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장 283화 어머니의 과거(2)
    2024년 06월 17일 09시 08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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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릴리아는 정을 보일 겨를도 없이 항복을 강요했다.



    "......알겠다. 심문을 기대하는 거겠지 ......?"

    "이 비겁한 년! 부끄러운 줄 알아라, 이 배은망덕한 년아!"



     증오에 찬 아버지 코몰리의 말에 이어, 큰아들 배트도 여동생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다.



     증오에 찬 시선이 모인다. 하지만 릴리아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굳은 표정의 코몰리에게 냉정하게 대답했다.



    "...... 당신이 숨길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어요. 흑기사 님께 부탁을 드려야겠지만, 제 친구라면 며칠 안에 찾을 수 있어요."

    "불가능해! 그런 범위에는 없어!"

    "살아 있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말이지요. 친구라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미 마음은 정해져 있다. 릴리아는 코몰리에게 더 이상의 유예를 조금도 줄 생각이 없었다.



     나약한 마음은 얕보이기 마련이다. 약점을 보이면 이용당한다. 그렇게 이용당하고, 잡일꾼으로 닳고 닳은 끝에 버림받은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눈앞의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설령 어머니가 개입하더라도,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태도를 견지하자.



    "당신은 속된 말로 쓰레기죠. 당신을 믿을 만큼 저는 어리석지 않아요."

    "...... 쓰레기인가, 그럼 알려주마."

    "무엇을요 ......?"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말이다. 내가 쓰레기라면, 그 여자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코몰리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릴리아는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지금 느껴지는 것은 여태까지 보여줬던 거만하고 교만한 코모리의 모습과는 달랐다. 오히려 상처로 인해 나약해졌고, 이는 곧 격렬한 짜증으로 바뀌었다.



    "배신한 것은, 그 여자다......"

    "............ 무슨 말인가요?"



     연극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코몰리가 이를 악물며 어머니를 증오하고 있었다.



     내뱉은 것은, '배신'이라는 듣기 싫은 말이었다. 밝고 온화한 어머니와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여보, 이제 그만해!"

    "누가 먼저 접근했다고 생각하나?"

    "그만두라니깐!"

    "나 아니면 그 녀석밖에 없겠지. 어느 쪽일 것 같나?"



     아내가 붙잡고 말려도, 코몰리의 질문은 멈추지 않는다.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딸에게 묻는다.



    "여보!!!"

    "닥쳐어어어어어어어!"

    " ......!?"



     처음 보는 코몰리의 감정을 드러낸 분노의 모습. 그리고 처음 듣는 히스테릭한 분노의 목소리였다. 아내도, 아들도, 딸도, 부하도, 코모리가 감정에 맡겨 소리 지르는 모습 따위는 본 적이 없었다.



    "대답을 안 하겠다면 알려주마! 가까이 다가온 것은 그 녀석이었다! 내 돈을 노리고 말이야!"

    "...... 그럴 리가 없어요. 어머니는 돈에 집착하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분노 그 자체가 된 코몰리를 보고, 릴리아는 보나 마나 도망치기 위한 연기일 뿐이라며 냉정한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코몰리는 격앙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그 여자의 얼굴이 남아 있는 릴리아에게 화를 낸다. 손가락을 들이대며, 궁지에 몰린 현재 상황도 있어서 감정 그대로 이야기하였다.



    "그 녀석은 그렇지! 하지만 녀석은 다른 남자에게 돈을 바치기 위해 나에게 접근하였던 거다! 그 창녀는 내가 준 보석과 선물을 다른 남자에게 선물로 바치고 있었어!!"

    "............"



     어머니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을 사실에 가깝게 설명해 주는 모습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물론 코몰리의 발언이 전부 진실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의 평소 언행을 생각한다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납득이 간다.



    "그런데도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네년이 진짜 딸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고용한들! 뭐가 문제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한 거 아니냐!"

    "저는 정말 싫어서 견딜 수 없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당신의 자식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흥! 사귀었던 3년 동안이나 나를 속였던 여자라고!? 나뿐만이 아니라, 그 남자의 자식이 아닐지도 몰라!"



     시작은 순애였던 것 같은 말투였다. 사랑은 뒤집혀, 강한 증오로 변했다.



     릴리아로서는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지만, 코몰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다.



    "크흑 ............!"



     떠올리기 싫은 지, 부인이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마치 굴욕이나 수치심을 견디기라도 하듯, 피가 날 정도로 심하게. 약혼녀였던 부인은 어머니와 코몰리가 서로 연애하던 시절을 알고 있던 것일까.



     설마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떠오르기에 충분한 반응이었다.



    "사랑했었다고 말하는 건가요? 당신이? 어머니를?"

    "............"



     거친 숨소리를 반복하다가,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코몰리는 호흡을 가다듬은 후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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