하고 기뻐서 따스한 마음이 들었어.”
엘세 리스가 이렇게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이사벨라 역시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더니 속이 후련해졌어요. 이제 더 이상 불만은 없어요.”
“그래, 맞아.”
펠릭스도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사벨라는 데랄트 왕국으로 돌아간 후 어떻게 할 건데?”
“글쎄요 ...... 성녀로서의 일을 하면서 결혼 상대를 찾아볼 생각이에요. 지금의 저라면 마음대로 고를 수 있을 테니, 아버지가 이상한 상대를 정하기 전에 좋은 남자를 찾아야겠어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는 이사벨라가 참 멋지다고 생각한다.
부디 이사벨라에게 좋은 만남이 있기를.
◇◇◇
그 후 네 명이서 차를 마신 뒤, 이사벨라와 함께 내 방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참고로 전이 마법진 앞에서 헤어질 때, 펠릭스가 “이상한 짓 하지 마.”라고 당부하자 이사벨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누군가와 잠을 자는 건 어릴 적 이후로 처음이에요. 오늘은 제 부탁을 많이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티아나 님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나도야. 고마워.”
오늘 하루, 이사벨라 덕분에 정말 즐거웠다. 사소한 일로 웃고 떠들자 마치 평범한 소녀가 된 기분이었다.
이사벨라는 내 등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 티아나 님, 처음엔 너무 모질게 굴어서 죄송했어요.”
“아니, 신경 쓰지 않아.”
“루피노 님한테서 들었어요. 티아나 님께서는 계속 '이사벨라는 착한 아이니까 괜찮아, 언젠가는 이해해 줄 거야'라고 계속 말씀해 주셨다면서요. 그게 너무 기뻤지만 죄책감이 들어서......”
“이제 됐어. 그만큼 엘세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는 뜻이잖아?”
목소리가 떨리는 이사벨라의 등으로 부드럽게 팔을 감았다.
이사벨라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것도, 다시는 누군가를 상처 입히지 않겠다는 것도 알고 있다.
“...... 돌아가고 싶지 않아.”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어깨가 떨리고 있어서, 흐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사벨라는 '아직 제국에 남고 싶다', '끝까지 함께 싸우고 싶다'라고 말해줬었다.
하지만 이미 '저주'가 풀렸다는 소식이 국내외에 전해져서, 그녀를 걱정하는 데랄트 왕국에서도 돌아오라고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와 동시에 파론 왕국에서도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 신전으로 초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실비아가 나에게 보낸 편지에는, 나를 신전에 초대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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