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스러워, 루시아나."
"하지만 시험 과목 중 오늘의 두 과목을 제일 못하는걸. 반대로 루나는 잘 본 것 같지만."
"후후후, 종합점수에서는 항상 지고 있지만 이 과목만큼은 이겨야겠어."
"쳇! 나도 이번엔 꽤 공부했으니, 지리와 역사도 지지 않을 거야!"
"...... 적어도 책상에서 일어나서 말해줄래?"
책상에 엎드린 채로는 전혀 박력이 없는 모습이다. 부드러운 뺨을 책상에 대면서 뾰로통한 표정을 짓는 루시아나를 보고, 루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 시험은 어땠어?"
"시에스티나 님!"
흐트러져 있던 루시아나가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잡았다.
루나도 허겁지겁 몸자세를 바로 했다.
"그렇게 예의 차릴 필요는 없는데........"
"오, 오호호, 신경 쓰지 마세요. 무슨 일이신가요?"
"아~ 음, 뭐......"
루시아나가 묻자, 시에스티나는 말하기 어려운지 뜸을 들였다.
(무슨 일일까. 루시아나, 뭔가 생각나는 거 있어?)
(전혀 모르겠어. 무슨 일이람?)
두 사람은 눈짓으로 대화를 나눴지만 감이 잡히지 않았고, 마침내 시에스티나가 요구사항을 말했다.
"요양을 위해 세실리아 양을 네 영지로 보냈다고 들었는데, 루시아나 양."
"네? 세실리아 씨요?"
"너무 갑작스러운 휴학이라서, 그, 동기생으로 편입한 사이인지라 조금 걱정이 되어서 말이야. 몸 상태나 근황을 들을 수 없을까 해서요."
"그, 그렇군요 ...... 지금의 몸 상태는 저도 잘 모르지만, 이제 곧 영지에 도착할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실리아 씨를 보내준 하인이 돌아오면 어느 정도 근황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그, 특별히 신경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하하......."
(아니, 엄청 신경 쓰고 있잖아~!)
미소의 이면에서 루시아나는 매우 초조해했다.
클라우드에 이은 뜻밖의 복병 등장이다.
(시에스티나 님은 외국의 황족이니까 마음대로 왕도를 떠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뭔가 대책이 필요할지도 ......? 그런데 어째서 세실리아를 신경 쓰는 거지?)
의문을 품던 루시아나는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세실리아가 쓰러졌을 때 댄스 파트너가 눈앞의 황녀님이었다는 것을.
(그래, 춤을 추려다가 쓰러져서 그 이후로 만나지 못하고 휴학했으니 신경이 쓰이겠지)
잘 생각해 보면 꽤 충격적인 사건이다. 어쩌면 뭔가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 세실리아 씨의 근황을 알게 되면 알려드릴게요"
"아니, 정말, 딱히 신경 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 고마워."
시에스티나는 뺨을 살짝 붉히며 표정을 바로 했다.
(음~ 정말로 왜 시에스티나 님은 세실리아를 ...... 물어봐도 되는 걸까?)
"저기, 시에스티나 님. 왜 그렇게 세실리아 씨를 신경 쓰시는 건가요?"
루시아나가 속으로 고민하고 있던 질문에 루나가 끼어들었다. 시에스티나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수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기 시작했다.
"...... 그녀는 이기고 도망간 거니까. 그래서 조금 신경이 쓰였을 뿐이야."
"이기고 도망을? ...... 아, 혹시 2학기 첫날의 벼락시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시에스티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 시험에서 세실리아 씨는 놀랍게도 만점 1등을 했었죠?"
"응, 그것에는 정말 놀랐어. 그래서 중간고사에서는 복수할 생각이었는데."
다음에는 꼭 복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세실리아의 휴학으로 인해 설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어 다소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시에스티나 님은 이번에도 1등을 노리고 계신가요?"
"물론이지. 제국의 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를 내고 싶어. 그래서 크리스토퍼 님한테도 질 생각은 없어."
그렇게 말한 시에스티나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