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onusTrack 420화 새치기의 새치기(2)
    2024년 07월 15일 16시 09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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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내는 나를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버질. 한편 셰리는 춘화를 한 장 한 장 꼼꼼히 확인했다.



    "확실히 이것은 역사적인 보물인 것 같군요."

    "뭐?"

    [납봉 누리누리. 귀유 호쿠호쿠사이. 고쓰 유타로. 사인은 없지만, 터치나 화풍으로 미루어 보아 모두 쟈파존국 역사에 이름을 남긴 저명한 화가들의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뭐야? 초 유명 화가들이 몰래 에로 그림을 그렸다는 뜻?"

    [아니면 요시코 무라소가 거금을 주고 그림을 그리게 한 거겠지요. 생계를 위해 후원자가 요구하는 대로 다른 이름으로 마지못해 원치 않는 그림을 그리는 것은 화가들에게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니까요]

    "그럼 이 춘화는 쟈파존의 미술사를 뒤흔드는 역사적 대발견이라는 뜻입니까요?"

    [예, 그렇습니다. 발견하지 않는 것이 고인의 명예를 위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왠지 모르게 피곤해졌다. 숨을 헐떡이며 분노에 휩싸여 있던 나는 냉정을 되찾았다. 말하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들이 유상 의뢰를 받고 야한 동인 에로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과 같다. 모른 척하는 것이 무사의 자비라는 것이겠지.



    "버질, 필요해?"

    "아닙니다요, 저는 춘화를 즐길 만큼 고상하지 않은지라. 카가치히코 선생님께 선물로 드리면 어떨까요?"

    "흐음. 받을 수 있다면 고맙게 받겠습니다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셰리에게 스캔을 부탁했지만, 동굴 안에는 다른 숨겨진 방도, 숨겨진 통로도 없었다. 오동나무 상자가 놓여 있던 받침대에도 아무런 장치가 없다. 정말로 죽은 오타쿠의 하드디스크 같은 보물이 잠들어 있었다는 건가? 수수께끼 풀이와 보물 찾기는 즐거웠지만, 역시 이런 결말은 좀 봐주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웃으면서 춘화를 받아주셨기 때문에, 비장의 보물은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보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호코타테 마을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모르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르겠다. 차라리 대놓고 털어놓는 것도 좋겠지만, 그건 사실상 화풀이니깐.



    "응?"



     사냥꾼들이 다시 오기 전에 얼른 치워버리자며 우리가 오동나무 상자를 들고 떠나려던 그 순간이었다. 회수한 오동나무 상자 아래에 종이 한 장이 깔려 있었다.



    [진실의 보물이란. 지금까지 함께 보물 찾기를 해준 동료를 가리키는 것! 나도 나를 위해 최고의 춘화를 완성해 준 동지들에게 감사한다! 소중한 우정에 건배!]



    "시 끄 러 워!"

    "자자, 도련님. 욕망에 눈이 멀어 배신하지 않는 친구란 소중한 존재입니다요."

    "맞스므니다. 재물과 돈은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므니다."

    [그건 도련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실 터]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세 명의 보호자가 웃으며 달래었고, 나는 볼이 부풀어 올랐다. 정말, 마지막까지 사람 놀려먹는 할아버지였구나.







    "그런 일이 있어서요."

    "아하하하하! 그거 참 힘들었겠네!"



     이글 아빠에게 칼을 돌려주며 사정을 설명했더니, 아빠는 웃어야 할지 나를 위로해야 할지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건가아, 아저씨도 남자라는 뜻인가? 혹시 아버지 서재에도 비장의 야한 책이 있는 건 아닐까?



    "어쨌든 도둑맞은 칼을 되찾아줘서 고맙구나, 호크. 이 칼은 소중히 두 자루 함께 장식해 놓을게."

    "그렇게 해 주세요. 부디 악용하지 않게요."

    "그럴 리가 없지. 그건 그렇고 설마 검이 열쇠가 될 줄이야. 보석이 실은 봉인을 풀기 위한 열쇠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는데, 그러한 장치라는 게 참 재미있네."

    "아버지도 만들자고 하지는 마세요?"

    "아빠가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호크의 기념품을 소중히 보관하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나중에 이글 골드의 숨겨진 재산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찾아 헤맨 끝에 나온 것이 호크의 기념품이라면 아마 욕을 먹을 것 같은데요."

    "괜찮아! 망가뜨리려고 하면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죽음의 저주를 걸 테니까!"

    "그냥 마음대로 해요."



     일단 칼은 되찾을 수 있었고 보물도 얻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기뻐하셨고, 버질도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셰리도 즐거워 보였고, 나도 여름 산행을 즐길 수 있었으니,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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