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화 멜로디와 셀레나의 이상한 꿈
    2024년 06월 21일 13시 47분 2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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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여기에 머무를 수 없을 것 같다. 다음 기회에 다시 이야기할 수 없을까 시도해 보고서, 지친 듯 탄식하고 있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이 땅에서 틴다로스의 냄새가 난다. 조심해]



    "어?"



    [그리고 바라건대, 성녀께서 불쌍한 저 아이를 구해주시길]



     하늘에 커다란 균열이 생기고, 하얀빛이 늑대를 삼켰다. 그리고 멜로디의 머리 위에도 균열이 생기며 그녀의 시야는 순백의 빛으로 가득 찼다.



     그 눈부심에 멜로디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꺼풀 안쪽의 눈부신 빛이 가라앉자 멜로디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그곳은 하얀 공간도 검은 공간도 아닌 곳이었다. 루틀버그 백작 저택에 있는 멜로디의 방이었다.



     오른손이 떨린다. 손가락을 펼치자, '마법사의 알'이 떨고 있었다.

     아무래도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 같다. 아마 '몽환접속'을 사용했을 때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것이 틀림없다.



     이윽고 알의 진동이 멈추자, 멜로디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오른손에 있는 [마법사의 알]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잠시 후 시선은 창문을 향했다.



    "아앗! 벌써 해가 뜰 것 같아! 늦잠을 잤어!"



     ㅡㅡ기상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음, 세수하고 머리 손질하고 ......,어제 목욕을 안 했잖아! 그럴 시간 없잖아!?"



     어젯밤에는 취침 준비를 하지 않고 메이드복 차림으로 잠들었기 때문에 목욕도 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출근인데 더러운 몸으로 메이드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으으, 어쩔 수 없지. 긴급한 상황인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말고 청결하게 [라반에마젠자]!"



     빛의 거품이 멜로디의 온몸을 감싸더니, 이내 공기 중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메이드복은 갓 세탁한 듯 깔끔하게 주름까지 제거되었고, 멜로디의 피부와 머리카락은 목욕을 마친 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마법의 힘으로 멜로디는 이 순간 모든 더러움에서 해방된 것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멜로디 선배님"



    "...... 안녕."



     주방으로 가니, 마이카와 류크의 모습이 보였다.



    "멜로디 선배, 평소보다 늦었네요."



    "미안해. '마법사의 알'을 조사하다가 늦잠을 잤거든."



    "뭔가 알아냈어요?"



    "일단 알이 부화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알았어."



    "엥~ 아직도 멀었나요? 위험하지는 않죠?"



    "아마 괜찮을 거야. 하지만 계속 맡아도 돼? 좀 더 알아보고 싶어서."



    "괜찮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래, 맡겨줘."



    (오늘 밤에도 '몽환접속'으로 알 속에 들어가서 아까 한 말의 의미를 확인해야겠어. 그건 오늘밤에 하기로 하고, 어쨌든 일을 해야지...... 어라?)



    "마이카, 셀레나는? 벌써 청소하러 갔어?"



    "아직 못 봤어요. 셀레나 선배도 늦잠을 자는 것 같네요. 드문 일이에요."



    "셀레나가 늦잠을? ...... 잠깐 깨우고 올 테니 먼저 작업을 진행해 줄래?"



     마이카의 승낙을 얻은 멜로디는 셀레나의 방으로 향했다.











    ◆◆◆





    (아파, 괴로워!)



     그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 경험한 그 어떤 부상이나 질병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셀레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제 조금만 더, 자, 힘내!"



     참지 못하고 계속 소리를 지르던 어느 순간, 오랜 고통이 끝이 났다.



    "응애응애!"



    "수고했어. 귀여운 여자아이야."



    (끝났어, 드디어 ...... 아아, 이 아이가, 나의 ...... 우리의 ......)



     의식이 흐릿한 가운데, 고통에서 벗어난 셀레나는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여 있었다. 늘 곁에서 격려해 주던 노파가 마치 손녀를 보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하얀 천에 싸인 작은 생명을 안아주고 있다.

     이미 울음을 그치고 푹 잠든 아기를 안고, 노파는 셀레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목숨을 걸고 노력한 보람이 있었구나. 자, 안아 보렴."



     노파의 권유에 따라, 어떻게든 침대에서 일어난 셀레나는 잠든 아기를 부드럽게 안았다. 주름진 갓난아기의 얼굴은 아직 아버지를 닮았는지 어머니를 닮았는지 분간할 수 없지만, 아기의 머리에 난 머리카락은 은빛이다.



    "후후, 아빠를 닮았네."



    "괜찮았어!? 오, 정말 귀여운 아이다!"



    "시끄러워요, 휴버트 님! 조용히 하세요!"



    "아, 미, 미안."



     셀레나가 귀여운 아기를 바라보고 있을 때, 노크도 하지 않고 휴버트가 방으로 들어왔다. 노파가 꾸짖자 휴버트는 덩치 큰 몸을 억지로 움츠리며 사과했다.



    "휴버트 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아니, 모녀가 모두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정말 귀여운 아이네."



    "후후후, 하지만 아버지를 닮은 것 같네요."



    "그렇지 않아. 분명 너를 빼닮았어. 그래서 이름은 어떻게 할래? 계속 고민하고 있었지?"



     휴버트는 귀여운 아기의 뺨을 커다란 손가락으로 가볍게 톡톡 건드리며 물었다. 그 광경이 흐뭇하게 느껴지는 한편, 이 아이의 아버지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셀레나의 가슴에 스며든다.



     셀레나는 살짝 느껴지는 외로움을 감추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이름은 이미 정했어요."



    "뭐로 할 건데?"



     휴버트의 질문에, 셀레나는 자랑스럽게 입을 열며 "세레스티"라고 대답했다.











    "셀레나, 깨어 있어?"



     멜로디의 목소리에, 셀레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침대에서 일어나자, 양손에 아무런 무게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꿈?"



     잠시 어리둥절해하는 셀레나. 그것은 꿈이었을까.  그때 느꼈던 행복감이 단지 꿈이었다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셀레나, 아직 자고 있어?"



    "아, 죄송해요, 언니. 바로 준비할게요."



    "다행이다, 일어났구나. 그럼 준비가 되면 부탁할게. 나는 먼저 주방으로 갈 테니까."



    "네."



     문 너머로 멜로디와 대화를 마친 셀레나는 서둘러 준비를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이상한 꿈을 꿨네)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으면서, 셀레나는 약간 볼을 붉히며 늦잠을 잔 것을 반성하고 있었다.



    (내가 언니를 출산하는 꿈을 꾸다니, 어떤 심리가 작용한 결과일까? 수수께끼야)



     셀레나는 멜로디의 본명이 세레스티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있어서는 친어머니나 다름없는 그녀를 셀레나가 낳는 꿈을 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게다가 휴버트 님까지 등장해서 ...... 어제의 일이 생각보다 충격이 컸던 걸까?)



     셀레나는 다시 얼굴을 붉혔다. 떠오르는 것은 처음 만났을 때 휴버트에게 받았던 뜨거운 포옹이다. 그 가슴의 열기와 촉감을 떠올리자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개진다.



    (분명 휴버트 님이 그 세레나 님으로 착각해서 그런 꿈을 꾸게 된 거겠지. 언니도 참, 저를 너무 정교하게 만들었네요).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처럼 생각하면서, 셀레나는 준비를 마치고 자신의 방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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