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기지 않아! 왜 이렇게 되었지!? 역시 시에스티나라서?)
레아의 기억에 따르면, 원래 세레디아의 앞에 나타난 로드피아 제국의 유학생은 제2황자 슈레딘이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온 것은 제2황녀 시에스티나였다.
(슈레딘 대신 시에스티나가 왔기 때문에 그녀가 대리인인 줄 알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아예 공략할 수 없는 걸까...... 이젠 싫어, 지쳤어.......)
세레디아의 입에서 포기하는 한숨이 흘러나온다.
여름 무도회 때부터 지금까지 레아와의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 덧없는 미소녀 연기를 계속해 왔지만, 지금까지 전혀 성과가 없었다. 무심코 지켜주고 싶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부와 실행위원 일도 열심히 해왔지만, 성취감을 얻지 못하는 나날에 세레디아는 약간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 난 이렇게 못난 아이였었나?)
떠오르는 것은, 레아를 처음 만났을 때의 자신, 즉 제8성배 실험기 틴다로스.
(그때의 나는 더 오만하고 거만하고, 위엄이 넘쳤을 텐데... ......)
여름 무도회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고, 보낸 마물도 쓰러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편입생이 세 명이나 있었음에도 역시 눈에 띄지 않았고, 벼락시험의 성적은 형편없었다. 중간고사에서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학교무도제에서 실행위원이 되었지만 시에스티나와는 친해질 수 없는 나날.
주변 상황으로 인해 공략 대상을 시에스티나로 한정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모양이다. 그녀가 자신에게 휘둘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실행위원이 되어도 같은 반 친구로만 봐주고 있다.
(그야, 학교 생활은 이제 막 시작한 참이지만 ...... 이럴 리가 없었을 텐데.......)
바나르간드에 대항해 마왕을 자처한 몸으로서는 너무도 초라한 실정이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시에스티나는 정말로 공략의 대상일까.
우연히 유학생으로 왕국에 왔지만, 레아의 기억대로 진짜 공략 대상은 슈레딘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세레디아는 누구를 공략하면 좋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동급생인 왕세자 크리스토퍼 폰 테오라스.
(하지만 ......)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것은 안네마리 빅티리움 후작영애다. 그 둘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은 지금의 세레디아한테 매우 어려운 일이다.
(분하지만, 인간 사회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내 말솜씨로 크리스토퍼를 함락시키는 것은 힘들어. 마력으로 지배한다 해도 빈틈없는 인간을 조종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너무 부담이 커서 잘 될 것 같지 않아)
그 외에도 맥스웰, 렉트, 뷰크 등이 있지만, 이 세 사람은 시에스티나보다 접점이 적고 공략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뷰크는 소재조차 불분명하다.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 왜 이렇게 되었지!?)
좀 더 쉽게 레아와의 계약을 이행하고 이 몸을 손에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아직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잘 안 굴러가는 현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에잇!"
세레디아는 복도에 굴러다니는 자갈을 힘껏 걷어차버렸다. 싫은 일이 있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는 행동이 아닐까.
하지만 세레디아는 운이 나빴다.
"아얏!"
발로 걷어찬 돌멩이가 복도 기둥에 부딪히고서, 마치 빨려 들어가듯 셀레디아의 이마로 튕겨져 들어왔다. 너무 아파서 세레디아는 몸을 웅크리고 말았다.
자갈이 작았기에 이마가 살짝 붉어지는 정도에 그쳤지만, 조금 더 큰 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튕겨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불행 중 다행 중의 불행 중의...... 요컨대, 오늘 세레디아는 운이 나빴던 것이다.
"이익!!"
역시 이것에는 세레디아도 목소리를 참지 못한 모양이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주운 돌멩이에 마력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지금 그녀의 정신 상태에 영향을 받았는지, 끈적끈적한 음의 마력이 돌멩이를 감쌌다.
"이젠 봐주지 않을 테니까! 받아라!"
세레디아는 기둥을 향해 자갈을 던졌다. 방금 전에 튕겨져 돌아온 것이 너무 억울했던 모양이다. 마력을 담아 강화한 자갈이라면 기둥에 박힐 거라고 생각했지만 .......
"나에게 자갈을 튕겨낸 것을 후회하도록 해. 아하하하하하ㅡㅡ에엥!?"
그때, 자갈은 세레디아가 예상치 못한 움직임을 보였다. 자갈이 기둥에 부딪히는 순간, 쑥 들어가나 싶더니 힘차게 튕겨져 나온 것이다.
"왜야! 왜! 어!?"
다행히 자갈이 튕겨져 나간 곳은 천장이었다. 하지만 천장에 부딪힌 자갈은 다시 한 순간 움푹한 곳에 들어갔다가 이번에는 땅을 향해 튀어나왔다.
"꺄악!"
그 후 땅, 기둥, 천장으로 이어지는 도탄의 폭풍. 무슨 우연인지, 기둥에 부딪히지 않았다면 그대로 밖으로 날아갔을 자갈은 매번 깔끔하게 장애물에 부딪히며 복도를 종횡무진 날아다녔다.
"이게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세레디아는 복도에서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