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에까지 탈이 난다라는 말이 있지. 알고 있냐?"
[알고 있습니다. 지식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알겠지? 저주는 피를 통해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너는,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손을 대면 안 되는 상대를 죽여 버린 거다."
순진무구한 소년처럼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덧니를 드러내며 웃는다. 왼쪽 얼굴을 뒤덮은 아우라는 짐승의 털처럼 휘날리고, 그 눈은 사람의 것이 아닌 것 같지만 .......
"자~ 이제 보복을 시작하자. 노로이의 시간이다."
피를 통해 오스왈드의 그릇을 빼앗은 노로이. 들끓는 그 힘은 아직 10분의 1일까. 평범한 산술로 내린 결론을 염두에 두고, '야수'로서의 숙명을 다하기 위해 천사를 저주한다.
"<2의 저주>"
갑작스러운 이변이었다. 마파엘의 오른팔이 팔꿈치 위쪽에서 잘려 날아갔다. 노로이의 주변이 은은하게 흐트러지며 크게 흔들리는가 싶더라니, 그 변화는 갑작스러웠다.
[ㅡㅡㅡㅡ!]
"저주에는 사람도 천사도 없다고? 네 힘과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내려지거든."
격이 높은 벽인 '천사의 옷'도 찢어지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팔을 잡아당겼다.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난폭함으로 팔이 뜯긴다.
"짐승에게도 감정이 있지. 상처를 입으면 원한을 갖고, 상처가 깊으면 집착하고, 상처가 아물면 신중하고, 찢기면 증오하고, 더 큰 보복을 원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2의 저주>였다. 노로이는 악의에 의한 피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본래의 [저주받은 짐승]으로서의 자신을 현세에 반영시켜 나간다. 이 세상에 형태를 갖추고, 존재를 명료화시켜 나간다.
즉시 사망에 이르는 의문의 병이라면, 그것은 두말할 것 없는 수유라고 할 수 있다. 아기가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영양분은 확보했다.
"이봐, 어떻게 된 거냐, 천사. 그런 마력으로는 나를 죽일 수 없다고?"
[ㅡㅡㅡㅡㅡ]
물리법칙을 무시하는 움직임으로 날아다니는 마파엘은, 마력을 심장에 계속 쬐었다. 하지만 의미는 없다. 노로이에서 나온 아우라를 뚫고 지나갈 뿐, 오스왈드의 육체에 상처를 입힐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노로이는 죽일 수 없다. 저주가 형성되었을 뿐인 노로이를 물리적으로 죽일 수는 없다.
한 번 야생으로 풀려나면, 완전히 복원되는 길을 걸을 뿐.
"원독의 말로였다. 태어난 원한은 내장 속에서 자라고, 매일 고독(蠱毒)처럼 자라서 원한의 저주가 되어 체외로 배출된다. 설령 침을 뱉고, 짓밟고, 상응하는 보복이 이루어졌다 해도 새겨진 원한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노로이가 <2의 저주>를 사용한다.
"그리고 저주가 태어났다."
또다시 노로이의 주변 공간이 흔들리자, 마파엘의 하반신이 잘려 날아간다. 두 번째에서도, 감각적으로 격렬한 기세의 무언가에 걸려버린 듯한 인상을 받는다.
"연약하네, 재미없게 ......"
[읏 ............]
마파엘은 기생한 생물을 제3천사의 등급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연약할 리가 없다. 적어도 부동의 상대에게 상처를 입을 리가 없다.
[ㅡㅡ불운을 행사합니다]
"그러던가~......"
하품을 하며 기다리던 노로이에게로 격렬한 불운을 가져다주었다.
"............"
존재가 불분명한 노로이에게 천사의 권능은 작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체에 정착한 현재는 다른 것 같다. 오스왈드에게 불운이 발동한다.
"......뭐야?"
바람에 흩날리는 마파엘의 향기를 맡은 용이 날아올라서, 아기를 지키기 위해 적대하는 노로이의 주변을 에워싼다.
사슬도 풀고서, 생물학적 강자의 상징인 용안으로 노로이를 노려본다.
왕이다. 그들은 세계의 왕을 상징하는 자들이다. 태어날 때부터 포식자이며, 죽을 때까지 통치자이며, 인간 따위는 벌레 ...... 아니, 독충 정도는 될까.
하지만 방금 전과는 달리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흥이 나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인간들과 달리, 눈앞의 인간에게서 강렬한 짐승의 냄새가 풍겨온다.
인간은 사는 세상이 다르다. 수가 많은 인간과는 선뜻 관계를 맺지 않는다. 독충에게 스스로 다가갈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같은 자연에 사는 짐승이 어찌하여 목숨을 구걸하지 않는 것일까.
용들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각자 전의를 불태웠다.
"............ 지상의 벌레들아, 무슨 짓거리냐?"
[ㅡㅡㅡㅡㅡㅡ!?]
다섯 마리의 용들이 뭉개진다. 제멋대로 모여서는 땅에 쓰러져, 엎어진 상태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다고 역시 꼼짝도 못 하고, 알마그렌의 불타는 열기도 무력하였고, 죠르마의 바위가 깨질 정도로 무겁게 짓눌린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희미하게 보이는 <2의 저주> .......
투명한 야수를 노로이가 두르고 있다. 노로이의 저주받은 짐승으로서의 모습이다. 용을 밀어붙이는 곰처럼 굵은 여덟 다리, 기분 좋게 휘두르는 표범처럼 부드러운 여섯 개의 꼬리, 불에 탄 호랑이 같은 얼굴과 송곳니가 웃고 있다.
용조차도 강아지로 여길 만큼 엄청나게 거대하고 흉측한 '짐승'이, 투명하지만 분명 희미하게 존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