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2부 처음 느끼는 감정 3
    2024년 02월 26일 23시 15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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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저주의 반동으로......?"



     저주를 거는 행위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남을 저주하면 두 개의 구멍이 생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만약 상대방이 저주를 풀어버리면 그 저주가 시전자에게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제국에 걸었던 저주만큼 강한 저주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일 거야)



     역시 실비아가 제국에 저주를 건 시전자가 틀림없다는 예상이 확신으로 바뀌었다.



     나머지 두 곳의 저주도 푼다면 실비아의 몸은 확실하게 무사할 리 없다. 동시에 내 마력도 모두 돌아왔다면 실비아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실비아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 우리도 생각 중인데, 잘 모르겠어."



     모국을 저주하고 파론 왕국으로 간 이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엘세가 죽기 직전까지 실비아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으며, 사후에도 변함없는 모습이었다고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펠릭스는 '엘세를 떠올리는 것이 힘들어서 혈육이 있는 왕국으로 간다'라는 말도 들었다고 하는데, 아마 거짓말일 것이다.



     결국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그 후 이사벨라와 잡담을 나누었고, 마지막에는 그녀가 웃어주어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펠릭스를 만나러 가는 길에 겸사겸사 방으로 돌아간다는 그녀를 바래다 주기로 했다.



     복도로 걸어가던 이사벨라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와서 내 드레스의 옷자락을 잡았다.



    "티아나 님."

    "왜?"

    "혹시 저를 싫어하세요 ......?"



     그녀의 젖은 눈빛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내가 이성이었다면 미워하기는커녕 사랑에 빠졌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만큼 지금의 이사벨라는 아름답다.



    "아니, 오히려 좋아졌어."

    "티아나 님 ......!"



     이사벨라에게 꼭 껴안겨서 착하지 착해라며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티아나?"



     복도 건너편에서 펠릭스가 나와 이사벨라를 보고 눈을 깜빡이고 있다.



     안 좋은 사이였는데 갑자기 이렇게 서로를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당황하는 것도 당연하다.



    "...... 무사히 대화했구나."



     하지만 안도하는 표정에서 우리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사벨라는 내게서 멀어지면서 펠릭스에게 고개를 숙였다.



    "펠릭스 님도 죄송해요, 저한테 신경 많이 쓰셨죠?"

    "티아나가 용서했다면 나는 상관없어.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지만."



     분명하게 말하는 펠릭스를 바라보며, 이제 괜찮다며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벨라는 그런 우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두 분을 방해하지 않을 테고, 물론 저는 펠릭스 님께도 아무 생각도 없으니 안심해 주세요."

    "안심이라니, 무슨 뜻이니?"

    "제가 펠릭스 님께 다가갈 때마다 불안한 표정을 짓고 계셨잖아요."

    "뭐?"

    "질투하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는 자각은 없었지만, 이사벨라가 농담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모습을 몇 번이고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언짢은 감정이 퍼져나갔던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이사벨라가 말하는 '불안', '질투'였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서서히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을 때, 시야의 가장자리에서 펠릭스가 입을 가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도 역시 당황하는 것을 알자 더욱 부끄러워졌다.



    "그럼 실례할게요, 저녁도 같이 먹어요."

    "자, 잠깐만......"



     무심코 손을 내밀었지만 살짝 피하며, 폭탄을 떨어뜨린 당사자는 우리를 두고 미소 지으며 떠났다.



     그녀에게는 계약결혼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



     이 자리에 남겨진 나와 펠릭스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티아나."

    "네."

    "잠깐 둘이서 얘기 좀 해도 될까?"



     우격다짐인 분위기의 펠릭스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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