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2화 중간고사의 결과(2)
    2024년 06월 11일 04시 55분 1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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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순식간에 휴일이 끝난 10월 5일.

     저택에서 몸단장을 마친 루시아나는 멜로디의 [영빈문]을 통해 학생 기숙사로 돌아왔다.



    "이번 주부터 학교 무도회 준비 기간에 들어가서 귀가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알겠습니다. 자세한 일정이 정해지면 알려주세요."



    "응,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멜로디의 배웅을 받으며 루시아나는 기숙사를 나섰다. 복도로 나가자 옆방에서 루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이야, 루나. 같이 가자."



    "어머, 안녕, 루시아나. 물론 상관없어."



     복도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학교로 이어지는 길을 잡담을 나누며 나란히 걸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 방이 바로 옆인데 같이 등교하는 건 오늘이 처음 아냐?"



    "그래."



    "왜 그럴까?"



    "그건 루시아나가 늦잠꾸러기라서 그래."



    "지각한 적 없는데!?"



    "그래, 하지만 루시아나는 아침 조례 직전에 등교하잖아. 항상 내가 더 일찍 등교하는 편인걸."



    "듣고 보니 ...... 그럼 오늘의 나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건가. 역시 나야!"



    "후후후, 안타깝지만 그 반대야. 오늘은 내가 늦잠을 잤어. 어젯밤에 조금 꿈자리가 사나워서."



    "뭐야~ 근데 꿈자리가 사납다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야?"



    "오늘은 중간고사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잖아. 정말 루시아나는 겉모습과 달리 대담하네. 어젯밤에 긴장했던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아."



    "나, 나도 긴장할 때는 긴장한다니까!"



    "그래? 그럼 어젯밤은 잘 잤어?"



    "당연하지! 침대에 들어가서 5초 만에 숙면이었어!"



     루시아나는 반짝이는 금발머리를 가볍게 쓸어 올리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루나는 입가를 가렸다.



    "그래서 루시아나가 재미있는 거야, 후후후."



    "왜 웃고 있어, 루나!"



     두 사람은 수다를 떨며 즐겁게 등교했다.







     학교 건물에 도착하니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중간고사의 성적 순위가 게시판에 붙어 있었다. 루시아나와 루나는 그 내용을 확인했다.



    "나는 ...... 있다. 9등이네. 일단 10위 안에 든 건 좋았지만, 루시아나는 ...... 큭, 역시 루시아나, 잘하네."



    "솔직히 이 순위에는 매번 내가 제일 깜짝 놀란단 말이야 ...... 하지만, 그보다도 ......"



     두 사람은 게시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1위 시에스티나 반 로드피아, 688점'

    '2위 크리스토퍼 폰 테오라스 686점'

    '3위 안네마리 빅티리움 657점'


    '4위 루시아나 루틀버그 642점'

    '5위 올리비아 랭크돌 639점'

     ......

    '9위 루나 인비디아 601점'





    "크리스토퍼 전하가 시에스티나 님에게 패배하다니!"



    "크리스토퍼 전하가 2위로 떨어질 줄이야."



    "벼락시험 때도 2등이었잖아."



    "그때는 만점의 천사님이 계셨으니까."



     게시판 앞에서는 학생들이 저마다의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역시 왕태자 크리스토퍼가 시에스티나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 그들의 관심사의 중심인 모양이다.



     2학기 시작 직후 벼락시험에서 이미 2위를 차지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급 단위의 결과였고, 당시에는 시에스티나와 동점이었으며, 무엇보다도 1등이 너무 압도적이었다. 만점으로 1등이라니.......



     다행히 1학년 A반의 분위기는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그것은 아마도 크리스토퍼와 시에스티나의 관계에 변화가 없었던 덕분일 것이다.



    "1등 축하해, 시에스티나 님."



    "고마워요, 크리스토퍼 님. 하지만 겨우 두 점 차이밖에 나지 않잖아."



    "그래, 그러니 다음에는 내가 이기겠어."



    "후후후, 그 도전, 받아들일게."



     루시아나 일행이 교실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딱히 적대적인 모습도 없이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좋은 라이벌 같은 분위기다.



     역시 왕태자님답다. 부동의 1위 자리를 빼앗겼다고 해서 기죽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다음 승부에 도전하는 모습이 얼마나 기특한가ㅡㅡ라고 모두가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루시아나도 루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는 동안, 안네마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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