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화 꿈속의 꿈(2)
    2024년 06월 21일 10시 46분 3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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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는 10대 초반 정도일까. 중학생 정도로 보인다. 늑대의 몸에 가려 옷차림까지는 잘 보이지 않지만, 얼굴은 일본인을 닮은 것 같다.



    (여기는 꿈의 세계인데, 저건 누구일까? 늑대의 지인?)



     이때, 늑대를 주시하는 멜로디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법사의 알'에 들어간 이후 계속 알과 동조하고 있어야 할 마이카의 기억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존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눈앞의 소녀야말로 마이카와 동조하여 얻은 기억과 감정의 결정체ㅡㅡ쿠리타 마이카의 모습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멜로디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멜로디는 늑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지만, 그 발걸음은 도중에 멈춰버렸다.



    "꺄악! 이게 뭐야? ...... 벽?"



     하얀 늑대까지 거의 다 왔을 때, 멜로디 앞에 희미하게 하얀빛을 발하는 벌집 모양의 벽이 나타났다. 마치 더 이상 통과하지 못하게 하는 장벽, 혹은 컴퓨터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보호막처럼 보였다.



    "더 이상 진행이 안 돼. 어떡하지?"



     마법으로 공격하면 파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벽에 닿은 손에 마력을 흘려보내는 순간이었다. 벌집 모양의 벽을 통해 멜로디에게 알에 대한 정보가 흘러들어온 것이다.



    "이건!?"



     프로그램이 다운로드되는 것처럼, 멜로디의 뇌 속에 정보가 새겨졌다.



     이에 따르면, 역시 '마법사의 알'의 고장의 원인은 하얀 늑대에게 있는 것 같다. 루틀버그령에서 알에 흡수된 하얀 늑대가 알과 융합되어 버린 것이다.



     무리하게 제거하려고 하면 '마법사의 알' 자체가 망가질 수 있고, 이미 분리할 수 없는 상태까지 융합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흰 늑대를 받아들임으로써 '마법사의 알'은 멜로디의 예상보다 훨씬 더 성능이 향상된 것 같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알과 늑대 사이에는 높은 호환성과 친화력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만큼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동조가 필요했기 때문에, 마이카가 착용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파트너가 생기지 않는 사태가 벌어진 모양이다.



     그 정도 정보를 얻은 단계에서, 멜로디의 손은 벌집무늬 벽에서 멀어졌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그런지 조금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고, 안심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다행이다. 일단은 마이카에게 위험은 없을 것 같네."



     이상하게도 이 정보에 거짓이 없음을 믿을 수 있었다.



    (네가 알려준 거니?)



     벽 너머에서 소녀와 함께 잠든 늑대를 바라본다. 할 수만 있다면 벽 너머로 가고 싶지만, 방금 전의 정보로 미루어 보아 이 벽은 파괴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이 벽의 기능 자체가 '마법사의 알'의 방어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어서, 이를 부수면 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이 벽은 늑대를 보호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늑대가 지금도 여전히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 그대로인 것은 이 벽에 의해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야. 벽이 없어지면 분명 늑대의 자아는 사라지고 마이카의 파트너로 다시 태어나겠지)



     그것을 알기에 멜로디는 벽을 파괴할 수 없었다.



    (세상에 '돌아가려고' 했던 네가 이런 짓을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할 수만 있다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엥?)



     '쩌적'하고 집 벽에 큰 균열이 생긴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어두운 공간에 하얀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여기저기서 균열이 생기고, 마치 구름 사이사이로 여러 줄기의 빛이 멜로디 주변으로 쏟아져 내린다.



    "이거, 혹시 '접속'이 끊어지려 하고 있어?"



     즉, 마법의 시간이 다 되었다는 뜻이다.



     꿈이 끝나고 깨어날 조짐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멜로디 자신이 깨어나려고 하기 때문에 꿈의 세계에 종말이 온 것이다.



     하늘뿐만 아니라 뒤에서도 균열 소리가 들리자, 멜로디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 커다란 균열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그물망처럼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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