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처음 느끼는 감정 4
    2024년 02월 26일 23시 41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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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번이나 왔던 펠릭스의 방인데, 옆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긴장된다.



     내 옆에 앉은 그를 차마 보지 못하여, 무릎 위로 깍지 낀 자신의 손가락 끝만 쳐다본다.



    (어떡하지, 방금 것은 분명 들킨 것 같은데 ...... 애초에 들킨다니 뭐를? 혹시 내가 펠릭스를 ......)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사벨라에 대해 '질투'를 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제야 깨달았다.



    "티아나."

    "네!"

    "저번에 이사벨라랑 얘기하고 나서 나를 조금 피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도 질투심 때문이었어?"



     펠릭스가 말하는 것은, 이사벨라로부터 '결혼을 약속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후일 것이다.



     이사벨라가 펠릭스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속이 답답했던 것도 모두 질투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 그, 그런 것 같아."



     펠릭스가 다른 여자에게 미소를 짓고 만지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에스코트라는 걸 알면서도 저 말고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게 싫었어. 게다가 두 사람이 결혼해서 제국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



     사실은 정말 부끄러웠지만, 펠릭스는 언제나 나에게 성실하게 대했으며 솔직한 마음을 전해주었다.



     그래서 나도 내 안에 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았다. 그러다 보니 어수선했던 감정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펠릭스 이외에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질투라는 것이 어떤 때, 어떤 상대에게 하는 것인지는 나도 아고 있었다.



     하지만 전생과 현생을 합쳐서 처음이었기 때문에, 자각하는 것이 이렇게나 늦어졌다.



     ㅡㅡ나는 펠릭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이미 펠릭스는 훌륭하고 완벽한 성인 남자다. 항상 나만을 바라보며 호의를 솔직하게 표현해 주고, 엘세도 계속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있다.



     그런 그에게 끌리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내 말에서 펠릭스에게도 그것이 전달된 것 같다.



    "...... 정말로?"

    "그래. 이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지. 그런 거, 알고 있었을 텐데."



     펠릭스는 손으로 입을 가리더니, 내게서 시선을 돌리며 무릎에 양 팔꿈치를 대었다.



     양 손바닥으로 가리지 않은 뺨과 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니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이사벨라와의 그 이야기는, 어렸을 때 엘세가 사랑했던 제국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사랑하는 우리가 결혼하는 것이 서로에게 번거로운 일을 피할 수 있어서 좋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뿐이야."

    "그, 그랬구나 ......"



     두 사람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나였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던 것이 부끄러워졌다.



     이윽고 펠릭스는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더니 나를 올려다보았다.



    "기대해도 될까?"



     두근거림과 함께 심장이 빨리 뛰고 얼굴이 뜨거워진다. 고개를 끄덕이자, 펠릭스의 얼음빛 눈동자가 흔들렸다.



     소파 위에 올려놓았던 손에 펠릭스의 커다란 손이 겹쳐졌다. 부드럽게 손을 잡히자 가슴이 더욱 두근거렸다.



    "...... 기쁘다. 정말 기뻐, 고마워."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펠릭스가 진심으로 사랑스럽다. 만져진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분명 나는 이미 '되기 시작한' 정도가 아닐지도 몰라)



     이제야 깨달은 나 자신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펠릭스에게 제대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은, 마음이 정리된 후로 조금만 더 미뤄야 할 것 같다.



     아직 풀어야 할 '저주'도 남아 있기 때문에.



    "티아나."



     달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펠릭스의 눈동자는 뜨겁게 달아올라서, 그 눈빛에서도 애정이 느껴진다.



    "나, 네가 더욱 좋아하도록 노력할게."

    "............!"

    "좋아해, 정말 좋아해."



     펠릭스의 말에 가슴이 벅차고, 슬프지도 않은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는 아직 연애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지금 이 가슴속에 퍼져나가는 감정은 '사랑'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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