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부 티아나와 엘세 32024년 08월 25일 02시 30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방금 전까지 부축해 주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분명한 포옹에 당황하고 만다.
(왜 이런담 ......)
이렇게 그에게 포옹을 받은 것은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그가 엘세의 환생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였다.
루피노가 아무 의미 없이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황후라는 입장이고, 펠릭스를 배신하는 것은 싫어서 슬그머니 루피노한테서 벗어나려고 할 때였다.
“──엘세.”
루피노의 목소리와 안아주는 팔에서 지금도 '엘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동시에 문득 과거의 대화가 뇌리에 떠올랐다.
[저요? 제가 좋아하는 건 엘세인데요]
[나도 루피노를 좋아하지만, 그게 아니라ㅡㅡ]
[아뇨, 맞아요. 저는 여성으로서 당신을 좋아하니까요]
기억이 나지 않았던, 그다음도.
[고, 고마워. 당신처럼 멋진 사람이 그렇게 말해줘서 기뻐. 하지만 아직 그런 거 잘 몰라서...... 아직이라고 할 정도로 어리지는 않지만......]
고백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고, 그 마음을 전혀 몰랐다는 것, 그리고 친구인 실비아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 때문에 당황하는 나에게 루피노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엘세가 저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어요. 그래서 돌아봐 줄 때까지 언제까지고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루피노는 내 뺨을 살며시 만지며, 꿀빛 눈동자를 가늘게 하며 말했다.
[아마 제 인생에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까요]
왜 나는 계속 잊고 있었던 것일까.
과거의 그의 고백을 모두 떠올리는 순간, 내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 미안해 ......”
“왜 당신이 사과를 하나요?”
그날, 루피노의 말에 부끄러워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나는 그의 말에 당황했고, 그는 그런 내 머리를 애정 어린 손길로 만졌다.
루피노의 모든 것에서 애정을 느껴서, 여태까지 내가 그에게서 받는 호의가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ㅡㅡ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날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계속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날은 저도 함께 숲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 때는 회복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루피노는 마음을 전한 다음 날 사랑하는 상대를 잃었고, 계속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얼마나 성실하고 다정한 사람인지도 알고 있었다.
계속 기다리겠다는 그날의 말처럼, 루피노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분명 엘세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그런 식으로 죽은 것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채,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죽은 상대를 계속 생각하는 것은 괴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눈앞에 환생한 내가 있으니 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작게 떨리는 그의 손에서도 그 갈등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 내가 지금 루피노에게 할 수 있는 일)
입술을 꽉 깨물며 쏟아지는 눈물을 참았다. 그리고 숨을 들이마신 후, 나는 루피노의 등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나 말이야, 계속 당신의 존재에 구원을 받고 있었어.”
루피노의 몸이 작게 튀어 오른다. 이 말이 '엘세'의 말이라는 것을 그도 분명 알았을 것이다.
“열여덟 살에 대성녀가 된 후, 왕족이나 귀족,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의 욕심과 악의에 많이 노출되어 괴로웠던 일도 많았어.”
원치 않는 일도 시켜서, 나는 겉으로는 강인하게 행동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일을 하려고 성녀가 된 게 아니라며 괴로움에 눈물을 흘린 날도 있었다.
믿었던 상대에게 배신당하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그래도 루피노만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어.”
주변에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몰랐을 때, 그 사람만은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 아군이라고 믿을 수 있었다. 그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불안정한 입장이었던 나를 루피노가 뒤에서 지켜주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당신이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
목소리가 떨린다. 다시 한번 말로 표현하니 루피노에 대한 추억이 넘쳐난다.
사랑에 빠진 적은 없었지만, 엘세 리스에게 루피노는 소중하고 좋아하며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였다.
“고마워, 루피노. 그 마음에 부응하지 못해서 미안해.”
눈물을 흘리며 말하자, 루피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저도 고맙습니다. 저도 엘세와 만나서 다행이었습니다.”
분명 울고 있을 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자, 안아주는 팔에 힘이 실린다.
(누구보다도 다정한 그가 부디 행복해지기를)
그 후 한동안 나는 루피노를 계속 안아주었다.
어느새 고개를 든 루피노는 어딘가 홀가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고마워요, 티아나.”
이번에는 '티아나'라고 부른 것을 보아, 그의 마음속에서 이미 끝맺음을 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래.”
“...... 당신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미소를 짓는 루피노는, 내게서 떨어진 다음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들었다.
어쨌든 예의 괴물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안녕하세요! 수고하십니다.”
문틈으로 얼굴을 내민 것은 이사벨라였는데, 이후 루피노와 다음의 저주받은 땅으로 향하는 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다음 장소인 '지하 유적지'는 두 사람이 먼저 가주기로 되어 있다.
루피노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조사를 다녀왔고, 마물의 수는 많지만 성녀의 힘으로 정화만 하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나도 가겠다고 말했지만 가끔은 이사벨라 일행에게 맡기고 쉬는 것이 좋겠다고 강력한 권유를 받았다. 저주의 근원을 뒤덮고 있는 결계에 대해서도, 마력을 저장하는 마도구에 내 마력을 담아두면 뚫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셋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나요?”
“무서운 소리 하지 마. 두 사람밖에 없었잖아.”
“어라? 아까 펠릭스 님과 마주쳤었는데, 만나지 못했나요?”
“뭐?”
무심코 던진 이사벨라의 물음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728x90'연애(판타지) > 텅 빈 성녀라며 버려졌지만, 결혼한 황제에게 총애받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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