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12화 중간고사의 결과(1)
    2024년 06월 11일 04시 54분 4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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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는 시에스티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루시아나는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벼락시험 때는 크리스토퍼 님과 동점으로 2등이었지?)



     루시아나가 힐끗 크리스토퍼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는 별다른 부담감 없이 안네미리와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매우 여유로워 보이는 분위기였다.



    "시에스티나 님과 달리 크리스토퍼 님은 시험 순위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네."



     루나의 말에 루시아나도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시에스티나 님과는 시험에 임하는 태도에 온도차가 있는 것 같아. 경쟁할 생각인 시에스티나 님을 생각하면, 경쟁의식이 없는 것이 조금 안타깝게 느껴져."



    "...... 정말 안타까운 건 저걸 말하는 게 아닐까?"



    "루나, 무슨 소리니? ......세레디아 님은 괜찮으시려나?"



     루나의 시선을 따라가던 루시아나는 보았다.

     기진맥진해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레디아의 모습을.



    "왜, 왜 저러실까?"



    "시험 성적이 좋지 않았나 봐. 벼락시험에서도 성적이 좋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세레디아는 계속 평민으로 살았고, 그녀가 레긴버스 백작가에 입양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전까지는 공부하는 습관이 없었고, 여름 무도회에도 급히 배운 예의범절로 참석했을 정도였다.



     왕립학교에 2학기부터 편입한 세레디아의 성적이 하위권인 것은, 그녀의 사정을 알면 납득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리고 그 본인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 하면 .......



    (크으으, 인간은 왜 이런 시시한 것을 배워야만 하는가! 땅의 이름이니 옛날 사람의 이름이니 뭐니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지 않은가! 더 이상 공부하기 싫다!!)



     마음속 말투도 소녀답게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서도 자주 틴다로스의 말투로 되돌아가는 세레디아는, 아무래도 공부에 소질이 없는 모양이다. 마왕의 위엄 따위는 이때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레아의 기억으로는 시험 성적이 좋으면 공략 대상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된다고 하지만,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



     왕국 침공을 계획하는 황녀 시에스티나.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은 수수께끼의 마왕 틴다로스. 두 사람의 불온한 그림자가 소용돌이치는 1년 A반은 ...... 아직까지는 평화로운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



    "아아, 세상은 참 아름답고 넓구나 ...... 나는, 자유다!"



    "시험이 끝난 정도로 호들갑이에요. 어디서 그런 말투를 배우셨어요, 아가씨."



     10월 3일. 오늘, 루시아나는 중간고사를 모두 마쳤다. 이제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 해방감에 루시아나는 자신의 방에서 두 팔을 벌리며 좁은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시험 기간 동안은 학교 전체의 분위기가 답답해서 숨이 턱 막힐 정도였거든! 멜로디도 세실리아인채 학교에 남아있었다면 같은 기분이었을 거야."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연극 같은 말투로 말씀하실 필요는 없어요."



    "그걸 진지하게 지적하지 말라구! 부끄럽잖아!"



     자신도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는 자각은 있었던 모양이다. 루시아나는 귀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양손으로 가렸다.



    "나중에 마님께 보고할 좋은 기념품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저는 기뻐요."



    "으아아아! 어머니한테 말하면 안 돼, 멜로디! 주인으로서 명령합니다, 절대 안 돼!"



    "후후후. 자, 아가씨, 이제 저택으로 돌아가도록 해요. 열려라 환대의 문 [벤베누-티포-타]"



     거실 중앙에 양쪽으로 열리는 은색 문이 나타났다. 내일은 휴일이니 저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평소에는 마차를 타고 귀가하지만, 그 마차는 현재 마이카 일행과 함께 루틀버그 영지에 있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멜로디의 마법으로 귀가하게 된다.



    "자, 시험이 끝난 후의 휴일을 편안히 보내세요, 아가씨."



    "그래! 나 왔어~!"



     루시아나의 발랄한 목소리에 미소를 지으며 멜로디는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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