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장 284화 코몰리의 처형자(2)
    2024년 06월 17일 10시 51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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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로 붙잡혀서 단칼에 심판받으면 돼요. 지금까지의 몫도. 다만 내 이름을 거론해도 소용없다는 것만 말해두겠습니다. 극형이나,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귀여움을 받으면 되는 거죠."



     지나갈 때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들에게서 받은, 일상적인 폭력과 욕설. 어렸을 때부터 혹사당해 부모와 자식 모두 쓰러진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괴롭힘으로 인해 죽을 뻔한 적도 있다.



     동정심은, 역시 없었다.



     기사단에 합류하여, 귀족파와 적병의 구속. 그리고 감옥 마차로의 이송을 지휘하기 위해 향한다.



     이대로라면 일을 무사히 마칠 것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는.



    "............"



     하지만 인간의 심리를 잘 모르는 신조는 이상해서 견딜 수 없었다. 릴리아의 생각이 전혀 읽히지 않는다.



     왜 자신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하게 하지 않는 것일까?



     그러면 즉시 어머니의 안부를 알 수 있을 텐데도. 행방도, 과거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금방 알 수 있다. 릴리아가 원하는 답은 바로 머리 위에 있다.



    "ㅡㅡㅡㅡ"



     털북숭이의 목을 돌린 신조는, 기지를 발휘해 곧바로 마안을 사용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을 장악하고 본인의 자아를 봉인한다. 뇌를 지배해 기억을 탐색하게 하고, 인간이 알고 있는 정보를 입 밖으로 내뱉게 했다.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ㅡㅡ릴리아의 어머니는, 이미 죽었다."



     강요된 자백. 코몰리의 담담한 대사는, 릴리아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자작의 부탁을 받고 릴리아를 보내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그 말을 들은 그 여자는 나에게 집요하게 추궁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기세로, 격렬하게 고함을 질러댔다."



     진실이 밝혀진다. 어머니에게 일어난 진실을, 당사자인 코몰리가 들려준다.



    "절대 용서하지 않아, 당신의 아이인데 어째서, 꼭 그래야 한다면 릴리아를 데리고 도망치겠다 ......"



     그날 윽박질렀던 여자의 말이, 코몰리에게 강하게 남아있었던 것 같다.



    "...... 머리에 피가 솟구친 나는, 당시 문제가 되었던 산적단이 사는 아지트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어머니의 최후는 상상을 금하는 것이어서, 코몰리에 의해 잔혹한 처사를 당한 것이다.



    "그곳으로 이미 릴리아를 보냈다고 말해 주었다."



     등을 보이며, 조용히 코몰리의 말을 받아들인다. 잔인한 진실을, 받아들인다.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바로 나가버렸다. 혼자서 집안의 말을 타고 사라졌다. 그 후 어떤 용무로 나갔던 릴리아는 돌아왔고, 여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무정한 선고가 내려진다.



    "다음 날, 기사단에 의해 섬멸된 산적의 아지트에서 무참히 살해된 여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가는 길에 기사와 병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하고 혼자서 갔을 것이다."

    "............

    "이 눈으로, 직접 확인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잔혹한 짓을 당하고 죽임을 당했을 것이다. 산적들에 의해, 코몰리에 의해.



     아무것도 몰랐던 그날의 전말을, 릴리아는 알게 되었다.



    "............ 하아."



     황당하다는 한숨만 내뱉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은 여전하네요 ......"



     아무래도 릴리아도 짐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하려는 듯, 코모리에 대한 관심도 완전히 잃어버린 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



     신조는 하품을 하고서, 무심코 털을 다듬기 시작했다. 인간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릴리아가 무관심하다면 가치조차 없다.



    "............?"



     하지만 ...... 신조는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

    "............"



     문득 아래를 내려다보자, 말없이 ...... 폭포처럼 눈물을 흘리는 릴리아가 있었다. 참을 수 없는 슬픔에 얼굴을 찡그리며, 흘러내리는 눈물로 조용히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릴리아는 어머니가 살아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제발 살아계셨으면 좋겠다며, 한 가닥 희망을 보고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그것이 예상치 못한 때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좌절되고 만다. 비열한 거짓말을 들키고 만다.



    "............"



      고개를 숙인 신조는, 릴리아의 심정을 비로소 짐작했다.



     카게하에게 부탁하려 했던 것은, 비록 찾을 수 없었을 때에도 마지막 희망은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행방도 안부도 모른다면, 아직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신조는 자신이 쓸데없는 짓을 하여 릴리아를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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