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화 세계의 강제력(2)
    2024년 06월 22일 03시 02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시에스티나 공략에 실패했을 때의 보험으로 딱 좋다. 역시 안에 있는 사람이 틴다로스이기 때문일까. 이를 계기로 크리스토퍼와 사랑에 빠진 소녀로는 될 수 없는 세레디아였다.



    "아야야."



    "아프세요?"



    "아니, 조금은."



     크리스토퍼는 미소를 지으며 통증을 감추었다.

     아까부터 이상하게 상처 주변이 쑤시는 듯이 아팠다.



    (뭐, 종이 가장자리로 손가락 끝을 살짝 베이는 것만으로도 꽤 아프니까. 어쩔 수 없지, 의무실에 갈 때까지는 참자).



     크리스토퍼는 낙관적으로 생각했다.













     설마, 자갈에 붙어 있던 끈적끈적한 마력이 크리스토퍼의 오른손에 달라붙을 줄이야, 설마 그 마력이 상처를 통해 크리스토퍼의 몸속으로 파고들려고 할 줄이야.



     크리스토퍼는 말할 것도 없고, 마력을 만들어 낸 세레디아조차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덜컹거리는 기내에서, 옆의 소꿉친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자신도 비명을 지르며, 그럼에도 소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소꿉친구를 보호하려 한다.



    "괜찮아, 분명 괜찮을 거야!"



     하지만 그의 희망도 허망하게도, 그들의 생각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ㅡㅡ핫!"



     크리스토퍼는 눈을 떴다. 끔찍한 꿈을 꾼 탓인지 호흡이 거칠다. 온몸이 땀범벅이다. 침대에서 천천히 일어나자, 창밖의 풍경은 여전히 어두컴컴하다.



    "...... 오랜만에 나쁜 꿈을 꾸었어. 아얏."



     땀에 젖은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이 불편해 떼어내려 하자, 손바닥에 난 상처가 너무 아팠다.



    "아프네, 이거. 전치 며칠이나 될까. 차라리 왼손으로 잡았어야 했는데....... ...... 좀 더 자야지."



     지금 당장 목욕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크리스토퍼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가만히 있자니 다시 의식이 희미해지면서, 그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손바닥의 상처를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빨리 나으려는지 상처가 많이 아물어 있었다. 크리스토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면 이번 주 안에 완치될 것 같아."



     크리스토퍼는 왼손으로 가방을 들고 등교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세레디아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가 달려왔다.



    "안녕하세요, 크리스토퍼 님. 그 이후로 오른손은 어떻게 되었나요?"



    "좋은 아침, 세레디아 양. 생각보다 빨리 낫는 것 같으니 괜찮아."



    "다행이네요."



    "어머, 크리스토퍼 님, 다치셨어요?"



     세레디아와의 대화에, 익숙한 소꿉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네마리다. 나중에 다친 것에 대해 설교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돌아보는 순간........



    (뭐, 뭐야, ......?)



     ㅡㅡ크리스토퍼에게 소름이 돋았다.



     안네마리를 보는 순간, 여태껏 느껴본 적 없는 혐오감에 휩싸였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고, 관여하고 싶지 않고, 상대하고 싶지 않은 ...... 그런 감정이 어디서 흘러나왔는지, 그런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를 보호하다가 크리스토퍼 님께서 오른손을 다쳤어요"



    "오른손을?"



     대화의 흐름에서, 안네마리는 크리스토퍼의 오른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ㅡㅡ.



    "ㅡㅡ"



     그 손은 크리스토퍼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어?"



     허를 찔린 듯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안네마리. 직후, 크리스토퍼도 자신의 행동에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뜬다. 그리고 어색한 듯 눈을 돌렸다.



    "...... 미안. 방금 오른손이 아파서 그만."



    "네? 아, 아아, 그랬었나요. 죄송해요, 크리스토퍼 님."



    "그, 그래. 손은 괜찮아. 하룻밤 사이에 많이 좋아졌으니 걱정하지 마."



     크리스토퍼는 그렇게 말하고서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죄송합니다, 안네마리 님. 제가 전하를 다치게 해서요."



    "신경 쓰지 마세요, 세레디아 님. 아무 문제없답니다."



     안네마리는 세레디아를 걱정하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까는 상처가 아팠다기보다는 내 손을 거부하는 느낌이었어 ...... 설마...)



     안네마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크리스토퍼의 흑화 이벤트였다.



    (원인은 모르겠지만, 세상의 강제력은 역시 존재한다는 뜻이려나)



     나중에 크리스토퍼에게 확인해 봐야겠다.

     안네마리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 날부터 크리스토퍼가 안네마리를 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