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티아나와 엘세 42024년 08월 25일 18시 08분 5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루피노의 집무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외길이라서, 이 방에 오는 것 외에는 다른 용무가 있을 리가 없다.
펠릭스는 이 방 앞까지 왔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갔을 것이다. 문 너머로 나와 루피노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면 그 행동도 납득이 간다.
(...... 정말,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았어)
예전에 루피노에게 포옹을 받았을 때도 펠릭스에게 들켜버린 일이 생각난다.
방금의 사실을 숨기고 싶지는 않으니 펠릭스에게 제대로 내 입으로 설명할 생각이었다.
[──엘세]
루피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엘세 리스'이지 내가 아니다.
그리고 그의 진심 어린 고백에 대한 대답을 17년이나 안 해놓은 와중에, 소중한 친구를 위해 껴안았다고 전하려고 했다.
(눈물을 흘리는 루피노를 억지로 떼어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걸)
이번에는 문 너머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화만으로 펠릭스가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도 이상하지 않다. 어쨌든 빨리 쫓아가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나는 루피노에게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저 역시 폐하께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아니, 괜찮아. 대화하면 이해해 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 펠릭스가 향했을 왕성으로 서둘러 달려갔다.
◇◇◇
펠릭스가 있는 집무실로 향하자, 그곳에는 바이런의 모습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둘만 있고 싶은데 괜찮겠어 ......?”
“예, 알겠습니다.”
숨을 헐떡이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짐작했는지, 바이런은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미안한 마음에 나는 서류 작업을 하고 있는 펠릭스에게로 향했다.
“펠릭스에게 할 말이 있어.”
“무슨 일이길래?”
그가 내게 건넨 미소는 내가 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에게서 받았던 미소와 똑같았다. 본심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아팠다.
“아까 마법의 탑에 왔었지?”
“그래. 두 사람이 뭔가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방해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돌아갔어. 난 별일 아니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변함없는 미소를 짓는 펠릭스는, 역시 대화 내용까지 듣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 상태에서도 그는 '없었던 일'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이대로는 큰 오해를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나와 루피노는 아까──”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아.”
“............!”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분명한 거절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나에게 향하지 않았던 차가운 목소리에 어깨가 살짝 움츠러들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관계가 나빠지기 전에 그 자리에서 눈빛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하려 했을 것이다. 그것이 나의 신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왠지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펠릭스에게 또다시 거절당할까 봐, 무서워)
그리고 그것은 내가 펠릭스를 향한 감정이 예전과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사람은 강해지는 동시에 약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일을 방해해서 미안했어.”
결국 나는 펠릭스와의 대면을 피하고 그대로 집무실을 떠났다. 펠릭스는 그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쫓아오지도 않았다.
(이런 건 나답지 않다)
그걸 알면서도, 방금 전의 펠릭스의 차가운 목소리는 계속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
티아나가 나가고 혼자 남은 집무실에서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책상을 내리쳤다.
그녀의 상처받아 슬퍼하는 표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 난 정말, 어리석구나.”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해서 자조 섞인 웃음까지 흘러나왔다.
방금 전 루피노 님께 말씀드릴 일이 있어 마법의 탑에 갔을 때, 집무실 문 너머로 들려온 것은 티아나의 목소리였다.
[── 나, 계속 당신의 존재에 구원을 받고 있었어]
[루피노만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나의 버팀목이었어]
[당신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티아나의 말에서는 루피노 님을 진심으로 믿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느껴졌다.
물론 그녀에게 있어서는 우정일뿐이고, 거기에 연애 감정 따위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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